옷깃을 더욱 단단히 여미게 만드는 차가운 계절 겨울. 어깨를 잔뜩 웅크리고 종종걸음으로 걷다보면 길가에 늘어선
수 많은 먹거리들을 만나게 된다.
배가
그리 고프지 않았는데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오뎅을 보고 있으면 괜시리 출출해져 오고, 하얀 호떡을 호호 불며 한입 베어 먹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니 입속엔 어느새 침이 고이고 만다. 가던 길을 멈춰서서 '아줌마~'를 부른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오뎅 국물에 매콤한 떡볶이를
먹다보면 어느새 추위는 저만치 물러가 있다.
매서운 추위가 양볼을 차갑게 두드리던 12월의 마지막 주말, 따끈한 군것질 거리를 찾아
나섰다.
지난
9월부터 군밤을 팔고 있다는 홍영자씨(55)는 "봄에는 꽃을 팔고, 여름에는 부채를 판다. 겨울에는 아무래도 군밤이 잘 팔리니까 가을부터
이것으로 바꿨다"며 길거리 음식은 무엇보다 계절에 빠르게 적응해야 함을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다른 한 상인은 "하루종일 서있어야 하고
날씨도 추워지니 힘든 점이 많다. 그러나 종종 '맛있게 먹었습니다'란 한마디에 흐믓함을 느끼기도 한다"고 전했다.
호떡을
먹으며 데이트를 하고 있던 송진원(26)-이지희(21)씨 커플은 '길거리 음식'의 매력을 늘어놨다. 송씨는 "빨리 먹을수 있고, 가격도 저렴한데
반해 맛도 있으니 자주 먹게 된다"며 "겨울에는 역시 호떡이 최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유난히 닭꼬치를 좋아한다는 이씨는 "아주 추울때 오뎅
국물을 마시면 몸이 따뜻해져서 좋다"며 웃었다.
떡볶이, 순대볶음, 군만두, 핫도그…. 전통적인 길거리 간식이 잔뜩 준비돼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꼬마김밥을 계란으로 만 '병아리 김밥'. 가격표엔 '마리당 500원'이라고 쓰여있어 미소를 짓게 만든다. "나는 찍지 말아요"라고 말하던
가게주인은 "더울때 보단 추울때 당연히 장사가 더 잘 되지만, 또 너무 추우면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진다. 요즘 정도가 가장 좋다"며 "세트
메뉴가 없다면 떡볶이가 가장 잘 팔리겠지만, 세트 메뉴를 찾는 사람이 많아 모든 종류가 골고루 팔리는 편이다"고 덧붙였다. 종로 지역의
경우, '떡볶이+순대+김치전 = 3,000원' '떡볶이+튀김+오뎅 = 3,000원' 등 다양한 먹거리를 한데 모은 세트 메뉴가 인기를 끌고
있다.
'쉿~
병아리 김밥 만드는 중'
부친 달걀을 적당하게 잘라 김밥에 말고 있다.
'계랑빵의
변함없는 인기'
겨울 군것질거리로 빠질수 없는 계란빵. 전신은 바로 오방떡이다. 팥고물의 달콤한 맛으로 사랑받기 십수년째,
팥을 밀어낸 달걀이 야간 시들해진 인기를 일시에 뒤집는데 성공했다. 달걀에 들어있는 풍부한 영양가까지 생각한다면 5백원짜리 동전으로 즐길수 있는
최고의 영양간식이다.
'아저씨
몸탱이 주세요'
버터에 구운 오징어 다리의 애칭은 '달탱이'(사진 위). '몸탱이'는 물론 다리를 제외한 오징어 몸부분을
말한다. 기계에 의해 먹기 좋게 잘라져 나오는 '몸탱이'(사진 아래)에 각종 감미료를 뿌리면 짭조름하게, 혹은 바베큐 맛이 나게 먹을수 있다.
가격은 부위와 크기에 따라 1,000원~2,000원선.
'꼬치
전성시대'
길거리 음식중 사랑받는 메뉴는 꼬치 음식들. 한개씩 빼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뼈없는 닭꼬치가 먹음직스럽다(사진
아래). 최근에는 어묵대신 홍합과 새우 등을 끼워파는 홍합꼬치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사진 위).
'값싸게
먹는 피자'
'파란색 세종대왕'이 있어야 먹을수 있는 '피자'도 길에서는 '천원짜리 두장'으로 통한다. 치즈를 풍부하게
뿌리고 즉석에서 구워내는 조각피자는 맛도 일품이다. 3~4인용은 휴대용 상자에 포장도 해준다.
'저거
정말 맛있는거 알아?'
지나가는 여학생들이 '햄버거의 맛'을 논한다. 이름하야 '즉석나이스버거'다. 철판에서 굽고 있는
고기를 준비된 버거 위에 올려 놓으면 눈 깜짝 할 사이에 햄버거를 만들어 준다. 햄버거를 건네받은 오유선양(19)은 "맛은 한마디
'나이스'네요"라며 미소 지었다. 단돈 1,000원.
'자,
포장마차로 오세요'
조금씩 어둠이 내려앉으려는 시간, 길 한쪽에서는 포장마차들이 불을 밝히고 있다. 이 겨울, 주머니가
넉넉하지 않아도, 든든하게 배를 채울수 있는 '길거리 먹거리'들에 한번쯤은 발목을 잡혀보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