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에서 가정 도우미로 일하던 인도 여성이 집주인 부부의 아기를 숨지게 한 혐의로 유죄가 인정돼 지난달 처형됐다고 영국 BBC가 4일(현지시간) 전했다. 비운의 주인공은 인도인 부부를 위해 일하던 샤자디 칸(33)이라고 인도 정부가 뒤늦게 밝혔다.
아부 다비 법원의 문서에 따르면 칸은 이 사내아이를 질식시켜 숨지게 했다. 하지만 재판에 나와 증언한 의사는 부검을 허락받을 수 없어서 이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칸의 가족은 그녀가 무고하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으며, 태어난 지 넉 달 된 아기가 사망 당일 잘못된 백신을 접종한 것이 사망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가족은 또 칸이 재판 중에 "적절한 변호"를 받지도 못했다고 항변했다. BBC는 UAE 당국에 관련 코멘트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15일 처형이 집행됐는데 칸의 부모가 딸에 관한 정보를 델리 고등법원에 청구한 뒤인 지난 3일에야 인도 당국은 그녀의 사망 사실을 파악했다. 비밀스럽게 처형을 집행한 사실에 대한 공분이 인도 사회에 일고 있다. 인도는 UAE와 관계가 좋은 편이어서 수십 만의 인도인들이 이 나라에서 일하며 살고 있다.
칸의 가족이 제출한 청원서에 따르면 그녀는 2021년 12월에 돌봄이(케어기버, caregiver)로 인도 가족을 위해 일하려고 아부 다비로 이주했다. 이듬해 8월 태어난 아기를 돌봐 믿음을 샀다. 칸의 부친에 따르면, 그녀는 인도 북부 우타르 프라데슈주에 있는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동영상 통화를 하며 아기를 보여주는 일을 좋아라했다.
그러다 통화가 안 돼 가족은 나중에야 칸이 감옥에 있는 사실을 알게 됐다. 칸의 가족에 따르면, 아기는 2022년 12월 7일에 죽었는데, 백신 주사를 맞은 지 몇 시간 뒤였다. 경찰은 두 달 뒤에 칸을 체포했는데 그녀는 아기를 살해했다고 자백하는 동영상 녹화가 강요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법정에서 적절한 법률 지원도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2023년 7월 사형이 언도됐다. 그녀의 항소는 지난해 2월 기각됐다. 칸의 가족은 지난 13일 교도소에서 걸려온 전화를 통해 자신이 다음날 처형될지 모른다는 얘기를 마지막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부친 샤비르 칸은 BBC에 "그애가 계속 울며 얘기하길 독방에 수감돼 있으며 살아서 나오지 못할 것이며 어쩌면 마지막 통화가 될 것이라고 말하더라"고 안타까워했다. 칸의 가족은 그녀 소식을 들을 수 없게 되자 델리 고등법원에 청원을 제출하며 처형됐는지 여부와 그녀에 대한 정보를 인도 정부에게 알려달라고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칸의 가족은 "적절한 변호"를 받지 못해 사형을 받았다고 말한다. 프레스 트러스트 오브 인디아와의 인터뷰를 통해 샤비르는 "그녀는 정의로운 심판을 받지 않았다. 난 지난해 이후 온갖 곳을 다 가보려 했다. 하지만 난 그곳(아부 다비)에 가 변호사를 고용할 만한 돈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유죄 판결 이후 BBC 힌디에게 전달한 성명에서 칸의 고용주는 "샤자디가 잔인하고도 의도적으로 우리 아들을 살해했다는 사실은 모든 증거의 관점에서 UAE 당국에 의해 이미 증명됐다. 잘못된 정보가 미디어와 다른 당국에 전해져 동정을 얻고 그녀가 범한 실제 범죄로부터 초점을 돌리고 있다"고 억울해 했다.
지난달 인도 정부는 54명의 자국민들이 사형 판결을 받았는데 UAE에서만 29명이라고 의회에 보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