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1098) - 뜻깊게 보낸 황금연휴
가정의 달이자 싱그러움 넘치는 5월의 첫 주말, 어린이날인 일요일 이어 대체휴일인 월요일까지 황금연휴가 이어진다. 일부러 짬을 내어 연휴 전날인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아내랑 남도여행, 일요일 저녁부터 월요일까지는 직계가족들과 오붓한 시간을 가졌다.
황금연휴에 찾은 산사의 풍광이 싱그럽다
금요일(5월 3일) 오전, 열차편으로 광주역에 도착하니 가족처럼 친숙한 제자가 두 팔 벌려 반가이 맞는다. 대학재학 때부터 40년 세월 각별한 친분을 지속한 사이, 함께 점심을 들며 환담하는 중 분주한 일과를 서둘러 마무리한 또 다른 제자가 뒤따라 합류한다. 함께 승용차에 올라 찾은 곳은 광주 외곽 옛 고을의 고즈넉한 산사(山寺), 꽤 규모가 큰 산사의 주지가 이들과 같은 대학 동기라서 오랜만의 사제 간 모임장소가 되었다. 산사에 도착하니 오후 3시, 주지가 거처하는 처소에서 뜻밖의 귀인과 마주쳤다. 오랜 동안 대학에서 함께 봉직한 옛 동료와의 반가운 해후, 여러 해 적조하여 근황이 궁금하던 차에 동석을 주선한 제자스님이 고맙다. 어느덧 제자들도 회갑 나이에 접어든 중진들, 사판(事判)이자 학승이기도 한 주지는 물론 어려운 세파를 슬기롭게 헤쳐 온 사제 간의 대화가 정겨우면서도 지혜롭다. 청출어람 청어람(靑出於藍 靑於藍, 학문이나 기술에서 스승을 넘어서는 제자를 뜻하는 말)을 새기며 여러 시간 함께 나눈 교제가 아름다워라.
산사에서 만난 제자들과 함께
광주에 사는 제자들과 광양에 거주하는 동료교수는 저녁에 각기 처소로 돌아가고 아내와 나는 산사의 별채에서 1박하며 경관이 수려한 사찰의 스님들이 누리는 호연지기(浩然之氣)를 만끽하였다. 난생 처음의 새벽예불에도 고요한 마음으로 동참하고.
토요일(5월 4일), 광주에 사는 사촌 등과 함께 인근의 경승지를 탐방하였다. 오전에 들른 곳은 전라북도 순창의 강천사 숲길, 왕복 5km 남짓의 황토길 맨발걷기 코스가 일품이다. 이전에 가끔 찾던 곳, 오랜만의 탐사에 일행 모두 손뼉을 치며 행복한 표정이다. 오후에 들른 곳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전라남도 담양의 메타세쿼이아 길, 전국의 아름다운 길 첫손가락에 들만큼 운치 있는 볼거리다. 옛 정 되새기며 인척들과 함께 한 명소탐방이 즐거워라.
인척들과 함께 걸은 담양의 메타세쿼이아 길
5월 4일(일요일), 수십 년간 봉사하고 후원한 천혜경로원 안의 작은 교회를 찾아 오랜 교우들과 정겨운 교제의 시간을 가졌다. 새벽부터 내리는 빗방울이 거세어 약간 스산한 날씨인데 예배 후 휴게실에서 스토브 쬐며 나누는 정담이 도탑다. 변함없는 옛정이 푸근하여라. 오후 3시, 광주역을 출발하여 청주로 향하였다. 우리가 내리는 곳은 신탄진역, 분당에서 출발한 둘째 아들네가 역에서 맞는다. 어린이날 이렇게 먼 곳까지 찾아온 손주들이 반갑구나. 신탄진역에서 청주의 집까지는 30여분, 가는 도중 맛 집에 들러 함께하는 저녁식사가 구수하고 밤 늦도록 나누는 손주들과의 대화가 훈훈하다.
활활 타오르는 휴게실의 불꽃처럼...
연휴 마지막인 월요일(5월 6일), 미국에 거주하는 큰아들이 출장차 귀국하자마자 청주로 달려왔다. 다음날이 나의 80회 생일, 당일은 모두 출근하고 등교하는 날이어서 하루 앞당겨 간단한 이벤트를 가졌다. 때에 맞게 택배로 도착한 걸개에 적힌 가족명의의 문구, ‘세상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오신 80년의 세월,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신 은혜에 감사와 사랑하는 마음을 전합니다. 늘 건강하게 오래오래 저희 곁에서 함께 해주세요. 사랑하는 가족일동’ 이를 바라보노라니 가슴이 뭉클하다. 세상의 다른 누가 주는 훈장이나 표창보다 값진 포상, ‘백발은 영화의 면류관이라 의로운 길에서 얻으리라’(잠언 16장 31절)는 말씀이 문득 떠오른다. 고맙다, 후예들아!
축하걸개를 배경으로 후예들과 함께
화요일(5월 7일), 80회 생일이다. 지난 연말에 친구가 베풀어준 팔순잔치가 뜻깊었고 작년부터 시행한 만 나이 계산법 따라 딱히 팔순을 챙기기도 마뜩찮아 그러그러 넘어가려는데 의외로 알찬 황금연휴의 어린이날, 어버이날 사이의 뜻깊은 생일맞이가 되었구나. 돌이켜보면 20세전후의 약관에 공무원으로 시작하여 65세에 대학에서 은퇴하기까지 40년 넘게 공백 없이 성실하고 꾸준한 생활인의 일상을 이어왔다. 은퇴 후는 다방면의 사회활동과 취미생활로 비교적 충실한 노후생활을 누리고 있는 셈, 지금까지 강건하게 지내온 것 감사하며 남은 때의 평강을 염원한다. 여러분도 그러하소서!
첫댓글 늘 열정적으로 생활하셔서 팔순...이라는 연세가 믿기지 않네요. 세상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오신 세월~자녀들의 존경과 사랑까지 받으시다니 세상 행복하시겠습니다. 앞으로도 건강관리 잘 하시면서 후대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ㅎㅎ 생신 축하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