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곱디고운 고마운 마음들...
2023년 10월 17일 화요일
음력 癸卯年 구월 초사흗날
영하 1도
하얀 서리
짙은 안개
그리고
이제 막 물들기 시작한 단풍
뒤늦게 핀 가을꽃들이 오들오들 떨고 있다.
오늘 아침 설다목 산골의 아침 모습이다.
아~ 더 있구나!
자동차 차창이 바짝 얼었다.
손이 시렵고 코끝이 찡하다.
추워서 안되겠구나 싶어
부랴부랴 난로에 장작을 가득 넣고
난롯불을 지폈더니 집안이 이내 훈훈하다.
혼자 중얼거렸다. "아침 운동 나간 할마시
들어오모 좋아하겄지?ㅎㅎ"라고...
촌부가 너무나 좋아하는 가을,
그 계절 가을은 너무나 짧아 아쉽다.
잰걸음으로 더디게 가기를 바랬는데...
어느새 계절은
짧디짧은 가을을 건너뛰어
차디찬 겨울을 향해 줄행랑을 칠 모양이다.
어제는
참으로 곱디고운 마음을 보았다.
평창군청에 민원서류를 발급하러 갔다.
점심시간이 가까운 애매한 시간이었다.
근거서류가 있어야 발급이 된다고 했다.
그 서류는 면사무소에서 발급을 하는 것,
대략난감에 어쩔줄 몰라하고 있었는데
여직원이 잠시만 기다려보라 고 하더니
인근에 있는 읍사무소에 전화를 걸었다.
편도 40분, 왕복 1시간 반은 족히 걸리는
거리의 봉평면사무소까지 가지않아도
된다며 읍사무소에 가서 발급받아 오란다.
그 시간이 11시 50분, 부랴부랴 인근의
읍사무소로 달렸다. 이미 전화를 받았다며
읍사무소의 여직원이 친절하게 서둘러서
서류를 발급해주었다. 또다시 군청으로
향해 내달렸다. 12시 8분에 도착했으나
점심시간이라 사무실이 텅~ 비어있었다.
어쩌겠는가?
점심시간 끝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어차피 점심을 먹어야겠기에 군청 가까운
곳에서 빨리 먹을 수 있는 한식뷔페에서
식사를 하고 다시 군청에 돌아와 기다렸다.
혹시나 하고 사무실을 들여다보니 반갑게
그 여직원이 이미 식사를 하고 와있었다.
그 시각이 12시 43분, 그 여직원이 웃으며
"어르신 오실까봐 12시 5분까지 기다리다
안오셔서 나가 급히 식사하고 들어왔습니다.
식사는 하셨는지요? 빨리 발급해 드릴게요."
라고 하는 그 여직원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고맙단 인사를 거푸 서너번을 하고
흐뭇한 마음으로 군청을 나왔다. 오는 길에
생각하니 빵이나 음료수라도 좀 챙겨 주면서
고마운 마음을 꼭 전하고 왔어야했는데 하는
때늦은 후회를 했다. 이 다음에 군청에 가야
하는 일이 생기면 미리 뭐든 챙겨 고마움을
꼭 전하고 와야겠다.
또하나 받은 곱디고운 고마운 마음,
늦은 오후 집에 들어왔더니 이서방이 택배가
왔다며 스티로폼 상자를 하나 전해주었다.
멀리 울산에 살고있는 고향 친구가 보내온
간고등어 선물세트였다. 이 친구 이따금씩
고향 생각하며 맛있게 먹으라고 이런저런
반건조 생선을 보내주곤 한다. 염치불구하고
먹기는 하지만 고마움은 당연, 한편으론 너무
미안하고 면목이 없다. 그 친구 하는 말이
재밌고 고맙다. "섬에서 자란 사람이 생선이
귀한 산골에 살다보모 고향 생각 많이 나제?
고향 생각하며 맛있게 묵으모 되네. 그쟈?"
어제도 그랬다. 아내와 함께 전화를 했더니
"고구마 줄거리 넣고 자작하게 얼큰하게 지져
묵으모 참 맛있니라! 무우 넣고 지져도 좋고..."
라고 했다. 아내가 "고맙습니다. 맛있게 잘
먹겠습니다."했더니 "원래 목소리가 예뻐요?"
라고 하여 아내와 함께 둘이서 한참 웃었다.
밭에 나가 무우 한 뿌리 뽑아다가 저녁 찬으로
간고등어 무우조림을 했더니 완전 밥도둑이라
평소보다 밥을 훨씬 더 많이 먹었다. 맛있게...
"친구야! 고맙데이~^^ 이 원수 우찌 갑노?"
이렇듯 아직 이 세상은 살맛 나는,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그런 세상이라는 것이라 흐뭇하고,
뿌듯하고, 고맙고, 감사함인데 또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도 함께하는 드는 그런 느낌이다.
♧카페지기 박종선 님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가을농사도
풍성하게 잘 되었네요
오늘도 즐겁고 행복 가득 하세요
올해는 그런대로
만족스런 농사입니다.
감사합니다.^^
추워지는 날씨가 되어갑니다.
가을 향기 내품는 좋은 시간들
듬뿍 안아 추억 많이 담으시고
생선 보내주시는 칭구분
저도 칭구해요~ㅋ
잘읽고 물러갑니다.
:-)*
그러게 말입니다.
워낙 추위가 심하고
겨울이 긴 고장이랍니다.
그래도 아직은 짧은 가을이
머무르고 있어 만끽합니다.
생선 보내주는 친구에게
님하고 친구하라고 해야겠군요.ㅎ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