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60년이 넘은 일본 중견 클리닝 업체 기쿠야(喜久屋)의 나카하타 신이치 사장은 10여 년 전 세탁물을 찾으러 온 고객이 던진 말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발견했다. 허겁지겁 매장을 방문한 이 고객이 주인에게 "늦게 찾으러 와서 미안하다"고 사과한 것이었다.
당시만 해도 세탁물을 맡기면 늦어도 다음날에 찾아가는 가는 게 관행이었다. 세탁소 주인들은 세탁물이 쌓여 공간이 부족해지면 고객에게 "왜 빨리 찾으러 오지 않느냐"면서 독촉하는 걸 당연하게 여겼다.
나카하타 사장은 "공간 부족에 시달리는 일본 가정 환경을 고려할 때 옷을 오랫동안 맡아주고 원하는 날짜에 찾아갈 수 있게 하면 고객들이 좋아하겠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대형창고를 마련해 6개월에서 3년까지 세탁물을 보관해주는 '시티 클로짓(City Closet)' 서비스를 출범시켰다. 이 서비스를 비롯, 새롭게 시도한 창의적 서비스들이 호평을 받으면서 기쿠야는 부진에 시달리는 클리닝 업계 실정과 달리 매년 5% 이상 성장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기쿠야처럼 자신들만의 독특한 강점을 무기로 불황을 극복하고 성장을 이어가는 강소기업이 적지 않다. 일본은 '장수 (長壽) 기업' 대국으로 통하는데 장수 기업 대부분이 강소기업으로 분류된다.
전 세계에서 100년 이상 존속한 기업 중 80%가 일본에 있다는 통계가 나올 정도다. 이런 장수 기업은 創(창의), 執(집념), 變(변신)이란 화두를 기반으로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면서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오카다 고이치 메이지대 교수는 "일본 장수 강소 기업들은 창ㆍ집ㆍ변으로 표현되는 특징이 있다. 여기엔 '산포요시( 三方よし)' 정신, 즉 '파는 사람도 좋고, 사는 사람에게도 좋고, 세상에도 좋은' 사업을 해야 한다는 경영 철학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고 말했다.
1. 創 : 남이 생각 못 한 길을 찾아라
1986년 도쿄 주택가에서 창업한 우산 제조 회사 슈즈셀렉션은 장마가 끝나면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번번이 부진에 시달리는 질곡에서 벗어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래서 "맑은 날에도 사고 싶은 우산을 만든다"는 구호 아래 다채로운 우산을 만들기 시작했다. 색상과 문양을 화려하고 다양하게 넣었고, 주머니에 들어가는 수퍼 미니형, 150g 초경량형 등 별별 우산을 다 만들었다. 낙진으로 고생하는 가고시마현 주민을 위한 둥글고 긴 투명 우산 '사쿠라지마 파이어' 도야마산 폭설ㆍ강풍을 견디도록 강화 플라스틱을 사용한 '도야마 선더' 우산 등은 "새롭고 창의적"이란 찬사를 받았다. 슈즈셀렉션은 현재 일본 우산 시장에서 점유율 17%를 차지하고 있으며, 매년 2000만개 이상 판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