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요량 없는 사람인가? 3연패(連敗)한 사람한테서 무슨 승리의 지혜를 구하겠다는 건가? 지혜는 아무 데서나 구하는 게 아니다. 무학산(회원)
나경원 씨가 당 대표 경선 불출마를 밝힌 이후 안철수 씨의 지지율이 부쩍 올랐다고 한다. 이 좋은 소식을 뒤로 한 채 안철수는 생뚱맞은 곳에 갔다. “지혜를 구하러 이회창 씨를 찾아갔다”는 것이다. 안철수도 요량 없는 사람이다. 이회창 씨가 누군가? 3전 3패 한 사람이다. “승리에는 우연한 승(勝)도 있을 수 있지만, 패배에는 우연한 패(敗)는 없다”는 명언이 있다. 한 번을 패해도 우연한 패배가 아니건만 내리 삼연패한 사람한테서 무슨 승리의 지혜를 구하겠다는 건가? 이회창 씨가 패한 것은 그 혼자만의 아픔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고통이 되었다. 달리 말하자면 정권을 좌파에 넘겨 줌으로 해서 사회의 트렌드를 바꾸어 준 것이다. 더구나 말 많은 여성가족부와 사형 미집행은 김대중이 대통령을 하면서 만든 물건이다. 노무현과 문재인 정권도 김대중이 정권을 잡았기에 뿌려진 씨앗이지 않겠나. 박정희 각하가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려 하니 김대중은 맨땅에 드러누워서 “농사지을 땅도 없는데 고속도로가 웬 말이냐”며 반대했던 사람이다. 그야말로 수구적 생각으로 박정희 각하를 가장 괴롭힌 사람 아니겠나. 김대중이 당선되고 한 말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야당이 이긴 이것이 진정한 정권교체이다” 저런 마음이고 각오이니 무슨 일인들 하지 않았겠나. 이런 사람에게 정권을 넘긴 이회창 씨다. 이회창 씨도 괴로울 것이다. 그래서 현실 정치를 멀리하려 애쓸지도 모르고, 정치인을 만나면 무언가 자격지심도 들 것이다. 그리하여 세상사를 다 버리고 전리(田里)에서 지팡이를 끌며 산보나 하고, 동쪽 울타리 밑에 국화를 심는 낙에 살리라 마음먹었을 수 있다. 이런 분을 안철수는 불쑥 찾아갔다. 이회창 씨는 제갈량처럼 세상에 나갈 때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도 아니다. 태공망처럼 기회가 닿았을 때, 기다렸노라며 서둘러 나갈 사람도 아니다. 그러므로 이회창 당신께서 정치에 마음 쓰지 않게끔 가만히 놓아두는 것이 후배 정치인의 도리이지 않겠나. 또한 지혜는 아무 데서나 구하는 게 아니다. 그래서 구해지면 그것은 이미 지혜가 아니다. 차라리 안철수 자기가 낫다. 자기 일인데 자기를 등불 삼고 나아가면 된다. 이회창 씨의 입장에서도 벌레 씹은 기분일 것이다. “대통령 선거라면 또 모르되 고작 당 대표 경선을 갖고 나한테 지혜를 구하러 오다니? 내 체급이 대통령급이 아니고 당 대표 체급이란 말인가?”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렇게 여길 수도 있다. “대통령 선거 후보로서 나를 찾아왔다면 나의 패배 경험에서 교훈이 될 만한 말을 들려줄 수도 있지만 지푸라기 같은 당 대표를 위해서는 내가 들려줄 말은 없다.” 요컨대 대통령 선거도 아니고 기껏 당 대표 선출로 해서 지혜를 구하겠다며 방문을 닫아 걸고 사는 이회창 씨를 찾아간 것은 안철수의 그릇 크기일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경선에 자신이 없다는 말일 수도 있다. 반면에 이회창 씨 측에서는 겨우 요만한 일로 나를 찾아? 하며 섭섭해 하지 않겠나. 초등학교 반장 선거를 위해 국회의원에게 자문 구하러 간 격이다. 우도할계(牛刀割鷄)가 따로 없다. 이회창 씨인들 찾아오는 사람을 뭐 어떻게 하겠나. 하지만 “패장은 전쟁을 논하는 법이 아니다”는 명언을 실천. 무슨 말이든지 안철수의 귀에 넣어주지 않아야 장차 노인이 마음고생하는 일이 안 생길 것이다. 만약 도움이 될 말을 해주었는데도 안철수가 낙선을 하면 그가 도리어 원망을 할지 누가 아나? 남 탓하는 데 이력이 붙은 사회이다. 이회창 씨가 다시 무언가를 꿈꾼다면 베팅을 해도 좋다. 그렇지 않다면 그냥 이대로, 달 뜨는 저녁 꽃피는 아침을 즐기며 묻혀 사는 게 낫다. 아무튼 안철수여. 승자는 행동으로 말을 증명하고, 패자는 말로써 행동을 변명한다고 했소이다. 그대는 급한 마음에 지혜를 구하러 갔겠지만 위의 말을 곱씹으면 이회창 씨한테서 어떤 말을 듣게 되리라 누구라도 점칠 수 있소.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된다고요? 그럼 다시 말하리다. 승자는 승자의 언어로 말하고, 패자는 패자의 언어로 말하는 법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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