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정당 결정을 받고 해산당한 구 통진당의 이정희 대표가 더불어민주당 친노 한명숙~문재인 전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는 장면(자료사진). ⓒ뉴시스 사진DB
4·13 총선을 통해 더불어민주당 친노(親盧)의 낡은 레코드 '야권연대'가 완전히 용도폐기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과연 이 '야권연대' 전략전술의 본 목적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새삼 커지고 있다.
아직도 더민주 내에는 '야권연대'에 미련을 가지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국민의당이 '언감생심 꿈도 꾸지 말라'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서, '야권연대' 놀음은 끝장을 향한 수순으로 달려가고 있다.
앞서 더민주 이종걸 원내대표는 총선 직후인 15일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국민의당이라는 형제 당이 생겼다"며 "야당 간의 협주가 필요하다"고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종걸 원내대표가 우호적인 각도에서 애드벌룬을 띄웠다면, 더민주 김종인 대표는 매섭게 몰아쳤다. 김종인 대표는 같은 날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사안에 따라 여야를 넘나들겠다는 것은 내각제에서나 가능한 일이지, 대통령제에서는 결국 여당 아니면 야당 중 하나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며 "제3당은 선거 때만 존재할 수 있을 뿐 나중에는 반으로 쪼개질 수밖에 없다"고 '통합' 가능성을 점쳤다.
이렇듯 총선이 끝나자마자 원내 38석 제3당을 향해 '연대'니 '통합'이니 하는 소리가 다시 나오자, 국민의당은 강력히 반발하는 모양새다.
국민의당 박주선 최고위원은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략적 이해관계에 따라 3당 체제를 인위적인 양당 체제로 개편하려는 시도는 있어서는 안 된다"며 "다시 양당 정치로 회귀하는 야권 통합은 결코 있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는 '국민의당을 찍으면 새누리당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선동하고, 김종인 대표는 선거가 끝난 지금도 국민의당이 쪼개질 것이라는 폭언을 서슴지 않았다"며 "상대방에 대한 폭언으로는 변화한 다당제 정치에 적응할 수 없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정당은 도태돼 사라질 것"이라고 반격했다.
아울러 "이번 총선에서 입증됐다시피 여야 1대1 대결 구도는 더 이상 승리 공식이 아니다"라며 "실패한 1대1에 미련을 가지지 말라"고 '야권연대' 전술에 공식적으로 사망증명서를 발급했다.
당내에서의 '군소리'도 지난 2~3월 당을 쪼개놓을 듯한 논란으로 번졌던 것과는 달리, 조기에 진압되는 분위기다.
국민의당 김한길 전 선거대책위원장은 총선 이튿날인 14일 페이스북에 "야권이 미리 정신을 차려서 조금만 더 야무지게 대응했다면 180석을 넘기는 것도 무난했을 것"이라며 "국민의 분노를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 큰 그릇을 야권이 빚어낸다면 정권교체의 날이 머지 않았다"고 '통합'에 군불을 떼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한 달 전인 지난달 15일에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는 눈뜬 사람 하나가 모든 진실을 말해준다"며 "한 달 뒤 (총선) 결과에 대해 야권 지도자들 모두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야권연대' 불성립에 불만을 토로한데 이어 서울 광진갑 불출마를 선언했었다.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이른바 야권연대를 통해 울산 북구의 무소속 윤종오 후보에 대한 지지를 당부하고 있는 장면(자료사진). 무소속 윤종오 당선자는 구 통진당의 전신인 민노당 소속으로 시의원과 구청장 등을 지냈으며, 구 통진당 공천으로 구청장 선거에 나서기도 했다. ⓒ뉴시스 사진DB
그런데 '눈먼 자'가 되레 자기 자신임을 보여주는 총선 결과가 나왔다. 김한길 전 위원장의 경고와는 달리 '책임져야 할 야권 지도자'가 따로 없고, 굳이 책임을 진다면 서울 광진갑에서 단수공천을 받아놓고도 돌연 불출마를 선언해 국민의당의 비호남 의석 1석을 날려버린 자기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김한길 전 위원장의 14일 페이스북 발언은 이러한 자신의 곤란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면피용 입장 발표'라는 지적이 없지 않았는데, 마침내 18일 그와 같은 측면을 통렬히 질타받고 말았다.
국민의당 김성식 최고위원은 이날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에 출연해 "(김한길 전 위원장의) 그 말씀에 동의하느냐"고 반문하며 "연대와 같은 식상한 방식에 빠지지 말고 이분법적 대립 구도에서 정치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를 바꾸라는 게 이번에 우리 국민들의 명령"이라고 일축했다.
야권 전체에 번번히 패배만을 가져왔던 '야권연대'라는 게 이번 4·13 총선을 통해 얼마나 부질없고 덧없는 것인지 드러났기에 가능한 일이다. 친노 한명숙 전 총리가 만들어내고 친노 문재인 전 대표가 충실히 부르짖었던 '야권연대'가 최악의 전략전술이었다는 게 드러났기 때문에 이제 제 정신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폐기될 운명만 남은 것이다.
구체적인 사례로 살펴보면, 이번 4·13 총선에서 강원 춘천에서는 더민주 허영 후보와 국민의당 이용범 후보 사이에 단일화가 이뤄졌다. 투표용지 인쇄 전 단일화로 야권연대 주창론자들에 따르면 이른바 '최적의 단일화' 사례다. 그러나 결과는 허영 후보의 패배였다.
반면 같은 여권 강세 지역인 강원 원주을에서는 더민주 송기헌 후보가 새누리당 이강후 후보에게 승리했다. 단일화가 되지 않아 국민의당 이석규 후보가 10.7%를 득표한 성과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야권연대'가 이처럼 야권의 승리라는 목적과는 전혀 상반되는 최악의 전략전술이었다는 게 드러남에 따라, 한명숙~이해찬~문재인 전 대표로 이어지는 친노패권주의 계파가 '야권연대'를 들고 나온 것은 딱히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기보다는 애초부터 다른 꿍꿍이가 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친노 한명숙 전 총리는 지난 19대 총선에서 '야권연대'를 들고 나와 이길 수 있던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을 참패시켰지만, 그 대신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정당으로 결정받고 해산당한 구 통진당 세력을 국회에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이번 총선도 마찬가지다. '야권연대'는 달리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친노 문재인 전 대표는 울산에서 '야권연대'를 부르짖어 구 통진당 출신 국회의원 2명을 당선시키는데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
야권 관계자는 "돌이켜 생각해보면 '야권연대'는 구 통진당 출신을 국회에 끌어들이는 것 외에는 친노 계파가 속한 민주통합당이나 새정치민주연합, 더불어민주당 등에는 어떠한 득도 가져다주지 못했다"며 "한명숙 전 총리나 문재인 전 대표 등이 '야권연대'를 연신 강조한 목적이 대체 어느 당, 어떤 세력을 강화시키려 하는 속셈이 있었는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