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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안해도 당연히 제 의견이지만, 그래도 제 일단은 제 의견일 뿐임을 밝혀둡니다. 그렇다고 문제시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건 아니고...
타이사태가 참 말이 많습니다. 전부터 이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http://cafe.daum.net/Europa/3Q5x/22469
이 글을 보고 더 미루면 안되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 키보드를 잡네용. 정문태는 저 글을 발표하기 전주인가 전전주인가에 타이사태에 대해 또 다른 글을 올렸습니다. 사실 현재 타이사태 자체도 자체지만 그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를 놓고도 참 분분한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어요. 그러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은 결국
"탁신, 그리고 그의 정책, 이념과 그를 지지하는 집단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라는 부분이 핵심입니다. 찾아보니 전전주가 아니라 벌써 두달된 글이네요. 12월 7일에 발표되었는데...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614317.html
이 글이 제가 말한 앞서의 정문태 글입니다. 이 글에서 정문태는 타이사태에 대한 일종의 "연구사" 를 정리하고 있는데... 어차피 링크 안가보실 분이 많을테니(사실 여기까지 진득하게 읽을 분도...^^)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탁신을 정의로 반탁신을 악으로 규정하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그런 인식은 나이브하다, 라는 것이 정문태의 비판입니다. 그리고 정문태는 신흥자본대 구자본의 대결로 이것을 도식화하고 있지요.
네 도식화라고 했습니다. 사실 정문태가 비판하는 입장을 취하는 논자들이 적잖은 것도 사실인데, 그런 사람들이 도식적인거야 말할것도 없지만 제가 보기에는 정문태도 도식적이기는 마찬가집니다. 왜 그런지 찬찬히 이야기를 풀어가 보겠습니다.
혹시 잠롱 스리무앙이란 이름을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벌써 거의 20년 된 일인데, 한국에 한 때
"청백리 잠롱시장"
이라는 이름으로 한때 유명세를 떨었던 사람입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분중에는 그 당시 태어나지도 않았던 분들도 적지 않겠지요.(저는 실시간으로 신문에서 본건 안자랑) 저야 당시 꼬꼬마였으니 아 타이에 정말 좋은 시장(당시는 방콕시장이었습니다)이 있나보다 하고 그 이름을 뇌리에서 지워갔죠. 그런데, 그 잠롱시장의 이름을 10여년의 세월을 넘어 다시 신문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언제? 바로 탁신 친나왓 본인이 총리를 하던 시절에 반정부 시위대의 수장으로 잠롱 스리무앙이 앞장서고 있다는 기사에서 말입니다. 오잉? 청백리 잠롱시장이 앞장섰으니 탁신은 나쁜놈 아녀?
라고! 생각할 정도로 어리숙하기에는 세월이 좀 흘렀는지라...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찬찬히 뒤져봤습니다. 탁신 친나왓은 재벌출신인거 맞습니다. 대자본가 출신이고... 그의 정적들이 비난하듯이 부패혐의가 있는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가 무상의료, 무상교육등을 확대시키고 한국에서 한때 신문 1면을 가득 메웠던 "보편복지" 라는 연장선상에서의 사회정책을 추진했던 것이 탁신정권의 정책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지요. 물론 이것을 포퓰리즘이라고, 조선일보느님께서 무시무시하게 말씀하시듯이 경제를 갉아먹는 짓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불행히?도 탁신 정권기의 타이는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 시기는 2006년, 아직 세계경제위기가 오기 전이었고, 글로벌 자산가치의 상승와중에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아직 안정적 성장을 하던 시기라는 점은 고려해야 했겄습니다만... 경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전반적 복지의 확대를 이끌어내는 사람이 무려 재벌회장입니다. 재벌회장이니까! 경제를 살리는 한편 재벌회장인데도! 복지를 확대한다는 점에서 타이에서 탁신에 대한 폭넓은 지지층이 확고히 형성되어 갔다고 할 수 있지요. 지금 우리가 레드셔츠라고 부르는 극렬 탁신 지지층이, 군부쿠데타에도 맞서고 먼 지방에서 떼로 타이로 몰려와 집회도 하는 바탕에는 이러한 사람들의 인식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정책만으로 타이정치의 흐름을 단순히 말할수는 없는데... 여기서 같이 이야기해야 할 것이 쿠데타의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타이 군부와 타이국민 모두의 절대적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다고 알고들 있는" 라마 9세, 푸미폰 아둔야뎃의 존재와 그 행보입니다. 라마 9세는 호이에도 나오죠. 2차대전 당시의 타이 국왕은 푸미폰 아둔야뎃의 형인 라마 8세인데 그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 직후 즉위하여 지금까지 무려 68년을 재위하고 있는 양반입니다.
2006년 여름, 손티 분야랏글린이 이끄는 타이군은 탁신이 해외순방중이던 와중에 쿠데타를 일으켜 그의 정권을 무너뜨립니다. 타이에서 쿠데타는 이미 18회나 일어났었던 상황이고 또 한번의 쿠데타가 난 것인 정도라고들 생각했지만... 여기서 우리가 알고 있는 레드셔츠가 태동하죠. 여태까지와는 달리 탁신을 강력히 지지하는 집단이 대대적으로 반발하고 봉기하면서 타이의 정국은 쿠데타보다 그 이후에 훨씬 험악해집니다. 또 하나의 과거를 이야기하자면, 1991년에도 쿠데타가 있었습니다. 수친다 크라프라윤 장군이 이끌던 쿠데타였는데, 앞서 말한 잠롱 스리무앙은 이 때는 쿠데타에 맞서는 "민주인사" 였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전설처럼 알고 있는, 왕이 한마디 했더니 쿠데타군이 물러갔더라, 하는 사건이 바로 이 수친다 크라프라윤 장군의 쿠데타 때 일어났던 일입니다. 물론 그건 도시전설이고 수친다는 일단 물러가는 척 했지만 그 뒤에 1년간 총리를 해처먹은건 안자랑.
상황이 좀 묘하다는 생각이 드실겁니다. 91년에 쿠데타에 맞섰던 잠롱은 06년에는 쿠데타군을 환영합니다. 뒤의 일이자 바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지만, 지금 탁신의 여동생 잉락 정권에 맞서는 옐로셔츠들은 선거를 부정합니다. 왜냐면 선거하면 지들이 지거든요. 비상국민회의라는 이름으로 일단 자기들한테 정권을 넘기면 임시통치를 하겠다고 하면서 선거를 거부하고 깽판을 치고 있는게 그들의 행태입니다. 앞서 정문태가 웃음밖에 안나온다고 한 선거가 바로 며칠전 있었던 이 선거인건데...
라마 9세의 행보는 이러한 묘연함을 더합니다. 수친다 크라프라윤을 "한마디로 물러가게 했다던" 라마 9세는 손티 분야랏글린한테는 그러지 않습니다. 거기에, 극렬하게 저항하고 반발하는 레드셔츠에 대해서도 아무 말이 없습니다. 물론 핑계는 와병중이라는 것이었지요. 타이정치에서 확실히 푸미폰 아둔야뎃은 공고한 위상을 지니고 있는 인물이기에, 국왕이 나서서 이 혼란을 수습해줄 것을 바라는 여론은 높았지만 국왕은 병을 핑계로 나서지 않았습니다. 물론 아팠을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그 뒤로 8년이 지난 지금도 푸미폰의 건강이 위태롭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저의 추론이 좀 많이 들어가는 부분입니다만... 푸미폰은 이 상황에서 절대적 중재자가 아닌, 한 측을 지지하는 플레이어에 가깝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잠롱 스리무앙으로 상징되는 옐로셔츠 집단은 타이의 화이트칼라 집단이자 도시 중산층인데... 한국이 소득이 상대적으로 평준화되어 폭넓은 중산층을 지니고 있고, 그들이 어떤 의미에서 "서민적 대표성" 까지 띄는 부분이 있는데 비해, 타이의 화이트칼라는 명백히 상류층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군부.
즉 국왕 - 군부 - 화이트칼라로 이어지는 기득권 집단이 하나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죠. 2006년의 쿠데타 시점에서 인물로 보자면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 - 손티 분야랏글린 장군 - 잠롱 스리무앙 으로 이어지는 일종의 과두적 집단이라는 이야깁니다. 타이 역시 경제적 불평등이 심하고, 그러한 상황에서 기득권 집단으로서 경제적 이득을 공유하던 이들에게 있어서, 그들의 카르텔 밖의 인물로서, 평등주의적이고 포퓰리즘적 정책을 펼치는 탁신이라는 인물은 절대로 용인할 수 없는 이단적인 존재이자 종북빨갱이였던 것입니다. 푸미폰 이야기를 하나 하고 넘어가자면, 그가 아픈척하고 나서지 않은건, 이러한 편파성도 편파성이거니와... 앞서 말한,
"왕이 나서면 사태가 해결된다"
라는 신화가 깨지는 것이 왕실의 정당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봅니다. 그가 나서도 레드셔츠는 지금 정치구도상 절대 안 물러납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나서봐야 체면만 구겨지는거죠. 즉, 그는 상황에 따라 기회와 눈치를 보는 "노련한 정치가" 이지, 모든 사람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초월적 신화적 존재는 결코 아닙니다.
여기서 다시 앞서 정문태와 이 문제에 대한 논의들을 되짚어 봅시다. 기존의 논의는 지나치게 탁신을 정의화했죠. 그러나 정문태는 또한 지나치게 악마화... 라기보다는 똑같은 놈일 뿐 이라고 비판하고 있는데... 제가 왜 둘 다 도식적이라고 말씀드렸는지 아마 이제는 느끼실 것입니다. 탁신의 성격은 모호합니다. 분명 돈많은 재벌회장, 심지어 부패까지 한 존재. 그러나 기본적으로 기층민중에게 유리한 정책을 펼치는 포퓰리스트.
누구와 비교하면 되냐면 거의 상당부분
"노무현"
하고 겹치는 부분이 많습니다. 노무노무하노? ㄲㄲ~~
물론 앞서 화이트칼라에 대해 말씀드렸지만, 한국에서 노무현의 지지층은 화이트칼라가 중심입니다. 그러나, 타이에서는 그 그룹이 탁신의 반대층입니다. 그러나, 그래서 화이트칼라라는 존재가 발전된 산업국가로서 상당히 대규모로 화이트칼라 그룹이 존재하는 한국과, 낙후된 관광농업국가로서 화이트칼라 그룹이 엘리트그룹인 타이의 차이를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노무현도 변호사로서 기존 그룹에 편입될 수 있었던 사람이지만 그걸 때려치고 나온 사람이고... 결과적으로 신자유주의로 갔지만 복지나 서민정책을 한다고 시늉은 했던 사람이기도 하고... 물론 탁신은 사회정책은 포퓰리즘 적이었지만 경제정책은 신자유주의적인 면도 많았습니다. 재벌회장이 어디 가나요... 정책상의 진보에 있어서의 불철저성이나 도덕성에서의 불철저성, 불분명한 정치적 성격등 이렇게 여러가지를 가감해보면 탁신과 노무노무현은 겹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물론 그 두 사람의 정치적 성과는 전혀 다르죠. 탁신은 말 그대로 타이정치를 갈아엎는데 기본적으로 성공한겁니다. 지금 시위하는 옐로셔츠가 선거하면 죽어도 못 이긴다고 선거하지 말자고 깽판치는데... 민주국가에서 선거를 거부한다는건 명분상 치명적인 약점입니다. 한국에서 선거부정 항의한다고 "선거불복이냐" 라고 지롤 떠는거 보세요. 그런데 저기선 그걸 대놓고 하지 않으면 안될정도로 선거구도상으로 탁신 세력은 절대적 우위를 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노무현은 한번의 대선과 한번의 총선을 이겼고, 그의 목숨과 바꿔 한번의 지방선거를 이겼을 뿐이지요. 이에 대해서는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할 부분이 있기도 하고 논점에서 벗어나기도 하는거니 간단히만 말하자면
"그만큼 한국사회가 타이사회보다 고도화 되어 있다"
라는 증표라고만 말씀드리겠습니다.
각설하고, 즉, 지금 타이정국은 기존의 타이 지배집단인
왕실 - 군부 - 화이트칼라 엘리트계층
과
탁신 - 농민 - 도시빈민
집단간의 갈등을 그 중심으로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가난한 사람은 무조건 정의다, 라는 도식으로 탁신을 정의라고 단정짓지는 않으렵니다. 그러나, 그렇기에 작금의 타이사태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타이의 기존 지배집단이, 새로 떠오르는 대안세력, 대항세력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그들은 선거도 부정하고 쿠데타도 저지르고 왕은 아픈체 하며 모른척 해가면서까지 새로운 세력의 대두를 극렬히 거부하고 타이사회를 극한의 정치대립으로 끌고 가고 있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혁명이긴 하죠. 옐로셔츠가 요구하는 것은 딱
"인민위원회"
인 것이고, 모든 권력을 쏘비에트로! 라고 관속에 들어간 레닌 나와라! 놀이를 하고 있는 셈이니까요. 그러나, 정문태는 타이 총선을 코미디라고 했지만 진짜 코미디는 바로 저 혁명을 하겠다고 혁명놀이를 하는 사람들이
"기득권층"
이라는 겁니다. 쿠데타라는건 전복쿠데타와 친위쿠데타가 있습니다. 박정희는 무려 이 둘을 전부 해낸 위대한 영웅느님이신데, 1961년에 기존 정권을 엎어버리는 쿠데타를 했다면 1972년에는 자기 권력을 확대하는 친위쿠데타를 했죠. 그러나 쿠데타에는 기존 권력자가 저지르는 친위쿠데타라는 개념이 있는데... 혁명을 기존 권력자가 일으키는건 뭐로 봐줘야 할까요? 친위혁명이라고 할까요?
지금 타이사태가 코미디라고 한다면 이게 코미디인겁니다. 권력을 가진 - 아니 가졌던 사람들이, 갑작스레 변한 정치구도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폭력적으로 혁명적으로 변해버린 겁니다.
지금 타이사태가 어떠한 역사적 정치적 상황하에 벌어지고 있는지를 간단히 정리해 봤습니다. 개인적으로 말하라면 저는 아무래도 탁신을 지지합니다. 기존의 권위주의 집단이 보이는 편협하고 추잡한 행태도 맘에 안들거니와, 그러한 권위주의 집단이 후퇴하는 것을 저는 무조건 지지하니까요. 물론 새로 등장한 탁신이 그렇다고 정의의 세일러문이냐면 그건 아니죠. 그들이 다시 권위주의가 되지 말란 법 없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어떠한 기반에서 어떤 정치를 하고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는거죠. 지금 타이사태에서 대의명분은 기본적으로 탁신측이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노무현이라는 한 개인을 절~~~~~~~~~~~~~~~~~~~~~~~~~~~~~~~~~~~~~~~~~~~~~~~~~~~~~~~~~~~~~~~~~~~~~~~~~~~~~~~~대로 인정 못해서, 노무현만 나오면 이를 아득바득 가는 사람들이 득시글 거리는 지금 상황에서 이름만 탁신으로 바꾸면 딱 타이정치입니다. 하물며 그들이 권력까지 갖고 있으니 기득권층이 얼마나 속이 터지겠습니까. 한국에서 일베니 뉴라이트니 하는 극우반동집단이 기본적으로 노무현 시기에, 반노무현정서에 기반해 태동한 것과 비교하면 비슷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논하겠습니다.
말 나온 김에 저도 선언하나 해보죠. 저는 타이의 정치대립에 있어서 탁신의 지지를 선언합니다. 그가 완전하지는 않을지언정, 역사가 앞으로 나간다는 것을 그의 모든 것을 걸고 보여주고 있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저는 그를 지지합니다.
첫댓글 어렵다. 어려워. 10줄내로 요약해주시라요.
사실 이것도 요약할만큼 한거라...--
더 간단히 말하자면 탁신은 재벌회장출신이지만, 타이 사회의 기존 기득권집단과 다른 정책노선을 취했는데, 이에 타이의 기존 지배집단인 국왕 - 군부 - 화이트칼라 중산층이 맞서는 상황이라는 것, 그러나 탁신의 포퓰리즘 정책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기에 다수결 선거로는 기득권층이 당분간 이길 방법이 없어서, 기득권층은 쿠데타도 저지르고 혁명쑈도 저지르고 있는게 지금의 타이상황이라는거죠. 기득권층은 새로운 정치집단으로서 탁신 세력을 인정할 뜻이 지금으로서 전혀 없기에 이 갈등은 당분간 쉽게 불식되기 어렵다고 볼 수도 있고...
@앙겔루스 노부스 ㅇㅋ 이게 더 쉽군요.
태국은 왕정부터 때려부셔야...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부분인데, 문제는 현재 왕위계승자가 좀 시원치 않긴해요. 왕실사람들이 그걸 걱정하긴 한다고... 그러나 왕실이 단순히 왕실로 존재하는게 아니라, 타이의 매우 깊은 불교신앙과 관련하여 존재하는지라, 실질적인 가능성은 전혀 없습니다. 실제로 왕실의 인기가 높기도 하구요. 타이에서 불교를 뿌리뽑자 라고 한다면 전혀 불가능하겠죠? 그것과 동일한 문제는 아니지만 왕정폐지라는 부분은 불교신앙의 문제와 결부되기 때문에, 왕정폐지라는건 타이실정과 전혀 맞지 않는 이야깁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대중적으로는 그런 인식이 지배적이고 그런 인식이 편한건 사실이긴 합니다만,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 있어서 선악이분법은 논의를 진전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경우가 없습니다...-- 그리고, 선이라고 여겨지는 것 또한 "왜 나는 선인가" 에 대해 꾸준히 정당성을 획득하려 하지 않는다면, "독"선이 되는건 시간문제고... 지금 한국의 소위 민주화세력이 그런 연장선상에서 정당성을 많이 까먹은게 또 현실이죠... 물론 저는 그래도 여전히 그 쪽이 더 정당성이 높다고 생각하지만...--
절대적으로 공감합니다. 개인적으로 태국 만악의 근원은 입헌군주라면서 실제로는 막대한 부와 수십년간의 이미지메이킹으로 전제군주로 군림하며 시대의 발전을 막으려하는 현국왕이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멍청한거보다는 똑똑한 놈이 낫긴 하고... 푸미폰 아둔야뎃은 나쁜 사람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하긴 합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기존체제의 변화에 적대적인게 문제고... 사실 타이도 경제가 급성장하고 있고 사회변동의 폭이 큰지라, 탁신의 등장은 그러한 사회변동의 반영인 면이 크다고 봐요. 그렇기에 그러한 사회변동에 맹목적으로 저항하면서 "착한척" 하는 면에서 국왕은 비난받아 마땅하죠.
@앙겔루스 노부스 푸미폰 국왕에 대해서는, 일반론과는 반대인 유재현씨의 이 비평에 동의하는 편입니다.
"군주제의 불행은 가끔씩 뛰어난 능력을 가진 군주가 등장한다는 것이고 다행은 그 능력이 아들에까지는 미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중이 현명하지 않다면 무능한 군주인들 무슨 수로 다행이 될 수 있겠는가."
냉정하게 말해서, 푸미폰 국왕이 무능했다면, 그래서 정치변동에서 꼭두각시 노릇 이상을 할 수 없었다면, 태국의 정치와 민주주의는 훨씬 발전했을 겁니다. 그가 유능하기에 태국의 계속되는 정치정변들에서 왕권과 왕당파의 힘이 더해져만 갔고, 그런 '성과'를 얻는 대가는 계속되는 민주주의의 약화와 정치의 실종이었으니까요.
정치에서는 약간의 차이만 있을지라도 그걸 찾아 차악과 최악을 분별해내야만 개선이 있는 겁니다만, 태국의 왕당파와 탁신 세력간의 차이는 약간이라고 부르기엔 좀 심하게 크죠.
그리고 태국 왕당파가 반동혁명을 노린다고 하기도 힘들다고 봅니다. 어차피 지금 방콕에서 옐로셔츠가 기세를 올려도, 레드셔츠가 더 동원력이 앞서요. 전면적 내전이나 군부 쿠데타의 명분을 주기 싫어서 방콕에서 부딪히지 않는 것 뿐이니, 옐로셔츠로 정권장악은 불가능합니다. 만약 정권장악이 이뤄진다면, 그건 그냥 군부 쿠데타죠. 그게 실제로 일어난다면 소비에트의 예보다는 국가재건최고회의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를 드는게 맞을 겁니다.
군부쿠데타는 내심 옐로셔츠가 원하는 면이 크기도 합니다만... 본문에서 말씀드렸듯이, 군부는 기본적으로 반탁신적 정서가 강합니다. 타이의 기득권 집단의 돌격대이자 그 핵심자체이기도 하기에... 그러나 2006년의 쿠데타시 국제여론의 심각한 반발과 국내정치에서의 극한적인 소요를 겪은 이후, 쿠데타의 약발이 떨어짐을 실감한 군부측에서 신중하게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는거지요. 만약에 옐로셔츠가 "혁명"에 성공한다면 군부는 정치불개입운운하면서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레드셔츠가 "쪽수" 가 우세한건 틀림없죠. 그러나, 옐로셔츠는 기본적으로 사회엘리트층, 지도층에서 광범위한 지지를 얻고 있기 때문에, 소수라도 사회적 권력면에서 뒤진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오히려 앞선다고 봐야겠죠. 선거라는 것을 전면적으로, 대놓고 부정하고 나오는 세력이 이렇게 대대적인 동원을 할 수 있고, 상당한 지지세를 유지하는 데에는 그러한 물적 역학적 기반이 있습니다.
@앙겔루스 노부스 맞는 말씀입니다만, 어쨌든 옐로셔츠의 사회적/경제적 자본력을 한껏 투사해도 선거에서 그들이 만족할만한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그렇게 구성된 정부를 그들 손아귀에 있는 비선출권력(헌재, 부패방지위원회, 무엇보다, 국왕)이 견제하고 있는데도 왕당파들은 의회와 내각을 해산하고 민주적 선거를 부정하기까지 하며 정치권력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그들이 선거를 통해서 바라는 것을 얻지 못하고, 그들의 바람을 현실에서 가능한 수준으로 축소시키지도 못한다면, 할 수 있는 건 실력행사를 통한 정부전복 및 장악 뿐입니다. 여기서 군부가 개입하지 않는 한, 경찰력+레드셔츠 동원력vs옐로셔츠 동원력의 대결이 될 수밖에 없죠.
@푸른숲 그걸 옐로셔츠의 반동혁명이라고 표현한거죠.
@앙겔루스 노부스 그러니 레드셔츠의 동원력이 옐로셔츠와 같거나 그를 능가하는 이상, 군부 쿠데타 이외에는 왕당파가 바라는 정권획득을 가능하게 할 수단이 없다는 겁니다. 애초에 권력집단이 그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폭력/물리력을 동원한 실력행사를 해야 한다면, 그건 자신들의 진짜 힘을 쓸 수 없는, 정말 몰릴 대로 몰린 상황이죠.
또한 현재 태국 군부가 2006년과 2010년을 거치며 쿠데타에 비교적 소극적인 면을 보이는 건 사실입니다만, 태국의 육군사령관은 군부의 정치개입의 여지가 있다고 연기를 풍기는 상황입니다. 더군다나 명분이라는 면에서, 왕당파와 군부의 최후의 카드인 푸미폰 국왕이 있는 이상, 쿠데타 가능성을 일축하긴 어렵습니다
@푸른숲 근데 말 그대로 지금 상황에서의 쿠데타는 최후의 카드에요. 기득권층 입장에서는 쿠데타를 또 일으켰는데 실패할 경우 이제는 정말 친나왓 일가를 막을 방법이 전혀 없어집니다. 그런 부분이 쿠데타에 신중한 큰 이유중 하나죠.
@푸른숲 작금의 소요사태도 결국은 어떤 형태로든 정변을 일으키기 위한 밑밥중 하나인데... 친나왓 진영도 그런거 모르는거 아니고 말려들지 않으려고 유화적으로 나가고 있고 그런거죠. 아마 이번 총선이 또 타이 법원으로 갈텐데,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가 일단의 분수령이겠지요.
@앙겔루스 노부스 사실 평화적인 해결책이라고 해봐야 왕당파들이 현실을 인식하고 바라는 바를 좀 낮게 조정하는 정도로 만족하는 정도 뿐일텐데 말입니다. 이제와서 탁신을 한국의 3당 합당에서 김영삼 꼬셔오듯 데려와 선거에서의 세력비를 역전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현재의 타이 권력구조 자체가 헌법재판소니 반부패위니 등의 사법화, 비선출권력을 통한 왕당파의 권력 행사가 민주주의를 남겨둔다는 전제 하에선 더 이상 강화시킬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수준이니까요.
그리고 푸미폰 국왕이 진짜로 왕위계승문제를 진지하게 고려할 만큼 생존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도 있고, 타이 정세가 급변사태로 진행될 변수는 좀 많다고 보입니다.
옐로셔츠는 더 이상 태국정치발전을 저지시키는 장애물임이 명백해 보이기는 하는데, 국왕의 존재에 너무 기대고 있으니 곧 한계가 오지 않을까요? 다만 탁신을 위시한 집단도 정말 진보적인 사회가 되는 길을 만들지는.. 설명까지 해주셨지만 참 복잡하네요 ^^;
국왕의 존재에 의지하는 바가 없진 않지만, 이미 푸미폰은 2006년 이래 거의 10년가까이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지 않고 있는 상황인지라, 지금 상황은 옐로셔츠의 자생성이 확인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갈등이 무조건 나쁘다고만 보진 않아요. 권위주의 3각 편대중 군부는 눈치보고 있고, 국왕도 몸사리고 있는 상황에서 나서는건 현재 기본적으로 중산대중입니다. 옐로셔츠가 권위주의 우파이긴 하나 그들의 현재 행동양태는
"대중운동"
이라는거죠.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대중운동과 대중운동의 갈등인게 현재 상황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타이가 내전등으로 인한 파국,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 정도의 극심한 갈등의 지속같은 최악의 사태만 벌어지지 않는다면 이러한 대중정치세력간의 갈등은 장기적으로 정당 사회단체형태로 발전할 여지도 있다고 봅니다. 물론 그게 그냥되는건 아니고 정치적으로 깊이있는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긴 할테지요... 오히려 한국처럼 참여는 점점 줄어들면서 갈등만(그것도 아가리파이팅만) 늘어나는 상황에 비하면 긍정적인 징조마저 있다고도 보는 편입니다.
어우....복잡하네요. 매우...
탁신의 경우 여러모로 복잡한 인물이 맞긴 한거같아요....그러고보니 기억 어디에서 탁신하고 노무현을 비교한 뭐가 있었던듯도 한데... 가물가물.
사실 한국정치는 우리가 제대로 겪고 보고 있으니 잘 아는거지만, 다른 나라 사람보고 한국정치에 대해 이해하라고 한다면... 한국정치보다 훨씬 격렬하게 대립하고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타이정치를 이해하는 것이 어려운건 당연한 거긴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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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인물이어서 찾아봤는데 1930년대를 전후해 활동한 인물이군요. 그래도 타이는 꾸준히 발전해왔고, 이 갈등도 또 다른 발전의 씨앗이 될 수도 있겠지요. 긍정적으로 발전적으로 해소되길 바랄 뿐입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ㄷㄷ
재밌는 역사이야기~
였으면 좋겠습니다만... 재밌게 글 잘 쓰는 사람들 참 부러우요
결국 쿠데타가 났네요. 다시 보면서 탁 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