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피딩 다이어트(Refeeding diet) 원리
하루 과식, 영양 섭취 늘면서 신진대사율 높아져
주 1~2회 평소보다 30% 칼로리 섭취 늘리면 돼
일러스트=박상철 화백
다이어트 중 가끔 마음껏 먹는 치팅데이(Cheating Day)가 다이어트에 도움까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많은 다이어터들이 한 번쯤 빌어본 소망일 것이다. 꿈만 같게도, 치팅데이를 즐길 수 있는 다이어트 방법이 있다. 일명 리피딩 다이어트(Refeeding diet). 마음껏 폭식하면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지만, 먹는 양을 어느 정도 통제해 치팅데이를 즐기면 오히려 다이어트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어떻게 가능한 걸까?
◇리피딩, 신진대사율 높여
처음 다이어트를 시작할 땐 몸도 마음도 의욕에 넘쳐, 식단도 잘 조절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기 마련이다. 실제로 살도 잘 빠진다. 그러나 점점 의욕이 사라지고 몸엔 힘이 빠진다. 몸이 적게 먹는 것에 적응하면서 신진대사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이다. 대사가 느려지면 살은 잘 안 빠지고, 근 손실이 난다. 정체기에 돌입한 것. 이때 날을 정해 평소보다 계획적으로 과식(리피딩)하면 오히려 다이어트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물론 배고픔에 한껏 예민해졌던 기분도 좋아진다.
리피딩을 하면 일단 대사에 이용할 수 있는 영양소가 몸속에 평소보다 많아지면서 신진대사율이 높아진다. 다이어트 초기처럼 다시 지방 연소가 잘되기 시작한다. 식욕도 오히려 더 통제돼 다이어트를 지속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포만감을 키우는 호르몬인 렙틴 수치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렙틴은 식욕을 억제하고, 신진대사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보통 체중이 감소할수록 체내 렙틴 수치는 낮아져 식욕을 참기 어렵다. 실제로 이란 샤히드 베헤쉬티대 의대 영양식품공학부 연구팀이 계속해서 음식 섭취를 제한하는 다이어트와 리피딩 다이어트 효과를 비교했더니, 리피딩 다이어트를 실천한 그룹이 음식 섭취를 계속 제한한 그룹보다 신진대사 속도가 더 빨랐고,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감소량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리피딩 다이어트를 한 그룹의 참가자들은 식욕이 감소했고, 만족도가 컸다고 밝혔다. 비욘드 피트니스 클럽 김현욱 트레이너는 "다이어트를 하면서 어떤 영양소가 결핍되면 우리 몸은 제대로 대사활동을 이어가지 못한다"며 "부족해진 체내 영양소를 리피딩으로 채워주면 정체기를 벗어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탄수화물 1.3배 더 먹어야
리피딩 날에는 평소보다 대략 30% 칼로리 더 섭취하면 된다. 예를 들어 평소 약 2500kcal를 먹고 있다면, 리피닝 날엔 30%인 750kcal를 더해 3250kcal를 먹는 것이다.
음식으론 놀랍게도 밥, 고구마, 감자, 떡, 식빵, 파스타 등 다이어트 금기 영양소라 평소 많이 먹지 못했던 탄수화물을 배치하는 것이 좋다. 단국대병원 예방의학과 채유미 교수는 "신진대사를 끌어올리려면 탄수화물을 먹으면 효과적이다"라며 "평소 탄수화물을 제한하다가 한 번씩 많이 먹으면 몸에서 매우 활발히 이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단당류 등 GI 지수가 높은 탄수화물을 평소보다 많이 먹으면 렙틴을 효과적으로 올릴 수 있다. 단백질 섭취는 렙틴 농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지방은 오히려 렙틴 농도를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리피딩은 주 1~2회면 적당하다. 너무 잦게 리피딩 날을 설정하면, 렙틴 농도가 과하게 높아져 오히려 렙틴 호르몬 기능이 고장 나는 렙틴 저항성이 생길 수 있다. 다이어트 초기이거나 정체기가 아니라면 굳이 리피딩을 하지 않아도 효과적으로 다이어트를 진행할 수 있다.
◇잘못하면 리피딩 증후군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리피딩 다이어트를 할 때는 무엇보다 너무 많은 음식을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김현욱 트레이너는 "과도하게 먹으면 넘친 칼로리가 지방으로 변환돼 저장되는 오버 스필링 효과가 일어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며 "아무래도 리피딩 날 허락된 약간의 자유가 폭식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에 적어도 다이어트를 한 지 한 달이 지나 열량 조절에 대한 감을 익힌 후 리피딩 다이어트를 시작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오래 다이어트를 한 사람이 리피딩 다이어트를 한다면 건강을 위협하는 리피딩 증후군이 생길 수 있다. 이미 지방과 단백질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데 익숙해졌는데, 리피딩을 하면서 갑자기 혈당이 급격하게 올라가기 때문이다. 대사 과정이 빨라지며 에너지를 만들 때 꼭 필요한 인산이 다량 필요해져 저인산혈증이 생길 수도 있다. 이는 피로, 호흡곤란, 혈압상승, 발작, 부정맥 등의 증상을 초래한다. 이 외에도 ▲거식증이나 영양결핍 환자 ▲최근 수술을 한 사람 ▲인슐린, 항암제, 이뇨제, 제산제 등을 투여하고 있는 사람 ▲암 환자 ▲당뇨병 환자 ▲알코올성 질환을 앓은 적이 있는 사람 ▲BMI 지수가 매우 낮은 사람 ▲혈액 검사에서 혈중 인산, 칼륨, 마그네슘 농도가 낮게 나온 사람 ▲3~6개월간 체중이 15% 감소한 사람 등은 리피딩 증후군 고위험군이므로, 리피딩 다이어트를 하기 전엔 반드시 의료진, 트레이너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안전하다.
이슬비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