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인천시의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라는 포부를 담고 개통된 인천지하철 2호선. 그러나 모든 시민들에게는 해당되지 않은 이야기인듯 하다.
인천 남동구에 거주하고 있는 노푸름 씨는 안전성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인천지하철 2호선에 대해 ‘공포’라고 평했다.
휠체어를 이용하고 있는 노 씨와 함께 인천지하철 2호선 상황이 어떤지 알아보기 위해 2일 노 씨의 인천지하철 2호선 탐승기를 함께했다.
덜컹덜컹 움직이는 지하철, 고정할 수 없는 휠체어
![]() | ||
▲ 지하철 안 휠체어석에 안전벨트가 있지만 접이식 의자로 인해 공간이 부족해 사용을 할 수가 없다. |
노 씨가 플랫폼에 무사히 도착해 지하철에 탑승해 휠체어석으로 이동했지만 안전바가 아닌 접이식 좌석이 부착돼 있었다.
같은 인천지하철인 1호선을 비롯해 경인1호선, 공항철도, 등 모든 지하철에는 가로 또는 세로로 장애인이 붙잡을 수 있는 안전바가 설치돼 있다. 그러나 인천지하철 2호선에는 접의식 좌석이 부착돼 있어 휠체어석은 비좁기만 했다.
이로 인해 지하철이 덜컹거려도 어딘가를 잡고 의지할 수 있는 곳이 없어 노 씨는 지하철에서 내리는 순간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실제 지하철이 직선구간을 지날 때 덜컹거림으로 인해 휠체어가 앞으로 쏠리는 등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노 씨는 “이마저도 다른 승객이 접이식 좌석을 펴고 앉으면 우리가 있을 곳은 없어진다. 휠체어를 이용하거나 중증인 경우에는 사람들이 양보를 해주겠지만 경증이나 겉으로 불편함을 확인 할 수 없는 경우에는 욕을 얻어먹기 마련.”이라고 토로하며 “모든 지하철의 휠체어석에는 가로 또는 세로로 장애인이 붙잡을 수 있는 안전바가 설치돼 있는데 인천지하철2호선은 왜 설치를 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덜컹거리는 순간 우리가 의지할 곳은 접이식 좌석인데 이마저도 팔에 힘이 있는 사람들이나 가능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 | ||
▲ 접이식 의자를 잡고 있는 노푸름 씨. |
장애인화장실 비상통화장치 버튼 ‘무용지물’… 역사 안은 안전할까?
인천지하철 2호선은 열차 내부 외에도 신축된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역사 내 편의시설과 안전시설에 대한 미흡이 곳곳에서 지적되고 있다.
![]() | ||
▲ 인천지하철2호선의 한 역사에서 촬영된 사진.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
가장 먼저 지적되는 부분은 승강장~열차 간 거리가 5cm 미만 인 적합기준에 부합하는 역은 단 한 곳도 없는 상황이라는 것.
실제 노 씨의 도착지였던 인천시청역 역시 승강장과 열차 간 간격이 기준에 맞지 않는 곳이었다.
노 씨는 “승강장~열차 간 거리가 적합기준이 5cm미만인 데 이에 부합하는 역은 단 한 곳도 었다.”며 “인천지하철2호선의 경우 무인으로 움직이고 있는 데 만약 지하철에서 타고 내릴 때 이러한 끼임 사고가 일어나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뿐만 아니라 열차가 고장이나 사고가 날 경우 대피할 수 있는 대체시설도 없을뿐더러 현재 대피할 수 있는 대피로의 폭이 30cm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휠체어 장애인은 모든 구간에서 사고 시 대피할 수 없는 폭.”이라며 “이곳이야 말로 사고의 위험을 안고 달리는 ‘공포철’이 아니고 무엇인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장애인 화장실. 장애인화장실 비상통화장치 위치와 세면대의 안전바 미설치, 유도 시설 등 문제점 등은 여전히 산적해 있다.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인천장차연)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장애인화장실 비상통화장치의 경우 위치가 잘못 부착된 곳이 대다수였으며 세면대의 경우 안전바 미설치 등이 발견됐다.
![]() | ||
▲ 장애인화장실 내 비상통화장치가 잘못된 위치에 부착돼 있다.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
비상통화장치의 경우 좌변기에 앉았을 때 바로 손을 뻗어 누를 수 있는 위치가 아닌 뒤 쪽에 위치하는 경우가 대다수라 장애인들이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있다.
또한 세면대의 경우 안전바가 전혀 설치돼 있지 않아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세면대를 이용하기가 매우 불편했다.
설치는 했지만 기준에 맞지 않거나, 이용이 어려운 ‘무용지물’인 셈.
![]() | ||
▲ 시민공원역(왼쪽)과 독정역은 화장실로 유도하는 점자블럭이 잘못설치 돼 있다.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
노 씨는 “역 마다 위치가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대다수 장애인화장실이 이런 식으로 돼 있다. 이는 장애인에 대한 이해도 없이 시공 됐기 때문이다.”며 “저처럼 허리와 팔에 힘이 있는 사람이라면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은 누를 수도 없게 만들어놨다. 뿐만 아니라 독정역이나 시민공원역의 경우에는 화장실로 유도하는 점자블럭마저 잘못 설치돼 있으며 장애인화장실 개·폐 버튼의 점자 또한 버튼에 바로 위치한 것이 아닌 그 밑에 표기돼 있어 버튼을 찾기가 어렵다.”고 꼬집었다.
덧붙이자면, 노씨가 이날 이용한 남동구청역은 인천지하철 2호선 역사 중 ‘그나마 운영이 잘되는 곳’ 중 하나였다는 것이 지역 장애계의 설명이다.
인천지하철2호선, 장애인편의시설 개선사항 170곳
![]() | ||
▲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이러한 문제를 안고 있는 인천지하철 2호선에 대한 안전시설 개선 촉구를 위해 인천 장애계가 나섰다.
같은날 인천장차연은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지하철2호선 장애인편의시설 즉각 개선을 요구했다.
인천장차연에 따르면 인천지하철 27개 노선에 대한 역사 편의시설 내용을 조사한 결과 170곳의 개선필요사항이 발견됐다.
특히 엘리베이터 고장시 대체시설과 비상시 장애인 대피로, 승차권 자동발매기가 전 역사에서 부적합 결과가 나왔으며 승강장~열차 간 거리는 23곳의 역사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됐다.
인천장차연 장종인 사무국장은 “지난 3월 인천시에 2호선 개통에 앞서 장애인편의시설에 대한 사전 점검을 합동으로 진행하고 개통전 문제점을 사전 보완하자는 제안을 인천시에 한바 있다.”며 “그러나 인천시는 이를 거부했고 결과는 장애인의 안전과 이동권을 책임질 수 없는 ‘안전 지옥철’이 되고 말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인천시, 인천도시철도본부, 인천교통공사는 장애인의 안전과 이동권 보장을 위해 장애인편의시설 개선을 최우선으로 실시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인천시는 지난 1일 도시철도 2호선 운행과 버스 노선조정과 관련한 대책회의를 통해 인천지하철 2호선의 정상 운영을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