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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동의 열번째 단편소설 < 크리스마스 생일선물 >
→ writer. 프동
아침 9시.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 나는 쌀쌀한 기운에 보일러 온도를 좀 더 높여 놓고선
보랏빛 가디건을 걸치고 토스트를 굽기 시작했다.
곧 집안 온통 고소한 냄새가 퍼지고 냉장고 한구석에서 일주일전에 만들어놓은 사과쨈을 꺼내들었다.
빵에 쨈을 얇게 펴바른 뒤, 접시에 예쁘게 담는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토스트와 사과쨈의 조화는 누가 보아도 퍼펙트였다.
소파에 앉아 우아하게 한 입 베어물고는 바로 입안에 퍼지는 달콤한 향에 기분이 좋아진다.
뭔가 허전하다 싶었는데, 부엌에 가보니 커피를 끓이려 가스렌지에 올려놓은 주전자가 덜컹거린다.
재빨리 뚜껑을 열다가 난 그만 바닥에 떨어뜨리고 만다.
뚜껑에 맺혀있던 뜨거운 물이 내 발등에 뚝뚝 떨어진다.
" 앗 뜨거! "
화장실에 들어가 얼른 찬물을 끼얹었지만 그새 빨갛게 부어오른 발등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 아이씨… "
발등을 살살 만지고 있는데, 초인종 소리가 들린다.
이 아침부터 찾아온 사람은 누구일까.
" 누구… "
" 누나!! "
옆집사는 놈.
" …… "
" 아 튕기지 말고 문이나 빨리 열어! "
귀찮은 놈.
아직 고삐리 냄새 팍팍 풍기는 어린 놈, 현우이다.
오늘은 아침부터 녀석에게 시달리게 생겼군.
" 에휴. "
학교가야 할 놈이 아침부터 우리집엔 왠일인지.
철커덕-
" 으음- 빵냄새. 나 아침 안 먹은거 어떻게 알고~ 이런 센스… "
" 정현우, 너 학교안가? "
" 쯧쯧. 역시 늙었다니까. 오늘은 12월 23일. 그러니까 이 날은 세성 고등학교 겨울방학 스타트! 유후- "
오 마이 갓, 방학이라니.
방긋방긋 웃음을 지어보이며 소파로 가서 쿠덩텅 엎드리더니 내 토스트를 야금야금 먹어버린다.
저걸 죽여 말어.
톡-
" 아 왜 때려! "
" 집에 가. 여기가 너네집이야? "
" 응!! "
" 아우 진짜!!! "
난 머리를 헝클어뜨리고는 커피를 타러 부엌으로 가려는데,
욱씬-
" 아앗. "
발등이 너무 아픈 나머지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와 동시에 티비를 보던 현우의 고개가 홱 돌아간다.
" 누나, 왜그래! "
" 아무것도 아니야. "
" 아니긴, 어디봐봐. "
얼른 주저앉더니 내 발을 요리조리 살핀다.
" 헐. 화상. "
현우의 얼굴에 근심이 서린다.
" … 데인거 처음보니. "
" 이거 약발라야되는데. 아니다 병원가자 병원! "
그러더니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자신의 등을 들이댄다.
… 어쩌라고.
" 뭐하자는 거야. "
" 업혀! "
참내.
찰싹-
아프지 않게 현우의 등을 보기좋게 내리치고는 소파에 앉았다.
" 아! 왜때려 또. 완전 폭력쟁이야! "
어린놈의 칭얼댐은 어쩔땐 귀엽기도 하지만, 시끄러.
" 저기 내 방 책상 밑에 구급약통 있어. 그거 가져와봐. "
손이 닿을락 말락하는 자신의 등을 어루만지더니,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내 방으로 돌진한다.
여기 3층이거든. 전생에 캥거루고기를 구워 먹었나.
왜 저렇게 뛰어다녀 진짜.
1 2 3 4 5 .
" 누나 여기! "
이 녀석은 정확히 5초만에 구급상자를 내 방에서 거실까지 배달했다.
그래, 고맙다.
" 너 엄청 빠르다 현우야. "
" 나 이래뵈도 학교에서 이어달리기 선수였다니까? "
" 푸훗. 그래서 1등했어? "
" 세상에서 1등보다 더 값진 건 2등이랬어. "
그냥 2등 했다고 해. 머저리야.
" 누가 그러디? "
" 우리 선생님이. "
" 핏- "
내가 어이없단 듯이 웃어보이자, 히죽히죽 개죽웃음을 날린다.
아가다 아가.
" 많이 아프겠다… "
" 별로 안아퍼. 이리줘봐. "
" 싫어. "
" 장난치지 말고… "
" 내가 누나 치료해 줄껀데? "
그러더니 능숙하게 구급상자를 열어 화상약과 붕대, 그리고 반창고를 꺼내든다.
내 발을 자기 무릎에 턱 올리더니 약을 살살 발라준다.
" 호- 호- "
약을 바르고 발등에 바람을 불어넣는다.
아악. 간지러워 정현우.
" 야아- "
" 호- 아파? "
" 아니, 으히히. 그게 아니구- 간지러워. "
" 변태누나. 느끼지마. "
개자식이구만.
" 누나 발 이쁘다. 엄청 하얘. "
" 이제 알았냐? "
" 푸힛. 공주병 우리누나. 누난 다 이뻐- "
쿵쾅 쿵쾅.
갑작스런 녀석의 고백에 얼굴에 빨개져버린다.
아 나 왜 이러지.
붕대를 감아주면서 주절주절 말을 꺼낸다.
" 이거 덧나면 안되니까 이따 저녁에 붕대풀고 약 다시 또 발라줘야…"
응급처치를 능숙하게 해내는 현우가 오늘따라 예뻐보인다.
현우는 1년 전 우리 옆집으로 이사왔다.
동네 주민들 말에 따르면 현우가 12살 때, 엄마아빠는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지금은 5살 위인 형하고 둘이서 살고 있다고 들었다.
*
붙임성 좋고, 남자애 치고는 예쁘게 생긴 현우를 처음본 건 1년전 아파트 앞에서였다.
집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를 누르니 엘리베이터는 16층을 올라가고 있었다.
답답한 마음에 ' 3층이니 괜찮겠지. ' 라는 마음에 쓰레기 두봉지를 들고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 끄응. 끄으응. "
생각보다 무거운 쓰레기봉투를 들고 끙끙 거리며 한 계단 씩 내려가고 있는데,
어느 따뜻한 손이 내가 들고있던 쓰레기를 가져가버린다.
" 3층에서 이게 뭐하는 짓이에요. 보기보다 멍청하시다. "
멍청? 처음보는 사람인 것 같은데…
" 뭐. 뭐에요? "
" 히히. 농담이에요. 안녕하세요! 전 이틀 전에 옆집으로 이사 온 정현우라고 해요. 반가워요. "
허여멀겋게 생긴 놈이 내 쓰레기 봉투를 들어주더니 갑자기 히죽거리며 내게 인사를 건넸다.
현우는 그 때부터 우리집 쓰레기를 밖에 버려주면서 내게 한 걸음씩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 날, 처음 본 녀석은 마냥 귀엽기만한 그리고 적당히 싸가지도 없는 이웃 동생이었다.
*
지금은 처음봤을 때보다 키도 많이 크고, 얼굴도 더 하얘졌다. 남자새끼가 되가지고는 여자보다 더 하얘.
머리는 권지용인지 뭔지를 따라한다고 며칠 전에 뱅헤어로 잘라왔다.
'짜잔 짜잔' 거리면서 내 앞에 통통 튀어다녔는데, 애기같이 귀엽기도 하다.
머릿결 하나는 진짜 좋네.
"혹시 진물나면, 휴지로 닦지 말고 솜에 소독약 묻혀서 닦아줘야된다? 알았지? "
" …… "
" …누나? "
" 어, 어? "
" 뭘 그렇게 쳐다봐. 이거 안되겠구만- 누나도 나한테 빠져버린거야? 으히히. "
아 쪽팔려.
이게 뭔 개쪽이람.
정신없이 녀석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고개를 듬과 동시에 눈이 마주쳐버렸다.
" 뭐, 뭐? 이게 쪼끄만게 아주 못하는 소리가 없어! "
" 히히히. "
히죽히죽. 항상 뭐가 그리도 좋은지.
아- 붕대 때문인지 발이 참 따뜻하다.
" 누나발은 너무 차가워. "
" 뭐어? "
이런. 붕대의 보온성 때문이 아니라, 이건 현우의 따뜻한 손이었다.
" 에이. 안되겠네. 기다려봐바- "
또 다다다다.
내 방으로 달려가더니 빨간색 유성싸인펜을 들고 나온다.
뭘 또 하려는건지.
" 누나 발 움직이지 마. "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아, 붕대에다가 열심히 끄적인다.
" 짜짠!! "
뭘 그렇게 열심히 끄적이나 했더니 1분 뒤 녀석이 내게 보여준 건.
발등을 가득채운 커다란 빨간색 하트였다. 색칠까지 했다.
" 이게 뭐야? "
" 하트지! 누나 발이 너무 차갑잖아. 여기 있는 하트는 내 심장이야. 평생 따뜻하라고. "
쿵덕쿵덕.
또 갑작스런 현우의 고백. 애꿎은 심장이 자꾸 쿵쿵쿵 내 마음을 두드린다.
오늘 너 사람 많이 당황시키는구나.
" 풋. "
난 또 웃음으로 넘겨버릴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아직 넌 나에게 어리기만한 동생인걸.
" 어, 왜웃냐? 지금 좋아서 웃는거지? 그치? "
내 앞에 얼굴을 들이밀고 꼬치꼬치 캐묻는 현우가 귀여워 난 또 웃어버렸다.
" 푸우웃. "
" 이 아줌마 진짜 좋은가보네? 누나 이런거 좋아하는구나? 앞으로 많이 해줄게 달링- "
" 달링같은 소리하고 앉았네! "
내 눈 바로 앞에 있던 현우의 콧등을 살짝 내리치며 어이없단 듯이 녀석을 쳐다봤더니, 그 새 또 울상이다.
" 내가 무슨 멍멍 개새끼도 아니고, 코는 왜치냐! "
" 말좀 이쁘게 하지? 개새끼는 왈왈이고, 멍멍은 강아지야. 멍충아- "
현우는 입이 대빨나와서는 리모컨으로 채널만 돌리고있다.
" ……나. "
작게 뭐라 지혼자 중얼중얼 거리는데. 뭐라는 거지.
그런 현우를 내버려두고 나는 밀린 방학숙제를 하기위해 내 방 컴퓨터앞에 앉았다.
내가 그 때 현우가 한 말을 들었으면, 어떤 기분이었을까.
" 코 밑에는 입술도 있는데. 세상에는 입술 때리는 벌은 없나. "
-
몇분이 지났을까. 인기척이 들려 뒤를 돌아보니 현우가 침대에 걸치고 날 빤히 쳐다보고 있다.
" 뭐야, 너- "
" 누나. 뒷통수 되게 예쁘다. "
어렸을 때부터 뒷통수 예쁘단 말 많이 듣긴했지.
너는 볼 데가 없어서 남의 뒷통수를 구경하고 난리니.
" 알아. 알아. "
" 되게 동그래. 누나 마음처럼. "
" …? "
" 1년동안 엄마처럼 도시락도 싸주고, 내가 사고치면 학교로 달려와서 다 해결해주고.
독감 걸렸을 때 옆에서 간호도 해주고… "
" 갑자기 왜이래. 새삼스럽게, 징그러 이 자식아. "
" 그냥! 고마워서요, 아줌마가. "
쿵덕 쿵덕.
고맙다고 말하면서 눈웃음을 치는 현우가 예뻐보인다.
너도 참…
현우의 한마디에 발갛게 상기된 얼굴을 추스르고 난 괜히 큰소리를 쳤다.
" 아 너 집에 안가냐? "
" 갔으면 좋겠어? "
" … 뭐 꼭 그런건… "
" 간다, 가! 으이그. 마귀할멈같으니라고. "
이젠 폭력쟁이 아줌마도 모자라서, 마귀할멈이라구?
" 가버려! "
" 알았다고! 누나 내일 뭐해? "
" 내일? 아무것도 안하는데… "
" 그럴 줄 알았다. 내일 7시에 시간 비워둬- **공원으로 나와. 알았지? 그럼 간다? 내일봐요! 뿅- "
뿅이라니. 요즘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굿바이 인사법인가?
지 혼자 이상한 의성어를 내뱉더니 우리집을 빠져나가버린다.
벙쪄있는 내가 대답할 시간도 주지않고.
깜박.
인터폰이 켜지더니 방긋방긋 웃으며 손을 흔드는 현우가 보인다.
귀여운 자식…
그나저나 내일 뭐하려고 그러지?
-
늦은 밤 침대에 누우니 내 발등에 새겨진 빨간색 하트가 눈에 띈다.
현우는 참 특이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현우야 오늘 3번 내 심장이 쿵쾅거렸어. 왜 그럴까. 넌 동생인데. 나에겐 어리기만한 동생인데 말이지.
이러다가 너가 남자로 보이는 날엔. 그렇게 되면 난 어떻게 해야될까 무지 걱정되기도 해.
자신의 심장이라는 낯간지러운 말을 내뱉은 하트를 보고 미소지으며 잠이 들었던 것 같다.
-
지이이잉- 지이이잉-
이른 아침인 것 같은데.
또 내 단잠을 깨우는 건 누구야 도대체.
" 여보세요… "
- 주연하? 연하야!
" …어. 누구. "
- 나 지은이!
" 지은… 어!! 황지은? "
- 그래 기지배야! 잘 지냈어?
" 당연하지! 왠일이야- "
- 오늘 시간되나 하고. 오랜만에 우리 중학교동창들 모일까했지!
" 오늘? "
' 내일 7시에 시간 비워둬- **공원으로 나와. 알았지? 그럼 간다? 내일봐요! 뿅- '
몇 초간 현우와의 약속에 내 머리를 맴돌았다.
- 응- 시간되냐구 기지배야. 얼굴 좀 보자!
" … 몇시? "
- 4시. 신촌에서 만날껀데. 괜찮지? 시간되는거지?
' 7시에 시간 비워둬- '
' 7시에 시간 비워둬- '
3시간이면 충분히 놀 수 있겠지.
" 그래! 응- 메가박스 앞? 오케이- 어잉. 그래, 이따봐- "
약속을 정하고 시계를 보니 10시.
아 오래 잤구나.
오랜만에 만나는 중학교동창들이라 한껏 예쁘게 멋을 부리고 신촌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구두를 신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뒤로하고, 난 부츠라도 신자 라는 마음에 붕대를 푸르고 밴드를 붙였다.
부츠를 신으니 조여옴에 통증이 오긴 했지만, 여자들의 멋을 위한 노력이라 생각하고 아픔을 참으며 친구들을 만났다.
다들 휘황찬란 빛이 난다.
색색보석들에, 다들 남자친구가 있는건지 왜 반지는 약지에다 끼고들 난리야. 짜증나게.
" 어머! 이게 누구야, 연하아니야? "
" 헐. 주연하? 너 진짜 몰라보게 이뻐졌다! "
쉣. 이게 이뻐진거면 난 중학교 때 천하제일의찌질이였다는거니.
" 몰라보겠다니! 나 이래뵈도 연정중학교 7공주파 두목이었다? "
" 뭐? 푸하하하. "
친구들과 시덥잖은 농담들을 주고받으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았던 것 같다.
폰을 보니 문자 한통이 와있다.
' 뭔 전화를 이렇게 안받아. 누나 오늘 7시 잊으면 안돼 ♡ ' - 눈웃음현우
알았다 이 자식아.
레스토랑에서 가볍게 저녁을 해결하고는 시계를 보니 7시를 훌쩍 넘기고 있었다.
헐. 정현우.
" 나 이제 가봐야 될꺼 같은데… "
" 뭐? 이년아 가긴 어딜가! 왔으면 뽕은 뽑고 가야지- 뽀옹- "
" 그래, 지금 뭐라는 거야 기지배야! 오랜만에 왔으면서. "
" 아나 진짜 가봐야돼 아이들아. 진짜 미안 흐엉. 응? "
" 남자친구라도 있는거야? "
… 남자친구는 아니고 아는 동생.
" 그래. 생겼다! 그러니까 나 보내줘. 안뇽 나 간다! "
" 어? 야야! 진짜야? 엉? 연락해라! 남자친구 구경은 시켜줘야지!! "
난 활짝 웃어보이며 친구들에게 먼 발치서 손을 흔들어 주었다.
시끄럽다 이년들아.
그리고 정신없이 택시를 잡아탔다.
" * * 공원으로 가주세요. "
급한 마음에 핸드폰을 꺼내들어서 열어보니.
오 마이 갓. 신이시여.
폰이 수명을 다했다.
아저씨한테 폰 좀 빌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나니, 이런.
이럴 때를 대비해서 번호라도 외워둘 껄 이라는 생각이 머리속을 스쳤다.
큰일났네.
시계는 야속하게도 8시 1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 아저씨 빨리좀요! "
" 지금 성탄절 이브라 시내쪽이 많이 막히는데… 그 공원까지 갈려면 적어도 1시간은 걸리겠는데요? "
" 1시간이요? 아악. 안되는데… "
이 추운 겨울 날 그곳에서 기다리고있을 현우를 생각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배터리가 나간 까만액정이 화면을 채우고 있는 폰의 폴더만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기만 여러번.
무식한 그 자식은. 나와 관련된 일이라면 융통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현우는 내가 올때까지 계속 기다릴 것이 분명하다.
아 미치겠네. 날도 추운데…
" 이제 거의 다 왔어요, 아가씨. 누구 남자친구랑 약속에 늦었나봐? "
" 네? 아, 아니 그건 아닌데요… "
" 허허. 오늘 남자친구만나러가는 아가씨들만 태우는 것 같아 아주. "
네, 알겠어요 아저씨.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요.
아저씨가 누굴 태워서 얼마를 벌었던 그건 제 알바가 아니구요, 빨리 가주세요. 제발 플리즈 허뤼 업…
정확히 55분 뒤, 현우와 약속한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으. 내 만팔천원.
" 좋은시간 보내요, 아가씨- "
" 아, 네! "
멋쩍은 웃음을 지어주고는 얼른 공원입구로 들어섰다.
이리저리 둘러봐도 현우가 보이지 않는다. 아픈 발을 이끌고 이곳 저곳 뛰어다니기를 몇 분.
답답한 마음에 녀석의 이름을 크게 외쳤다.
" 정현우! "
" 현우야!! "
그 때.
" 폭력쟁이 마귀할멈 아줌마 이제 납시셨네. "
내 뒤엔 두 볼이 발갛게 얼은 현우가 서있었다.
정말 추웠겠다 너.
옷이 그게 뭐야. 마이하나만 턱 걸치고 와서는. 이 추운 한겨울에 병신아.
" 현우야. 미안해… 7시까지 올라고 했었는데… "
" 폰은 왜 꺼놓냐? 사람 걱정하게. "
" 아 그게, 배터리가 나가서… "
" 됐어요 아줌마. 나 춥다. 캔커피 하나만 사줘. "
캔커피든 스타벅스든 내가 다 사줄게.
상점이 몰린 곳으로 발걸음을 향하니, 삐끗삐끗.
그제서야 발에 아픔을 느끼고 난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그러자, 현우가 놀란 눈으로 내 팔을 덥석 잡아버린다.
" 왜그래! "
" …… "
" … 누나 붕대 풀었지? "
" 응?… "
" 바보냐? 그걸 왜 풀어! "
" 그거 하면 부츠도 구두도 다 못신는단 말이야! "
" 구두신고 싶어서 평생 못 걷고 싶어? "
… 말을 해도 꼭. 저게 죽을려고.
" 아씨. 그거 … 데. "
저쪽을 보고 혼자 중얼중얼.
" 뭐? "
" 아니야. "
" 아 뭔데. "
" 그거 내 심장인데… "
쿵쾅 쿵쾅 쿵쾅 쿵쾅.
빠르게 내 심장이 반응한다.
" 누나는 내 심장을 버린거야. 하루만에. 히히. 슬프다. "
" …… "
" 으이그. 여기 앉아있어. 커피 내가 사올테니까. "
가게로 뛰어가는 뒷모습이 아파보인다.
난 전혀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너도 알잖아. 왜 그 말을 하고 웃는거야?
참. 감정 숨기는 법도 좀 배워야겠다 현우야.
185는 족히 넘을 듯한 큰 키에. 옷은 또 얼마나 잘 입는지.
지나가는 여자들이 한번 쳐다보고 갈만한 녀석의 생김새는 나에게 너무 과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잠시 후, 커피 두개를 손에 쥐고는 달려오는 현우가 보인다.
캔커피를 나에게 건네는데, 어? 이거 온음료맞아?
" 야. 이거 차가운데. "
" 따뜻한건데… 내 손이 차가워서 그런가. 먹으면 뜨거울 껄. "
넌 바보같이 손이 그렇게 얼 정도로 여기서 날 기다린거니. 정말 바보같이.
내가 뭐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어린것아.
" …미안. 너 감기 걸리겠다. "
" 난 튼튼 대한민국의 건장한 건아라서 감기따윈 걸리지 않아. "
아이구, 지랄이시죠 정현우씨가.
" 추워. 오늘은 그냥 들어가자. 다음에 놀구, 응? "
" 싫은데. "
" 너 춥잖아! "
" 응. "
" 그니까 가자. 누나가 집에가서 허브차 끓여줄게. "
" 싫어. "
" 아왜! "
" 기다려봐. "
억지부리던 현우가 갑자기 일어서더니 저쪽으로 뛰어간다.
또 뛰어요 저것은.
너 마라톤 선수 해보는건 어때?
차가운 현우 손의 냉기가 흐르는 뜨거운 커피를 홀짝 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펑펑 뭐가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는 밤하늘이 환해지면서 하트가 그려진다.
수십개의 색색별의 하트가 그려질 때, 저쪽에서 장미꽃 한송이를 손에 든 현우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게 지금 뭐…
" 아… 누나 미안해. 놀랐지. 내가 막 바닥에 촛불로 커다랗게 하트도 그리고 누나만한 곰인형도 사고
장미도 백만송이로 해서 주고 싶었는데. "
" …… "
" 쑥쓰럽다. 갑자기 이러니까. 나 누나 정말로 좋아해. 고등학생이 대학생한테 고백한다고 우습게 여기지 말아줘.
내 도시락 싸주는 누나 뒷모습은 어떤 여자보다도 아름다웠고, 우리 담임과 면담하러 왔을 때 나오는 모두 내 칭찬뿐인
말 한마디 한마디는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어. 웃을 때 같이 휘어지는 누나의 눈도 좋고,
항상 체리 찹스틱을 바르고 다니는 입술도 좋고, 아기 피부처럼 뽀얀 누나 얼굴도 좋아.
노래들을 때 까딱거리는 손짓도 좋고, 뭐든지 잘먹는 누나 식성도 좋고… "
" …… "
" 뭐든지 간에 그게 누나라서 좋아. "
" …… "
" 나 누나 처음 본 순간부터 심장이 쿵덕거렸어. 첫눈에 반했다고 해야되나. 그리고는 내가 성인이 되는 날에 꼭 멋지게 고백할꺼라고.
누나가 날 남자로 느낄 수 있을만큼 멋지게 성장해서 고백할꺼라고 생각했어. "
너가 어른이 되는 날?
" 누나. 안 받아줄꺼면 아무말 하지말고 가. "
그러면 오늘이 너의.
" 이 장미 아까 우리 집앞에서 산건데. 누나가 늦게 와서 얘가 벌써 시들거리잖아. "
생일?
" 나 눈 감을꺼야. 셋 셀 동안 내 앞에 그대로 있거나. 집으로 가거나 하나만 선택하기. "
" …… "
" 하나 둘… 둘… 세엣- "
……
현우의 앞엔 아무도 없었다.
차가운 바람을 못견딘 시든 나뭇잎들만이 바닥을 뒹굴고 있을 뿐이다.
꽁꽁 얼은 현우의 볼을 타고 뜨거운 것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손에 쥐고 있던 장미꽃을 바라보면서 조용히 말을 꺼낸다.
" 누나. 나에겐 하나뿐인 소중한 누나. 사랑해요… "
" 난 괜찮아. 커서 다시 고백하면 되지 뭐. 철든 다음에. 누나 앞에 당당히 설 수 있을 때… "
갑자기 뒤에서 따스한 기운이 몰려든다.
몇 초 간격으로 내뱉는 숨결은. 현우가 사랑하는 연하의 숨결이었다.
" 아으 차가워. 난 따뜻한 남자가 좋은데 내 남자친구가 될 이 남자는 누군데 이렇게 차가울까. "
" …누나? "
" 안되겠어. 내가 따뜻한 남자로 만들어 버려야지. "
나의 백허그에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현우가 고개를 들고 얼굴이 활짝 펴진다.
그리고는 홱- 하고 몸을 돌려 내 얼굴을 쳐다본다.
안그래도 커다란 눈이 놀란 토끼눈이 되어 입이 귀에 걸리는 현우가 나는 그저 귀엽다.
" 누나 진짜… "
" …… "
" 정말. 꿈만 같아. "
따뜻한 내 두 손으로 현우의 얼굴을 감쌌다.
얼음장처럼 얼어버린 녀석의 얼굴에 인상이 찌푸려진다.
넌 정말 구제불능이야. 어쩌면 이정도가 될때까지 밖에서…
얼굴 곳곳을 만져주었다.
우린 아무 말 없이 서로를 쳐다보며 입가에는 잔잔한 미소를 띄웠다.
그리고는 내가 먼저 말 문을 열었다.
" 이건 꿈이 아니라 네 생일선물. "
" 생일선물… "
벙쪄있는 현우를 향해 방긋 웃어보이고는 난 까치발을 들었다.
" 그리고 이거는, 3시간 뒤 돌아올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선물이야. "
쪽-
♡ Talking about
으헛, 인소닷여러분 안녕하세요, 프동입니다!
너무 오랜만에 인사드려서 약간 쑥쓰럽기도 하고 떨리기도하고 반갑기도하고!
그동안 너무 인생에 찌들어 산건가요 으헝 ㅠ_ㅠ
너무 바빴던 날들을 지내고 약간의 여유를 틈타서 또 하나의 글을 가지고 오게 되었어요.
전 독자님들 많이 보고싶었는데. 저 기다리시는 분들이 있으셨을런지 모르겠네요.
여름방학이 끝나갈 때, 겨울에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사라졌었는데.
저 그 약속 지킨건가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부터 기온이 영하로 내려간다는데. 겨울에 딱 맞추어 컴백한것 같네용.^_^
그동안 잘 들 있으셨는지 -
급하게 써내려간 글이라 미흡한 점이 많을거에요ㅠ_ㅠ 그래도 이해해주시길 바래요.
아름다운 우리 인소닷 여러분들의 너그러운 마음을 저는 알고 있으니까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추운데 감기, 아 신종플루 조심하시구요! 저희 반은 5명이나 신플에 감염됬답니다.
전 건강해요ㅋㅋㅋㅋㅋㅋㅋㅋ좀 아파봤으면 하는 바램이 들 정도로 건강하답니닼ㅋㅋㅋㅋㅋㅋㅋㅋ
건강꼭챙기시구요 마스크 쓰고다니세용!
번외가 있을지 잘 모르겠네요. 또 올때까지 안뇽히계세요 사랑해요 ♥_♥
멋있어요.ㅠㅠ 아 저런 남동생 어디 없나..하고 두리번해봤자 우리윗집의옆집에 쌍둥이 중딩뿐..ㅠㅠ아흑.. 그리고 전 이미 군대간 임자있고.. 곧 올 기념일이며 크리스마스며 생일이 슬프고해요..ㅠㅠㅋㅋ
★ 꼬마숙녀Rin님 안녕하세요,ㅋㅋㅋㅋㅋ처음보는반가운얼굴이에요, 반갑습니다! 군대간임자...우왕..임자도 잇으시고 부러워요!!!ㅋㅋㅋㅋㅋㅋ기념일과 크리스마스와 생일이 슬프다니요. ! 절대그렇지않을꺼에요! 글 재밋게 읽어주시고 댓글까지 달아주시는 성원에 감사드려요^_^ 더좋은글로 찾아뵙겠습니다. 그때까지 감기조심하시구요! 업쪽드릴게요~
ㅋㅋㅋㅋㅋㅋ짱재밋어요~ 완전 훈훈하네요ㅎㅎㅎ
★ 엇, 리콤광팬님!!!!!!!!! 정말 오랜만에 뵙네요, 프동을 잊지않고 찾아주셨군요ㅠ_ㅠ 감사합니다. 짱재밋다니 다행이에요, 글도잘 안써지고 막 그랫는데 우여곡절끝에 올린글이 그래도 재밋다는 반응이 많아서 마음이 놓여요. 항상 재밋게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훈훈한 제 소설같이 리콤광팬님도 훈훈하고 따뜻한 크리스마스 기대하고계시길 바래요! 감기조심하시구요! 다음에 또뵈용 ^_^
오정말달달해요ㅠㅠ......현우너무기여운거아닌가요!!!!!!헤헤재밌게보고가요!
★ 솨님 안녕하세요,! ㅋㅋㅋㅋㅋㅋ달달달달. 설탕이 쏟아지나요. 현우귀엽죠!!!!! 으히히제가이런반응을 원햇다구요! 재밋게 보고가신다니 다행이에요, 상큼한 댓글도 감사드립니다 ^_^ 앞으로 더 좋은 소설로 찾아뵐게요! 날씨가 점점 따뜻해지고 잇는거 같아요. 일교차에 감기 조심하시구요, 업뎃쪽지드리겟습니다!
아니, 부끄럽다는 글이 이렇게 재밌다니요! 제가 오히려 더 부끄럽네요 정말 -_ㅜ 우리 현우 또 제 마음을 이렇게 묶어뒀어요. 어떻게 하실거에요 현우 그냥 저 주시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잘 맥이고, 잘 돌보고 있을게요
★ 도나님ㅠ_ㅠ 흑. 칭찬을 부어주시다니. 저그럼 몸둘바를 모른단말이에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도나님이 현우를 돌봐주신다니 저야 환영이지욬ㅋㅋㅋㅋ재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님의 글을 보고 매일 감탄하고 잇다는걸 잊지말아주세요! 다음소설도 기대하고잇겟습니다. 소설또 쓰게되면 쪽지드릴게요 알러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오 미치겠다 이 새벽에 현우 때문에 내 손과 발은 오그라들고 있고.......자꾸만 연하가 끌릴 뿐이고ㅋㅋㅋㅋㅋㅋㅋㅋ 아파보고 싶다는 바람 같은 건 고이 접어 두시게ㅋㅋㅋㅋㅋ 달달함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넘치는 예쁜 글 잘 읽고 간당ㅋㅋㅋ 네 덕분에 이 새벽에 혼자 실실거린다ㅋㅋㅋㅋㅋㅋㅋ아놔ㅋㅋㅋㅋㅋㅋ
★ 아라니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보고싶엇어! 잘읽고 간다니 다행이다ㅋㅋㅋㅋ연하가끌리지......근데 난 연하싫어 애기같아ㅋㅋㅋㅋ 내가소설써놓고 이러고잇다. 아헝 수능이 얼마남지 않아서 내가 다 떨려 ㅠ_ㅠ 슬프다 내년엔 우리야..으헝. 달달함이 뚝뚝떨어질정도로 예쁜글이라니 역시 너의 칭찬은 나를 설레게해ㅋㅋㅋㅋ고마워항상 알럽 ♥
악악악언니오랜만이야나잊지않고쪽지보내준거사랑해프항항항항난나름빨리달려온다고온건데엄훠벌써이렇게뒤에잇다니내댓글도이만치밀려나버려써젠장그래도내가언닛보고싶어한마음은일등임악악악나외로워서오글거리는말을마구뱉어내어도언니는이해해줄거라믿어공부땜에바쁠텐데소설올려주는언니는센스쟁이우후훗아정줄실종젠장나내일시험인데무릎팍에체육책을펼쳐놓고컴중이야내일과목공부한게하나도없는데젠장우울해눈물이앞을가려흑흑오랜만이구언니!다음소설도항상기대한다긍달달달달달곧와야해!
★ 우리겸댕이 초코댓글읽느라고 언니눈빠지는줄알앗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고마워고마워 나도초코사랑해 ♥ 다들 시험보는구나. 나도 좀잇으면 모의고사보는데ㅠ_ㅠ열공해서 잘보길바래! 넌시험꼭잘볼수잇을꺼야 왜냐하면 내가항상널 응원하고잇거든ㅋㅋㅋㅋㅋㅋㅋㅋㅋ짱이지? 다음소설기대한다그? 우왕알앗어 언넝쪽지보낼게 사랑해 알럽 쪽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