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토익 걸음마 단계 시작했습니다.
입문반이라고 쓰고 600점이하 반이라고 읽지요
딱 1년전 이맘 때 쯤에 남들이 몰려가는 줄에 설필요 없음을 역설하며
영어공부 따위는 죽어도 안하겠다고 선언 한 바 있으나.
그 때 까지만해도 남과 다른 특별한 밥벌이 재주가 저에게 있을 것이라
착각한 나머지 깊게 생각하지 않고 되는대로 지껄인 것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700의 벽을 넘어 적어도 800 점대 중반은 찍어야 길고긴 취업 지원자들의 줄 끝에나마
설수 있음을 얼마전 감지하고 지난 달 부터 나름 열심히 하루 5-6시간씩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게 참 재미있는게 다른 분들도 그러실테지만 토익은 사실 영어 능력에 대한 깊이 있는 평가
및 측정의 도구라고 보긴 어려울 듯 합니다. 일단 어휘로 해결되는 부분이 많아서 사람을 노가다로 몰고가죠.
더군다나 구 토익의 경우 시간이 거의 스피드 퀴즈 수준이라 깊게 생각할 시간의 겨를도 없고
한마디로 숙련도 테스트입니다. 토익으로 구조화된 시험문제를 얼마나 더 많이 분석하고 접해 봤느냐에
따라 점수가 크게 좌우된다는 것이 전문가 및 응시자들의 지배적인 의견입니다.
( 물론 800후반에서 900이 넘어가면 그 양상이 달라진다고 생각 합니다만 아직은 제 시야는 여기까지..)
그러다보니 에이비씨 영단어 밖에 모르던 사람도 토익 강의 한 1달 들으면 자신감에 차오릅니다.
사실 토익은 기본적인 점수를 주기위해 쉬운 문제도 좀 있거든요. 요령으로 푸는 따닥 문제도 많구요.
이게 또 점수대가 극명하게 나뉘는 시험이다 보니, 자신의 점수를 가늠해 보시는 분들도 많죠.
아 이정도 풀어서 이정도 맞으면 이 점수는 나오겠지라는 추측을 하고 난 700대야 800대야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 역시 이런 심리적 함정에 빠진적이 있습니다. 아직 아무것도 결과로 나오지 않았는데 비어있던
점수의 상당 부분이 채워진 것 처럼 느껴지고, 곧 뭔가 되거나 아님 이미 이루어진 것과 같은 착각의 늪 말입니다.
자아도취는 상당히 양반인 편이죠, 1달 수강 말미에는 스터디 내에서 잘난척 하는 걸로 모잘라
진짜 아무나 붙잡고 토익하겠다는 사람이나 토익을 시작한 사람 있으면 이것저것 들이대기 시작합니다.
정말 병이 깊어지자 공부가 재미 없어지더군요 5-6시간 해도 질리지 않던 영어 공부가 하루 30분 이상
붙들기 힘들고 학원 수업따위 대수냐 오늘은 쉴까 하는 생각도 들기 시작하구요.
2달 초반에 들어서니 더욱 심각해져서 풀지 않아도 다 맞은거나 다름 없고 듣지 않아도 알 수 있다는
환상에 빠지고 맙니다. 더 큰 문제는 문제를 찬찬히 살펴보지 않게 되는 버릇이 생겼다는 거죠.
급기야 문제의 구조를 따지지도 않고 근거나 이유를 찾아보려 하지 않은 채, 혹은 피상적으로 문제에 접근한 뒤 바로
답을 잡아내기에 이릅니다. 마치 저에게는 남다른 어학적 감각이나 통찰력이 있는거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던 것이죠.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는 저에게 다행히 터닝 포인트가 다가 옵니다.
영어교사인 누나가 제 실력을 한번 점검해 보고 싶다고, 시험을 보자더군요. 그딴건 하고싶지 않았지만
나름 자신도 있었고, 누나에게 최신형 영어사전 (DMB, MP3기능 포함)을 빌린지라 밉보여서는 않되기에 응했습니다.
결과는 참으로 참혹하더군요... 전문가는 뭔가 달라도 다른 것이 지금 저의 문제점 동시에 속마음까지도 내다보았습니다.
제가 어떤 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서 풀었을지 그게 왜 안되는지에 대해서 조목조목 설명하는데...
누나와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실로 오랜만에 존경심 비슷한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더불어 두번째 터닝 포인트가 찾아 옵니다. 어학적 감각만으로 풀 수 없는 문제들을 접한게 바로 그것 입니다.
이미 기본적인 문법 틀을 익힌지라, 여기에 걸려드는 문법문제들을 푸는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벗어나거나, 그동안 600점 반이라 크게 치중하지 않았던 고급 영문법은 전혀 이해가 안되더군요.
더불어 영 문/어법에는 공식이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외적인 것들인데요.예를 들어 관용적 표현이라는 게 있지요.
자동사 혹은 타동사등과 결합하는 다른 문장 구성성분들의 형태가 특별한 이유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박사 학위까지 있으신 분들은 그런 디테일한 이유까지도 아시겠지만
보통은 그냥 외웁니다.) 이런것들은 예외조항이라고 볼 수 있겠죠. 감각으로 맞출 수도 없고 공식 적용도 안되는..
이런 문제들을 자주 접하게 되면서 그동안 진정 우물안 개구리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여기에다 지난 주 토익 응시 수차례 경험이 있는 팀원의 "네가 진짜 잘볼수 있을 것처럼 느끼더라도
시험장에서 실전을 해보지 않고서는 의미가 없다" 라는 조언을 듣고나자 모든것은 명확해졌습니다.
한마디로 저의 실력이란 것은 아직 아무것도 아닌 제로 베이스인거죠.
만약 제가 어딜 가서 영어 실력을 과시하고 싶다거나, 영어에 대한 조언을 하고 싶다면
그 전에 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그것은 테솔 자격증이 될 수도 있고, 영어 학원강사 경력일 수도 있으며
영 회화 인증서 혹은 토익 성적표 등이 될 수 있겠죠.
진짜 무언가를 이뤄낸거랑 무언가를 이뤄낼 수 있을 것같은 기분 그리고 알고 있는 거랑 알 것 같다는 느낌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가끔 잊고 사는 것만큼은 모두 비슷한 것 같아서 스스로도 앞으로는 더욱 주의를 해야 할것 같습니다.
결론은 뭐..토익 공부 더 열심히 하겠다는 겁니다^^;;
첫댓글 열심이네. 990점 나올때까지 달려~
ㅎㅎ 1차목표 750으로 졸업논문 패스하구 2차는 목표는 850... 토익 말구 다른 스펙을 추가하는게 토익하나로 우뚝서는 거보다 유리해 보여서요. 요즘 기업이나 회사는 뭐 만능을 원하는 거 같아요.
다 읽었는데....뭔가 진지한 글이었군요;;;암튼 열심히 하시길...저도 쉽게 봤는데...1년째 900은 저멀리에 있군요-_-;;
저보다 시작한지 오래되셨으니 조만간 900뚫어버리시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저는 왜 지금 생각한걸 그 때는 생각하지 못했을까 아쉬울 뿐 ㅠ
내가 토익 시험 보면 과연 몇점 나올까~? 300점?
뭐 잘은 모르지만 이전처럼 키, 발사이즈 이렇게는 안나온다. 상대평가가 됬거든. 그리고 은근히 매직관련 단어가 많이 나와서 선방할 수도 있어.
아~ 좋은글이네. 열심히 해서 언젠가는 얻을 900 이상 고득점을 위해~~ 고고~~
형처럼 5개틀리긴 힘들듯 ㅠ
흠 수련하는 모습은 아름답지 굳럭
조케따 미술의 세계는 딱히 영어를 필요로 하지 않아서. 사실 너만큼 영어 그리면 그림은 필요없지 (?) ㅋㅋ
900이상 나오면 좋지만, 800대 중반이면 토익이 앞길을 가로막지는 않아요~ 실제 저희회사에도 남자들은 700 점대도 다수있습니다.;;(여성분이면 낭패???)
남자구요 조언 감사합니다. 제가 다른 스펙이 없기때문에 조금 상향해서 잡았어요^^
토익이라... 토익 점수가 없어서 쓰고 싶은데 못 쓴건 있지만, 지금은 좋은 회사에 다니고 있어~(후배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고 있어 ㅎㅎ)
요즘 리니지 아이템 뿌려서 육개장 겁나 팔리던데 정말 머리 잘 쓴거 같아요. 아 근데 형 요즘 너무 안오시는 거 ㅇ ㅏ님?ㅋ
토익이라.. 고등학교 졸업할때 학교에서 졸업기념으로 보라고해서 한번, 대학교 2학년때 카투사 지원해보자고 친구들이 옆에서 꼬실때 한번, 대학교 졸업할때 토익점수 있어야됀대서 한번 총 세번봤네. 점수 변천은 540 > 730 > 935점'ㅅ' 토익공부 한적없는데 뿌뿌 영어공부 왜하나여 염장글
한번도 우석이형을 불러워한적이 없는데.. 에잇. 한번 부러워해줄게.
뿌뿌 영어공부 왜하나여 ~~~ ㅋ (전 3년동안 영어만 했습니다 근데 토익점수는 없네요;; 뭐한거지..-_-a)
저한테 JPT점수가 없는것과 비슷한 이유가 아닐까염-_-;
석주형 전자전기아니가욤
졸업하는데 750이라.. 역시 인문계라 높긴하군하.
745로 결국 졸업논문 낸 동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ㅠ
삭제된 댓글 입니다.
지당하신 말씀 입니다만, 각자 주특기란게 있는거죠 영어 하나만으로 뭔가를 이루려면 900적정 하지만 다른 스펙을 쌓을 자신 있다면 800중반으로도 충분한거 같던데요~ 토익 스피킹도 관심 가지만 도저히 엄두가 안나서.. 그건 또 뭐 점수제가 아니라 등급제 인가여 온라인 겜도아니고 설마 80만렙은 아니겟죠;
이제 토플, SAT 도 도전! ^^
영문학 전공이 또 한분 ~! 화이팅입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그럼 매직에 대해서 무언가를 이룬 제가 매직을 논하면 설득력이 있는건가요?
그렇겟죠~ 아마도 랭킹 1위 네임 밸류가 있으시니, 다만 매직이라는 게임 내적인 측면에서 뭔가를 논하신다면 더 수긍하는 부분이 많이 생길 듯하네요.~ 저지 시니까 룰링도 마찬가지구요.
내 생각엔 경근이는 배나오기 전까진 ..없을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