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시위 현장에 교복 입은 학생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정치적 구호를 내걸어 논란이 된
세월호 집회에 청소년들이 투입됐고 “나는 노동 계급이다. 사회 구조와 모순을 바꿀 수 있는 건 오직 프롤레타리아(노동계급의) 혁명”이라고 외치는
여고생까지 등장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어린 여학생의 단호한 발언이라는 점에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던 사건이었다. 학생의 본분은 공부다.
미성숙한 청소년들을 정치의 도구로 내모는 것은 바람직한 처사가 아니다. 어떤 세력이 학생들을 거리로 내몰아 선동하고 있는 지 알아보고 이에 대한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자유교육포럼과 자유경제원은 18일 ‘시위하는 학생들, 누가 왜’ 교육쟁점 제3차 토론회를
공동개최했다.
패널로 나선 유경신 미양고 교사는 “지난 3월 20일 아수나로와 녹색당 청소년-청년선거운동본부 등
청소년단체 관련 정당들이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소년들의 정치참여 보장을 위한 헌법소원을 내겠다고 발표했다”며 “청소년단체들의 행동
범위가 학교를 넘어서 일상의 정치까지 넘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 교사는 이어 “날이 갈수록 청소년들의 정치 참여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이라며 “문제는 청소년들이 정치 투쟁에 참여하는 풍토가 조성되면 학업에 충실하기보다는 사회적인 문제에 더 관심을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유 교사는 “이런 청소년들은 자신의 노력보다는 사회적인 여건이나 제도가 불합리하다고 주장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스스로의 노력으로 인생을 개척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가진 자와 기득권자로 인해 자신이 불행해진다고 여겨 정치적인 투쟁을
하게 되는 현상이 오지 않나 걱정”이라고 밝혔다. 유 교사는 “이제 청소년들의 시위 등 정치투쟁을 멀리 하도록 교사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래 글은 유경신 교사의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우리도 어른이야, 정치 한 번 해보자
며칠 전 4월 총선을 앞두고 모 일간지에 “선거권 연령 하향은 청소년 정치적 권리의 첫 단추”라는 기사가 떴다. 그 내용의 대부분은
‘청소년 총선대응 네트워크’라는 단체의 대표가 청소년들의 투표권을 달라는 것이었다. 국회의원 선거는 18세, 지방선거는 16세를 주장하고
있었다. 특정 성향을 가진 일간지의 기사이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청소년단체들의 주장과 요구가 정점 정치화되고 있다.
이들은 자기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하여 교복을 입고 거리에 나서는 것도 주저하지 않고 있다. 청소년들이라고 보기보다는 정치적인
이익집단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청소년단체가 언제부터 시국현안에 관심을 가지고 전면에 등장하게 된
것일까? 최근 들어 자주 등장하는 청소년단체들의 주장과 그 흐름을 살펴보자.
2010년 7월 9일 서울 태평로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회원들이 일제고사 반대집회를 열고 시험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주장하면서 전국학업성취도 평가를 반대하였다. 이들은 전교조가 주장하는 일제고사라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2012년에는 당시
통합진보당이 청소년 당원들의 당원 자격과 권한을 박탈하겠다고 결정한 것에 대해 논평을 내고 강력한 비난을 하였다.
19세 미만 청소년들이 당원으로 가입한 것에 대해 부적합하다고 결론을 내리자 정치적 탄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그들은 청소년이
아니라 정치적인 결사체에 속한 시민이었다. 정당법에 정치활동을 할 수 있는 자의 기준을 ‘국회의원 선거권이 있는 자’로 한정하고 있는데도 이들의
주장은 황당하기만 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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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 청소년단체의 구호와 성명서 내용은
전교조가 주장하는 것과 대동소이하다./자료사진=연합뉴스 |
2013년 아수나로는 한 장의 성명서를 발표한다. 국가정보원의 종북몰이 탄압에 대한 그들의 입장을 표명한 내용이다. 이들은 이석기의
국가보안법 위반도 종북몰이라고 주장하고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우려도 종북몰이라고 주장하면서 자기들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러한
종북몰이보다는 자신들의 당연한 권리인 정치적 권리를 보장하라고 한다.
또한 자신들을 뚜렷한 근거없이 언론과 온라인 등에서 ‘전교조가 길러낸 홍위병’이라는 비난을 받았고 그들의 자유를 위협하는 사회 전체의
경직성을 문제 삼았고, 그것을 우리사회의 ‘빨갱이 사냥’이라는 등식으로 덮어버리고 있다. 이쯤되면 아수나로가 어떤 단체이고 누가 만들었으며,
어떻게 활동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아수나로는 2004년 말 만들어진 청소년인권단체로서 우리나라 최초로 전국 단위의 조직을 갖춘 청소년인권단체이다. 처음 청소년인권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몇 명이 모여 ‘청소년인권연구포럼 아수나로’를 조직하면서 시작돼 지금의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가 된 것이다.
그들은 두발 자유를 위한 거리 캠페인, ‘파란만장 청소년인권 전국행진’, 학생인권, 대선에서의 청소년 참정권 보장 요구, 일제고사와
경쟁 교육에 반대하는 활동 등 지속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아마 우리나라 청소년단체라고 이름지어진 것들의 대부분은 아수나로에서
활동하다가 스스로 단체를 하나씩 만들어서 연대하여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에 도심 거리 시위를 한 중고생들 상당수가 이수호 전 전교조 위원장이 설립을 주도한 청소년단체 ‘희망’
소속으로 언론에 보도되었다. 그러면서 좌파운동권, 구 통진당을 비롯한 야당, 노동계 등에 ‘희망’ 출신이 많다고 하였다. 그래서 일종의 좌파
활동가 양성소 역할을 하는 것이 ‘희망’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전교조 교사들의 영향력이 큰 학교의 중고생들이 시위에 많이 참여하는 것으로 보아 전교조가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학생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고 기사를 쓰고 있다. 이러한 것을 뒷받침하듯이 2015년 4월 23일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21세기 청소년공동헤
희망,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16개 청소년인권단체가 광화문 서울청사앞에서 전교조 연가 투쟁을 지지한다는 기자회견을 하였다. 이들의 배후에 전교조가
있다는 추측이 가능한 것이다.
아수나로와 십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이라는 단체는 성에 대한 적극적인 권리를 주장하면서 청소년의 성과 섹스에 대한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임신과 출산을 타의로 제한하는 것은 인권 탄압이라고 주장한다. 아수나로는 학습시간 줄이기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공부시간을 줄이고 자율학습이라는 명목으로 학생들을 학교에 남기지 말고 인간답게 살도록 해줘야 한다고 피켓 시위를 하였다.
한 마디로 같은 나이의 청소년들이 좋아할 만한 내용들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 또한 전교조가 주장하는 것과 일맥상통하고 있다.
아수나로는 2015년에는 한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하여 ‘청소년을 무시하는 정부는 반성하라’라고 성명서을 발표하고 행동으로 옮기기도 하였다. 그
성명서에는 박근혜정부는 구리고 위험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을 중지하라는 등의 반정부 투쟁 구호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 주장 역시
전교조가 주장하는 것과 내용이 대동소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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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들이 정치 참여에 힘쓰게 되면,
스스로의 노력으로 인생을 개척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가진 자와 기득권자로 인해 자신이 불행해진다고 여겨 정치적인 투쟁을 하게 되는 현상이 오지
않나 걱정이다./자료사진=자유경제원 |
지난 3월 20일 아수나로와 녹색당 청소년・청년선거운동본부 등 청소년단체・정당들이 광화문광장에서 기잔회견을 열고 청소년들의 정치참여
보장을 위한 헌법소원을 내겠다고 발표하였다. 이들은 청소년들이 본인의 삶을 경정하는 정치행위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19세의 선거권 연령이 불합리한
것으로 보고 청구인을 모집하여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청소년단체들의 행동 범위가 학교를 넘어서 일상의 정치까지 넘보고 있는
상황이다.
아수나로와 진보적 청소년단체에 대항하는 전국청소년연합이라는 단체가 설립되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보수성향을 띠면서 지난 1월
27일에는 교육개혁을 위한 전면무상급식 철폐를 주장하였고, 전교조 선생들이 정치 투쟁을 접고 학교로 돌아와 학생 교육에만 매진해 줄 것을
요구하였다. 전국청소년엽합의 주장은 보수 단체의 주장과 일맥상통하고 있는 것이다.
전국청소년연합과 대한청소년나라사랑연합, 한국미래세대연합, 경상정책포럼 등이 모여 교육개혁과 교육의 본질을 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기서 교원들의 안일하고 경쟁이 없는 실태를 고발하겠다고 하면서 경쟁력 있는 교사가 되어달라고 요구하였다. 학생들에게만 경쟁하도록 하지만 말고
학교와 교사들도 같이 경쟁하는 풍토를 만들어 달라고 하였다. 또한 한 해 2조5,000억원이 소요되는 전면무상급식의 폐지를 촉구하라고
요구하였다. 그 돈으로 안전시설과 교육활동에 투입하는 것이 더 효용성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날이 갈수록 이러한 청소년들의 정치 참여는 더욱 목소리가 커지고 증가할 것이다. 문제는 청소년들이 정치 투쟁에 참여하는 풍토가 조성되면
학업에 충실하기보다는 사회적인 문제에 더 관심을 갖게 되고 자신의 노력보다는 사회적인 여건이나 제도가 불합리하다고 주장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스스로의 노력으로 인생을 개척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가진 자와 기득권자로 인해 자신이 불행해진다고 여겨 정치적인 투쟁을 하게 되는 현상이 오지
않나 걱정이다.
이제 청소년들의 시위 등 정치 투쟁을 멀리 하도록 우리가 나서야 한다. 교사들이 올바른 정신을 갖고 교육의 본질에 충실하는 교육을 할
때 학생들 스스로 미래의 꿈과 희망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유경신 미양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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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자유교육포럼과 자유경제원이
18일 공동개최한 '시위하는 학생들, 누가 왜' 교육쟁점 제3차 토론회의
모습./사진=자유경제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