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겨울을 향해가는 길목에 깜빡 잊으면 섭섭할 시요일 친구들과 가을 나들이는 기분좋게 마무리 되었다.
2주 전에 여친들과 양양, 정선을 다녀왔고 지난 주에는 김장까지 마친 까닭에 홀가분하게 여행길에 나서는 발걸음은 가볍다.
하였어도 길 나설 처지에 남편 먹을거리는 충분히 준비해놓고 가야 하는 법이니 반찬과 국을 준비한답시고 엄청나게 바쁘게 돌아쳤다.
그리고 다시 작은 꾸러미 가방을 챙긴다.
1박 2일 쯤이야 가뿐하게 다녀와도 되지만 요즘 날씨가 하도 변덕이 심한지라 혹시나 싶어 한파에 맞설 준비도 해야하는 법.
그러다 보니 본래 예정했던 가벼움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작은 쇼케이스 가방하나가 들려졌다.
사실 이번엔 승용차 여행이 아니라 기차 여행을 계획했으므로 바리바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또 그러자니 본래 들고가려던 먹을 거리와 차, 와인은 패스....그냥 진짜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길을 나선다.
그리고 여행 추진위원 맥쌤으로 부터 일일이 개인 사정을 맞춘 티켓이 날아왔다.
그런데 평택지제역에 도착해서 핸폰으로 날아온 선물티켓을 발권하려고 창구로 찾아들었더니만
웬 돼먹지 못한 직원이 대뜸 호통 비스므리하게 혼내는 것이 아니던가?
"이것은 원본 티켓이 아니잖아요...이걸로는 기차를 못타요."
아니 누가 뭐랬냐고....그러니까 발권하려고 창구로 찾아든 것이지. 나원참....
"돌아오는 티켓까지 발권해줘요."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었지만 그냥 참기로 한다.
창구에서 티켓발권 하는 것까지 완장 앞에 몸사리고 조심을 해야한다는 것,
개인적으로는 못 참을 일이지만 즐거운 여행의 시작이므로 그저 차오르는 부아를 꾹꾹 눌러담는다.
도대체 여기저기 권력이 아닌 곳이 없더라 싶어서도 짜증이 확 나더라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분좋음으로 전환하면서 1박 2일의 짧은 여행을 누리기로 한다.
암튼 영암을 가기 위해 안성댁은 평택지제역에서 오전 10시 6분 SRT 목포행을 중간 기착지로 한다.
하여 11월 10일 월요일 아침부터 바쁘게 서두르다 보니 아뿔사 너무 이른 시간으로 역사에 도착했다.
버스타고 가도 된다고 하였어도 굳이 데려다 주겠다는 남편의 성의를 거절하지 못했더니만 한시간 여를 기다려야 했다.
이른 아침에 길을 나선 후유증은 본의 아니게 기다림의 미학을 자청하여야 했고
그 덕분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커피 한잔의 여유를 갖고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에게 시선을 보내자니
어느새 1번 승강장으로 목포행 SRT 차량이 들어온다는 전광판 안내가 눈에 들어오면서 마음이 설레기 시작한다.
기차 여행을 한다는 것이 도대체 얼마만인지 기억도 가물거리지만
그래도 한때 친구들과 함께 경춘선 기차를 애용했던 기억이 떠오르고
그 시절을 풍미했던 기타와 청춘을 구가했던 낭만이라는 단어와 가평과 춘천도 떠올려졌다.
그리고 이번 여행의 또다른 목적인 그 시절 기차여행을 함께 떠났던 남사친을 만나는 것도 포함되어 있어
더욱 설렘지수가 높았다.
여하튼 그렇게 기차에 몸을 실었다.
기차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고 옆좌석 여인과 눈인사를 하면서 건너 보이는 차창 너머 풍광을 슬쩍 바라본다.
스치는 풍경은 휑한 들판과 지천으로 흔들리는 갈대와 더러 보이는 감나무의 탐스런 감으로 마무리 된다.
그 풍경은 아마도 우리에게 가을의 끝자락을 붙잡으라고 손짓하는 것 같았다.
기차의 속도는 가장 빠르게 이동 수단을 제공하지만 기차를 타는 순간 우리의 시간은 가장 느리게 지나간다.
여행자로서 빠름 보다는 여유롭게 그 시간을 제공받고 할애받길 원하는 마음 한켠의 작은 소망...
우리가 차량을 버리고 기차여행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또는 주어진 기차 여행의 몫이기도 하다.
두어시간 동안의 기차안의 풍경은 다채롭다.
평택지제역에서 부터 같이 올라탄 목포 아줌마의 "기차를 잘 탔으니 걱정 말라"고 아들에게 전하는
진한 남도 사투리 전화보고 부터 친구끼리 여행떠나는 차림새 여자들의 남들 시선은 상관 없다는 왕수다발....
도착할 때까지 잠시도 쉬지 않고 그야말로 같잖은 이야기를 하느라 난리굿이다.
그래서 한마디 하고 싶었으나 그래도 기차여행인데 싶어 참아야 하느니라, 나만의 사색에 젖기로 한다.
그것도 잠시, 내리고 타고의 반복이 이어지더니만 나주에서 기차에 탑승한 이십대 후반 즈음의 두 남정네.
이번엔 버스와 SRT로 목포까지 가는 비용과 시간 소요까지 어느 것이 이익이냐로 왈가왈부.
남자들의 찐한 남도 사투리는 여자들의 사투리와는 좀 질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바로 옆자리에서 왕왕거리는 두 남정네들의 실랑이는 목포에 도착할 때까지 쭈욱 이어지니 그 또한 사람 미칠 노릇이어서
기차 타고 낭만은 이미 강 건너로 던져 버린지 오래요 빨리 시요일 친구들이나 만났으면 좋겠다 싶었다.
드디어 목포역에 도착했다.
사실 목포는 취재하느라 자주 찾았으며 목포에 사는 후배가 있어서도 자주 찾았던 곳이나
매번 차량이용을 하였으므로 기차역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랬어도 괜히 친밀감이 드는 이유는 또 뭔지 모르겠다.
목포역 도착과 동시에 일단은 여행객 모드로 순간이동이라 선글라스 챙겨끼고 썬크림까지 바르고
서두르는 발걸음으로 역사를 나가자니 일찌감치 알아본 사포가 '웬 세련의 여인이 등장하시나"라나 뭐라나...선글라스 효과?
그랬어도 시요일 남사친들은 미처 알아보지 못하다가 오잉?
그들은 이미 한 시간 여 전에 KTX 타고 도착해서 유달산 밑자락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목포 구도심을 배회했다는 후문에
" 아, 내가 그 구도심을 한 바퀴 돌면서 사진 촬영 한 컷 날리려고 했구만 다시 가지는 않을 거죠?
안타깝구만...예전과 달리 많이 변했다고 하던데. 마음 먹고 사진 촬영할까 했는데"
아쉬운 마음은 들었지만 다음 기회를 기약하면서 마음을 접으며 마무리 하였다.
이후 예약해둔 차를 빌리러 렌트카 전문업체 "쏘카"로 가는 길에 웬 어리버리들이 출동했다는 말인지
웃다가 돌아가실 뻔 했다나 뭐라나....기껏 찾아간 곳에 차는 없고 서울내기 넷이서 차량찾느라 시간 낭비를 마구 하고
결국엔 친절하지 않았던 쏘카의 안내 덕분에 지나가는 젊은 친구들을 붙잡고 물었더니만
"목포역 근처에 쏘카가 세군데나 있다"는 말에 화가 나기 시작했지만 어쩌겠는가?
그러나 우린 겨우 찾아간 쏘카에서 지정해준 차량의 상태를 스무군데나 촬영해서 보내야만 스마트키로 문이 열리는
최신 렌트카 첨단 방법에 넋을 놓을 지경이었고 주유 역시 차량 안에 있는 카드로만 가능하다고 하니
도무지 변화하는 환경에 익숙치 않은 세월값하는 세대는 참으로 살아내기 어려운 지경이 되겠다.
차량하나 빌리는데도 이렇게 시간이 걸린다고? 예약했는데?
스마트 기기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이 시점에 갑자기 머리가 아웃되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무사히 차량을 접수하여 목포 시내를 벗어난다지만 새로운 차, 낯선 길에 적응하는 시간은 짧았던 고로
운전대를 잡으신 맥쌤은 진땀을 흘리고 극도의 긴장감으로 핸들을 움켜쥐었건만
아뿔사, 신호를 무시하고 갑자기 튀어나와 직진이었던 우리차는 좌회전 하려고 마구잡이로 뛰어드는 차량.
트럭과 속수무책으로 부딪힐 뻔 했던 순간 놀랐던 경험은 지금도 오금이 저린다.
역시 어디서든 지역텃세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라고 웃. 었.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간 놀람은 오래도록 쭈욱....이었다나?
순발력, 아직도 죽지 않은 여전한 순발력을 가진 맥쌤 덕분에 그 사고를 비껴갈 수 있었지만 식겁했다.
렌트카 빌려서 사고나면 아, 상상하기도 싫다.
그 어떤 이유로라도...하지만 나 혼자 조심해서 되는 일이 아닌 것이 또 운전인지라 긴 한숨을 내쉬면서 영암으로 간다.
추신 : 평택지제, 목포역사 사진 이미지는 다음 이미지 뱅크에서 빌려왔다.
쏘카에서 빌린 렌트카 사진 역시 맥쌤에게서 차용했다.
첫댓글 아~!
언제 가 본 기차여행이더라~?
언제 가 볼 기차여행일까?
ㅋㅋㅋㅋ
한참 만에 실행에 옮긴 기차여행이었더라는.
이젠 장거리 운전도 만만치 않다는 생각들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