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리 상식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모든 성인의 통공에 대해
* 사도신경의 마지막에 “거룩하고 보편된 교회와 모든 성인의 통공을 믿으며”
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이 구절은 교회와 성인들 사이에 통공이 이루어진다는 뜻인가요?
아닙니다. 해당 구절은 세 가지를 믿는다는 뜻입니다.
1) 거룩한 교회 2) 보편된 교회 3) 모든 성인의 통공. 이렇게 세 가지를 향한
믿음을 고백하는 구절입니다.
따라서 통공은 교회와 성인 사이의 통공이 아니라, 성인들 사이의 통공이라고 하겠습니다.
(라틴어 원문상 ‘거룩한 것들의 공유’라는 뜻도 중의적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모든 성인의 통공’에 대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이번 질문은 문장의 구조를 오독하면서 비롯된 오해입니다만, 여기에 더해 교회가
이 세상에 있는 반면, 성인들은 하느님 곁에서 천국의 기쁨을 누리고 계실 거라는 추측도
한몫을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서로 동떨어져 있으니 믿음으로 통해야 한다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이 구절에서 ‘교회’란 지상에 있는 교회만 뜻하는 용어가 아닙니다.
또, ‘성인’도 성인품에 오른 천상의 모범적인 영혼만 의미하지도 않습니다.
* 그럼 성인은 누구를 말하죠?
여기서 ‘성인’은 세례받은 그리스도인 모두를 포괄합니다.
거룩하신 하느님을 따라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거룩하게 되라는 부르심을 받았는데,
이 부르심을 기억하며 초세기부터 그리스도인들은 스스로를 ‘성도’라 불렀습니다.
사도신경에 등장하는 ‘성인’은 바로 이 ‘성도’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뜻에 따라 그리스도 예수님의 사도가 된 바오로와 티모테오 형제가 코린토에 있는
하느님의 교회와 온 아카이아에 있는 모든 성도에게 인사합니다.”(2코린 1,1)라는
구절을 보면 분명해집니다. 번역된 단어와 달리, 원문의 단어는 같기 때문입니다.
* 그럼 우리 신자들끼리 통공한다는 것인가요?
그런데 이 성도들은 우리가 속해 있는 지상 교회의 그리스도인만을 지칭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교회’란 ‘순례하는 교회’인 지상 교회, ‘정화 중의 교회’인 연옥 교회, ‘천상의 교회’인
천국 교회를 모두 포괄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성도들 사이에 통공한다는 것은 지상과 연옥, 천국의 모든 영혼들이
서로 통공한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교회가 셋으로 구분되지만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여 하나로 결합되어 있다는 것이
가톨릭교회의 굳은 신앙입니다.
“그리스도께 딸린 모든 사람은 그분의 성령을 모시고 하나인 교회로 뭉쳐서
그리스도 안에서 서로 결합되어 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평화 속에 잠든 형제들과 나그네들(우리 지상 교회의 신자들)의 결합은
조금도 중단되지 않으며, 더욱이 교회의 변함 없는 신앙에 따르면,
영신적 선익의 교류로 더욱 튼튼해진다.”(「교회헌장」 49항)
* 통공은 어떻게 하나요?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은 통공, 즉 신도들이 공로를 서로 주고받는 것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하느님의 정의에 근거를 두고 있는 공로나 하느님의 자비에 근거하고 있는 기도와 같은
행위는 유효하다. 다른 이를 위해서 기도로서뿐만 아니라 애덕의 효과를 통한 공로도
가치를 지닐 수 있다.”라고 말이죠.
기도, 선행, 희생 등으로 서로의 구원을 위해 공헌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 교회는 모든 성인 대축일을 통해 우리가 기도 받을 수 있고,
위령 성월을 통해 우리가 기도해줄 수 있음을 기억합니다.
매 미사 때 죽은 이들을 기억하는 기도를 바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 2022년 5월 29일(다해) 주님 승천 대축일(홍보 주일, 청소년 주일) 서울주보 4면,
조한규 베네딕토 신부(가톨릭대학교 조직신학 교수)
가톨릭 사랑방 catholics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