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 하피첩
등 굽은 허기 위로 가을 햇살 꼬물댄다
혀 끝에 꽃잎 앉힌 두꺼비 한 마리가
저 홀로 불타는 욕망 강물에다 흘릴 때
이글대는 노을 앞에 목덜미를 부풀리고
바람이 몸을 꼬면 이슬에 젖는 눈빛
어룽진 빛의 줄기가 상형문자 그린다
붉어진 그리움이 주름 잡힌 하늘 한쪽
눈과 귀에 휘감기는 물소리를 듣다 말고
구름도 치마를 펼쳐
긴 편지를 적고 있다
파도의 음계
해 질 무렵 갈매기가 장음계로 길을 낸다
파도를 다독이듯 내 정수리를 쓰다듬듯
먼 도시 아들 소식을
철썩철썩 들려주며
허공을 붙들고서 윙윙대는 동백나무
검푸른 잎새 사이 음표 튀는 가지마다
헐렁한 적삼 앞섶에
얼룩 지도 마른다
내 삶의 언저리에 얼굴 가린 그 순간을
다시는 되풀이 말자 손사래로 다짐하며
하루를 마름질한다
밀려오는 해무 앞에
모감주, 모감주나무
기다란 팔 내밀어 그러안는 햇살 한 줌
산모롱이 돌아오는 등골 시린 그날처럼
연초록 잎맥을 따라 녹색 뼈를 세운다
시간 벽 허물듯이 톱니바퀴 벼린 날 끝
짙푸른 잎새들이 배를 확 뒤집을 때
천 년 전 그 바람 몸짓 화두를 놓지 않고
새소리 쫓다, 쫓다, 잠들어도 좋으련만
나이테에 감겨 우는 먼 절집 풍경소리
칠월의 노란 꽃떨기 염주 알을 굴린다
바리데기*
새벽바람 전갈자리 어둠을 밀어내고
오랜 잠의 옷섶에서 빠져나온 순한 꿈들
팽나무 가지 핥으며 숲 뒤로 사라진다
불 꺼진 도시의 변방 하루가 버거운 밤
울어대는 아이 입술 젖병을 물릴 무렵
별은 또 깜박거리며 하늘에 촛불을 켠다
눈물을 끌고 가는 하루치 걸음 밖에
종이 벽에 점도 찍고 울타리를 만들어도
좀처럼 잊힐리 없는, 피를 섞는 사랑아
마음 비탈 가까스로 떠도는 하늘가에
어둠의 홑이불을 덧대고 꿰맨 자리
서로가 부둥켜 안은 길이 또 엇갈린다
* 오구굿에서 죽은 사람의 넋을 저승에 보낼 때에 무당이 부르는 노래
- 시집 『핸드폰 속에 거미가 산다』 책만드는 집,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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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수 시인 시집 『핸드폰 속에 거미가 산다』
김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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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2.0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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