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 하루 전, 아내가 갑자기 '강릉'을 가야한다는 전화가 왔다.
처조카 한 녀석이 많이 다쳤다고 한다.
아이들도 문병을 같이 간다고 하니 문을 닫고 어서 오라고 한다.
뭐라고?
부동산 경기도 없다는데 뭣하러 청승을 떨고 앉아 있느냐고?
가만히 곱씹어 보아도 듣기 거북하다.
"청승떨지 말고....?"
말이란 새겨듣기 나름이라지만, 끓어오르는 알수 없는 기분 나쁨이 영 사그라지지 않는다.
운전은 아들이 하고 며느리는 조수석 앞자리, 우리는 손주를 가운 데 앉히고 강릉으로 가면서도 영 밑 닦지 않은 것 같은 떫음이 사라지지 않는다.
정말, 오랜만에 함께 가는 여행이라 며느리 앞에서 싫은 모습을 안 보이려 애를 쓴다.
어차피 내일은 쉬니 '진부' 어느 곳에 팬션을 예약했다고 하는데, 내 기분 나쁘다고 큰 맘 먹고 가는 아이들 때문에 참을 수밖에 ㅡ
의식 없는 환자의 문병을 마치고 나온 아내는 돌아가신 오빠의 큰아들이라 어떤 기분이란 것을 이해하고 풀기로 했다.
나도, 아내도 팬션을 갈 기분은 아닐 것이었다.
다친 조카의 고모로, 부동산이 불경기라도 자리는 지켜야 하는 내 직업인지라 꺼림칙한 출발이었기도 하다.
서둘러 온 탓에 입었던 옷차림은 대관령 밑의 한기에 소름이 돋는다.
주문한 삼겹살에 아이들은 술을 사러 읍내를 나갔다 온다.
그곳 막걸리를 한 병 가지고 왔다.
아내와 며느리는 막걸리를 마시려는가 보다 했다.
생각나는 게 있어 유심히 며느리를 관찰했다.
마시지 않는다.
내가 부워줬어도 마시지 않는다.
이튿날, 팬션에서 나와 월정사 관람을 마친 후, 상경하며 들어간 식당에서 옹심이칼국수, 들깨칼국수, 메밀전, 강냉이술을 함께 마실 때이다.
또 며느리에게 막걸리 한 잔 부워주며 마시라고 권해봤다.
고개를 갸우뚱 하며 한 잔 받아 마시는 척만 하다 반잔만 기울이다 더는 마시지 않는다.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된 후로 철저한 엄마 본연의 자세를 유지하려 애쓰는 모습이다.
어쩌다 집안 일이 있을 때에도 절대 술 마시는 모습을 본 적 없다.
며느리가 한 가족이 된 지 벌써 5년 ㅡ
아이들이 엄마를 데리고 여러 번 갔어도 내게는 처음인 팬션 ㅡ
손주 녀석 손바닥 만한 빵 한 조각과 삼겹살 한 번 쌀 샐러리, 우유, 커피, 소세지 한 줄, 그것이 아침식사 전부인 허기를 면키 어려운 매뉴 ㅡ
그것이 팬션에서 제공하는 아침 매뉴였기에 월정사 경내에서부터 구경이고 뭐고 쪼로록 배에서 소리가 나고 있었다.
오직 먹어야겠다는 일념뿐이었던 월정사 관광 ㅡ
모텔과 다르다면 손주 녀석이 아빠와 들어가 수영을 할 수 있는 것이 다를 뿐인 곳에 왜 들어갔는지 이해불가다.
집 한 채, 넓은 방 1, 2층을 쓰며 48만 원이라는데, 손주가 두 살 넘었다고 우린 다른 방 하나를 더 잡아야 한다는 바가지 상혼 ㅡ
강원도 산골도 어느새 도시의 야박한 상혼에 물들어 있었다.
우리 며느리는 아주 멋쟁이다.
언젠가 한국에 오신 바깥사돈이 결혼 전 '할리데이비슨' 타고 찍은 사진을 보여주셨다.
남성도 익숙한 사람이 아니면 잘 탈 수 없는 '퉁퉁퉁' 소리를 요란하게 내며 만세를 부르는 것처럼 타는 모습 ㅡ
그 오토바이는 미국영화를 보면 히피들이나 건달들이 타는 것인데, 약한 아이가 그런 걸 어떻게 탔을까?
한 때, 미국 유학을 잠시 갔다왔다는 며느리의 그 모습은 전혀 다른 모습이다.
또 하나 놀랄 게 있다.
자기가 전공한 과목이 싫어 다른 과목을 선택해 한국에 와 다니던 대학 ㅡ
서울 SKY 대학에서 교내 페스티벌이 열릴 때, 4시간 동안 막걸리를 23병을 한 자리에 앉아 마셔 아직도 그 기록이 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165cm의 아이가 도대체 막걸리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23병의 막걸리가 ㅡ
결혼하고 얼마 후, 그 사실을 본인의 입으로 들었으니 거짓을 말하지 않는 아이이기에 100% 믿는다.
'진부' 식당에서 다시 물었다.
"아가! 정말 막걸리 23병 마신 게 맞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네! 정말 23병 마셨어요!"
"4시간 동안요!"
나는 3~40분 동안 겨우 1리터의 막걸리를 겨우 마셨는데, 도대체 그 막걸리가 어디로 사라진단 말인가!
23병의 막걸리를 무슨 수로 마신다는 말인가!
양(量)은 그렇다 하더라도 한 병 마셔도 취기가 도는데, 23병의 알콜성분을 어떻게 감당했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웬만한 남자도 못 마실 23병의 막걸리는 아직 그 SKY대학에서 깨어지지 않는 대기록으로 남아 있다고 하니, 한국 기네스북에 오름직하다.
그런 아이가 엄마가 되고부터 술을 마시지 않으니 이상할 수밖에 더 있느냐 말이다.
어린 아이에서 여자로, 여자에서 엄마로 변하는 우리 며느리를 보며 많은 것을 느낀다.
"여자는 약해도 엄마는 강하다!"
처녀는 약해도 아줌마는 강하다는 말과는 또 다른 의미임이 분명할 것이다.
5년이란 시집살이 중 술 마시는 모습은 입만 댈 뿐, 절대 소리를 내어 벌컥 마신 걸 보지 못했다.
저렇게 결단력 있는 며느리는 나를 놀라키건만 ㅡ
아직 변치 않는 강한 여인이 있으니 ㅡ
수십 년 함께 살며 변치 않는 가벼운 여인의 입술이여!
식당에서부터 막걸리 마시고 화장실 들락거리려고 마신다고 잔소리하는 내 아내의 입술이다.
어디를 가도 가벼운 입술에서 새어나오는 잔소리는 나를 따라다닌다.
그래서 나는 함께 가는 여행을 싫어한다.
그 잔소리 때문일까?
집에 오기까지 고속도로에서 세 번의 화장실을 갔다.
잔소리의 저주이다.
왜? 내 아내에게는 변신이 없느냐?
다른 여인들은 잘만 변하건만, 이것도 내 기구한 팔자이려니 하고 산다.
오늘은 새벽까지 비가 내리고 있다.
어제 사 온 두 병의 강냉이 술로 낮술을 마시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잔소리 없는 세상에서 맘 놓고 마셔보겠노라!
첫댓글 재미 있게 읽었습니다.
잔소리와 술의 전쟁이십니다. ㅋ
너무 그러지 마셔요
그래도 잔소리 하는 마누라 옆에 있을때가 제일 행복 하답니다
며눌님은 며눌 방식대로의 살림사는
방식이 있고~~~~
마눌님은 나름대로의 방식이 있네요
마도님~! 모르는게 있나이다.
그 마나님이 결혼 전의 마나님 하고 같나요?
결혼 전에 안그랬을것 아닙니까~
결혼 전에 잔소리쟁이인줄 알았으면
결혼 안했을거자나요.ㅎ
그 마나님이 그리된건 순전히 마도님 때문. ㅎ
마도님 같은 분을 남편으로 모시고살면서
그렇게 변신했겠지요.
마도님이 그 잔소리를 꾀꼬리 소리로 알고
즐겁게 들으면서 살 수 있는 남편으로 변신하시길...^*^
결혼 전 그랬다면 제가 결혼했겠습니까 철저하게 순진무구형으로 위장한 여우에게 속은 것이지요. 고삐를 늦추지 마라
우리 아들에게 이야기 했더니, 드디어 착한 며느리를 얻었잖아요.
저는 오늘도 아들에게 말합니다.
절대
여자의 말을 믿지 말아라
여자는 님자에 점 하나 붙이면 남이 되는 사이이니라
마도님 사업장. 위치는. 어디쯤?
서울근교 이면
마도님 샴실에서 번개하번 칩시다.
제 전번 010-5447-1188입니다. 부르시면 언제라도 가겠습니다. 동업 선배님이신데 어찌 명을 거역하겠습니까오늘 번개치기 좋은 날이군요.
방장님
그런데,,,, 오늘 오후 정말로 강냉이술 때리려고 준비 중입니다. 다음으로 마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수정, 가찹기나? 가깝기나라고 해석하면 될까요?
어디 계시온지 말씀만 주시옵소서! 전철 닿는 곳이라면 쏜살같이 가겠습니다.
수정님처럼 미모의 여인이라면!!
이 글을 잔소리 하는 아내가 읽으면 저는 죽음입니다.
무서버!
사진 속의 메밀부침개는 절대 메밀이 5% 이하 들어간 불량품입니다.
우린 그런 것 안 먹습니다.
보아하니 부추, 당근, 호박, 콩기름 둘러 부친 부침개군요.
90% 이상의 밀가루로 만든 가짜 메밀부침개 ㅡ
까만 점을 보니 색깔을 내려고 메밀 껍데기를 태운 듯하여 제가 좋아하는 수정,님 건강이 심히 걱정됩니다.
모쪼록, 수정,님 옥체 만수무강하옵소서!
@수정, 유 충청도가 고향이시군요 두 번째가 멍청하다는 충청도래유 우리 군대 있을 때는 비탈이라고 했구먼유 알면 다쳐유
군대서 가장 어리숙한 군바리가 강원도 감자
저는 강원도 감자구먼유
비탈
메밀은 절대 주방에서 갈 수 없습니다.
맷돌에 갈아야 합니다.
마도님 옆지기님 성품을 고치려고 노력하지마요? 그 분의 성품이니께요
아 그렇구나 하고 유순하게 넘어가시길요
한가족의 나들이 하룻길이 오붓한 그림이 그려지듯한
멋진 시간에 찬사 보냄니다
마도님
뵙적은 없지만 처 조카 빠른쾌유
빕니다
여자는 살아가는 동안 몇번이고 변합니다
아마도 며느님도 나중 나중에 시어머니 나이가 되면은
막걸리 왕창 마실수도 있다는
가시장미님에 꼭 제 옆에서 한 잔 나누시게 되길 바랍니다.
삶방에서 처음 만나 반갑게 맞아주셨던 분
여행 잘 다녀오셨어요
어제, 여주 지날 때 가시장미님 생각했습니다.
다음
우리 신랑은 나를 바꿔보려 했고
난 우리 신랑을 바꿔보려 했습니다
결국 사람은 변할 수 없다는거였죠
나나 그나 헛수고인걸 알자
있는 그대로 서로 품어주며 살기로 했지요
있을때 잘 해란 말 있잖습니까
어차피 누가 먼저라도 가게 되면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신세 될것이니
지금 내곁에 있어준것만으로도
감사하려구요
일방통행 부인을 먼저 변신시킬러고 하지 말고
마도님이 먼저 변신한다음 시도 해 보세요
여자의 변신은 무죄이니..^.^
아내의 잔소리는, 잔소리가 아닙니다 (저의 35년 경험..)
아내의 잔소리가 없었다면, 저는 진작에 저 세상에서 이 글을...
아내의 잔소리는, 그대를 진정 사랑한다는 아낀다는 또다른 표현 입니다.
피할수없으면 즐겨라.명언아닙니까?ㅎ
마나님잔소리를 배경음악으로.ㅎ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목포댁님. 바로 옆자리 앉았거든요
저에게 눈길 많이 주시더만
은밀한 눈길을
저는 여자 앞에만 가면 말을 더듬는 버릇이 있어 말도 못 붙였습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다음 정모엔 꼭 제 옆에 앉으세요!
저는 까칠하지 않습니다.
개고기 빼곤 다 먹습니다.
군대 있을 땐 짬밤통 안의 음식도 건져먹었습니다.
먹성 좋은데 수정,님 만드신 사진을 보니 메밀부침개가 아니란 거죠!
메밀은 기포가 많이 생기는데, 전혀 기포가 없으니 밀가루로 만들었다고 지적하는 겁니다요~!^^
마도님! 관심과사랑이 없으면 절대 잔소리 안합니다.
듣는사람의 성품에따라 잔소리는 귀엽게 또는 짜증나게 들릴 수도 있지요
지나친 잔소리에는 남편의원인제공도 있었다는걸 충분히 짐작이 가고도 남습니다.
남자는 철부지라고. . . . . .
저도 아내의잔소리를 늦은나이에 깨우치고는 후회도 많이 했습니다.
지금은 아내가 잔소리를 안하면 오히려 더 무섭더라구요,
나에 대한 관심과사랑이 식어버렸나 해서요.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긍정의힘"을 믿어보세요.
있을때 잘하시면 복이 절로 굴러 들어옵니다~~^^
잔소리에 대해 제일 좋은 처방을 알려드리겠습니다.
구두를 꿰매듯, 공업용 재봉틀로 아래와 웃입술을 꿰매는 게.......
잔소리 생각하기 따라선
아름다운 멜로디 라고 ㅎㅎ
야튼 알콩 달콩 사는 모습 보기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