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간 죽이기가 아닌 시간을 사는 생을 살기를 다짐했지만 가끔은 예상치 않은
일정으로 삶이 채워지는 것 같습니다. 삶은 빛에 따른 그림자처럼 잡히거나
만질 수 없고 머물 수 없는 것이며, 다채롭고 예측할 수 없는 모양에 뜬금없이
나타나는 무엇인가를 지닌 아주 묘한 것인 줄을 진작에게 알았지만 불혹의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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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서 있는 지금 어떻게 하다가 이렇게 형편없이 꼬여버렸으니 나와 관계
맺은 가족들이 어지간히 속을 썩게 생겼습니다. 벌써부터 미안하고 죄송합니다.
소쇄원-죽물 박물관-면앙정- 메타쉐콰이어 가로수-관방 천을 지나면서도
잠시나마 차를 세워놓고 추억 찾기 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 G랄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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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산을 지날 때도 맨 날 철지나서 간 일 때문에 들려갈까 했다가 에라, 혼자
가면 뭐하겠나 하고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논산 훈련소-광주 상무대-31보병 사단-
담양 11공수 여단을 찍고 상경하는데 우리 집 서울은 아득히 멀기만 합니다.
2.
국토 순례가 목적이 아니었는데 중부-호법-영동-속사-운두 령-인제-원통-양구-춘천을
-거쳐 오다보니 내 적토마 자국으로 강원도 지도를 그리고 다닌 느낌이 듭니다.
국군의 날이라 위병소 근무자들만이 영내를 지키고 있었지만 대한민국 군대 '근무
중 이상무'를 확인할 수 있었고 이틀 동안 50여 부대를 방문하면서 노병은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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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않은 것을 스스로 되뇌고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영업하면서 느낀 것은
다이렉트로 방문했을 때는 첫 방문에 오더 받기가 하늘에 별 따기 인데 누군가
믿을만한 사람의 소개로 방문했을 때는 대우부터가 달라진다는 것이 아닙니까?
비 탓인지 운두 령을 지날 때는 고국의 산하가 푸른빛을 선명하게 띠고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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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 원통을 가로질러 양구로 들어섰더니 코스모스가 아예 무덤체로 나를 환송해
줍니다. 아, 꽃들의 사열을 받고 보니 마음이 녹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 춘천을 호반의
도시라고 말했다면 아마도 저처럼 무거운 호구를 차에 실고서, 밤에 이 길을 지나간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지금 야속한 세월과 함께 호수를 이불삼아
잠들고 싶습니다. 한 1년,
2007.10.2.악동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