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오대산 단풍, 마음에 담아오다.
2023년 10월 19일 목요일
음력 癸卯年 구월 초닷샛날
오늘은 오전부터 비소식이 있다고 하더니만
연일 내리던 서리도 멈추고 기온도 높아졌다.
하지만 비가 그치고 나면 또다시 아침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추운 느낌의 주말이 될거란다.
주중과 주말의 구분이 없는 촌부의 일상이긴
하지만 주말에 나들이를 나가려는 이들에게는
그닥 반갑지 않은 늦가을비가 되겠구나 싶다.
춘천에 다녀올 일이 있는데 하필이면 가고오는
시간대에 비가 내릴 것이라고 하니까 천천히,
조심운전을 해야겠다.
어제 아침에 아내가 말려놓은 건고추 마지막
손질을 하러간다며 별일이 없으면 도와달라고
했다. 이제 아침으로는 딱히 할일이 없는 촌부,
그러마 하고 내려갔다. 아내는 꽤 오랜 동안을
건조기에 붉은고추를 말리느라 고생을 했었다.
잘 말린 건고추를 비닐봉지에 넣어서 노끈으로
칭칭, 꽁꽁 묶어놓았다. 공기차단을 하기 위해
그렇게 해놓아야 고춧가루를 빻으러 갈때까지
눅눅하지 않게 된다고 했다. 아내의 소신이라고
할까, 아님 지독한 깔끔함이라고 할까? 홍고추
말리기전에 하나하나 일일이 닦아서 말렸으며
건조기에서 말린 고추를 꺼낼 때도 선별했는데
또다시 이상여부 점검하고 확인을 해야한다고
했다. 결국 두어 시간동안 건고추 점검, 선별을
해야 했다. 아내의 말대로 이상이 있는 고추가
조금 나오긴 했다. 우리가, 우리 가족들이 먹을
것이고 설령 남들에게 판다고 하더라도 사람들
입에 들어가는 것이라 절대로 대충대충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아내의 고집스런 소신이며 신념
이고 지론인 것이다. 하여간 그 마음 대단하다.
조만간 방앗간에 가서 고춧가루를 빻기로 했다.
어제 오후 아내가 "오대산 단풍이 절정이라는데
드라이브 삼아 단풍구경도 하고 부처님도 뵙고
옵시다."라고 했다. 듣던 중 반가운 말이라 냉큼
"그 좋제! 월정사 지나 상원사로 가모 되겄제?"
라고 하고 이내 자동차를 오대산을 향해 몰았다.
평일 오후인데도 불구하고 월정사 입구 주차장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수많은 등산객과 관광객이
몰려온 모양, 우리는 월정사를 통과하여 곧바로
약 8km 가까운 비포장 도로에 들어서 상원사로
향했다. 이곳은 우리가 이따금씩 드라이브 삼아
가곤하는 길이다. 계절별로 주변 풍광이 너무나
아름답고 멋지다. 산골살이를 하는 우리가 봐도
언제나 너무 좋은데 도시에서 사는 이들이 보면
오죽할까 싶다. 드라이브도 좋지만 월정사에서
상원사에 이르는 둘레길 "선재길" 트레킹 또한
계절별로 한번씩 해볼만하다.
울긋불긋
올록볼록
형형색색(形形色色)
일엽지추(一葉知秋)
만산홍엽(滿山紅葉)
만산만홍(滿山滿紅)
상원사에 이르는 길에 들어서자마자
감탄사를 연발하며 생각이 난 말들이다.
이내, 순간 이 말들이 촌부의 머리속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다 이렇게 헤쳐모였다.
울긋불긋 물든
나뭇잎 하나 떨어지는 걸 보노라니
가을이 깊어가고 있음을 알게 되고
올록볼록 물든
가을산 단풍잎 바라보고 있노라니
내 마음도 단풍처럼 붉게 물드는 듯
형형색색 물든
아름다운 단풍에 취해 서있노라니
단풍 나이에 단풍이 마음을 적시네
아내와 촌부는 월정사에서 상원사에 이르는
길을 따라 오르며 절정의 오대산 단풍에 취했고
상원사 대웅전 마당에서 바라보는 만산만홍의
단풍에 마음을 빼앗겼다. 단풍의 나이에 단풍이
마음을 흠뻑 적셨고, 단풍을 마음에 가득 담았다.
절정의 오대산 단풍을 더 이상 어떻게 풀어놓을
수가 있을까? 그냥 내 마음에 고이 담아두련다.
가을에 태어난 사람이라
가을이 무척이나 좋은데
가을은 너무 짧아 아쉽다.
♧카페지기 박종선 님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첫댓글
덕분에
가을 풍경 즐감 합니다
오늘도 멋진 추억 만드시며 행복 하세요
절정의 오대산 단풍이라
아주 기가 막히더군요.
오늘도 좋은 날 되세요.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가정에 화목하시고,
웃음꽃 가득한 나날들 되시기 바랍니다.
__()()()__
같은 평창이지만
오대산 단풍은 더 없이 좋더군요.
마음에 가득 담아왔습니다.
좋은 날 되세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