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남동의 옛 단국대 자리에 고급 임대주택이 들어선다. 원래 이곳엔 지난 15년 간 주택사업이 추진돼왔으나 사업자가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고급 임대주택을 짓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무주택 서민들에게 값싼 주택을 제공한다는 임대사업제도의 취지와 맞지 않아 ‘편법’ 논란도 예상된다.
서울 용산구청은 3일 “시행자인 한스자람(금호건설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옛 단국대 부지 13만여㎡에 임대주택을 짓는 임대주택건설 사업계획을 최근 승인했다”고 밝혔다.
"상한제로는 고급주택 짓기 어렵다"
87~332㎡ 규모의 600가구가 3~12층짜리 중·저층으로 지어진다. 소형주택의무비율(전용 60㎡ 이하 20% 이상)에 따라 87㎡형 133가구가 포함되고 나머지는 모두 215㎡가 넘는 대형(평균 232㎡)이다.
한강변의 남산 자락에 위치한 옛 단국대 부지는 주거환경이 쾌적한데다 강남과 가까워 ‘알짜’ 주택사업지로 꼽힌다. 1994년 주택개발이 시작됐으나 용도변경 특혜 논란, 시행자 부도 등으로 표류했다. 그 뒤 2006년 한스자람이 2006년 초 부지를 확보하면서 주택개발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한스자람은 지난해 9월 도입된 민간택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제도 시행일 전인 8월 말 일반 분양 아파트로 사업계획 승인을 신청했다. 그러나 절차·신청요건 미비 등의 이유로 구청으로부터 반려돼 상한제 대상에 포함됐다. 한스자람은 이번엔 임대주택으로 사업계획을 변경, 4월 초 승인을 다시 신청했다. 주택크기 등 건축계획은 처음 승인 신청했던 일반 분양주택과 같다.
이 업체 관계자는 “상한제로는 3.3㎡당 600만~700만원 정도의 건축비만 인정받는데 이 금액으론 당초 의도했던 고급주택을 짓지 못한다”고 말했다. 상한제는 일반 분양주택에만 적용된다.
상한제 적용에 따른 사업성 악화도 예상됐다. 상한제를 피하면 주변 시세인 3.3㎡당 3500만 선에 분양할 수 있지만 상한제에 걸리면 이의 70% 정도인 3.3㎡당 2500만원 가량 밖에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5년의 임대 의무기간이 끝난 뒤 시세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감정가격으로 팔더라도 상한제보다 수익성이 나을 것으로 판단해 임대주택 형식을 취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스자람은 다음달 말 세입자를 모집할 계획인데 임대자격, 보증금과 임대료, 임대 후 매각조건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상한제 피하기 '편법' 논란
이를 계기로 민간건설임대가 분양가 상한제를 비껴가는 편법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사장은 “상한제를 적용한 분양가보다 주변 시세가 훨씬 비싼 인기지역에서 상한제를 벗어나는 방법으로 민간건설임대가 이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민간건설임대는 민간이 택지지구 등 공공택지 이외의 민간택지에서 자기자본으로 짓는 임대주택으로 임대의무기간 외에는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다. 임대료·매각가격 등은 사업자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임대사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규제를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상한제 회피용으로 악용되지 않게 규제가 허술한 민간건설임대의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옛 단국대 부지 개발 일지
^1994년 풍치지구 해제 특례 논란으로 개발 무산
^1995년 교육부, 단국대 용인 죽전 이전 승인
^1996년 한국부동산신탁이 사업 재개(시공사 극동건설·기산)
^1998~2001년 극동건설·기산·한국부동산신탁 부도
^2003년 우리은행이 PF사업으로 추진하다 무산
^2006년한스자람, 3318억원에 부지 소유권 확보
^2007년8월 서울시, 단국대 부지 주거지 개발안 통과
한스자람, 주택(일반)건설 사업계획 승인 신청
용산구청, 요건 미비 등으로 반려
9월 단국대 죽전 이전
11월 주택건축계획 서울시 심의 통과
^2008년 4월 한스자람, 임대주택건설 사업계획 승인 신청
5월 용산구청, 임대주택사업 승인
7월 한스자람, 세입자 모집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