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우아이섬 종단연구 (기브윙 코치님의 글과 회복탄력성 책을 참조하였습니다.)
하와이 군도 중 둘레가 50킬로미터쯤 되고 인구는 3만명 정도인 카우아이라는 섬이 있습니다. 지금은 관광지로 개발이 되어 아름다운 폭포와 계곡 기묘한 협곡과 암석들이 멋진곳입니다. '정원의 섬 Garden Island' 이라는 별명도있고 《남태평양》, 《블루하와이》, 《쥬라기공원》, 《트로픽 썬더》 등 여러 영화의 촬영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카우아이는 관광지로 개발되기전엔 오지이고 지옥과도 같은 곳이었습니다. 섬 주민들은 오랜시간 지독한 가난과 질병에 시달렸고, 주민 대다수가 범죄자나 알코올 중독자 혹은 정신질환자였습니다. 학교 교육도 별로 없었고 이 저주받은 것같은 섬에서 태어난것이 불행의 시작이었습니다.
1954년. 미국의 소아과 의사, 정신과 의사, 사회복지사, 심리학자 등으로이루워진 연구팀이 이곳에 도착하여 훗날 사회과학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연구 중 하나로 기록될 카우아이 섬 종단연구가 시작되었습니다.
(종단연구는 오랜시간 동안 꾸준히 어떤 사건이나 사람들을 연구하는 기법입니다. 너무 오랜시간 연구하다보니 연구자가 죽거나 은퇴하여 다음세대의 연구자들에게 이어지기도합니다. 이제는 비용과 시간문제로 종단연구를 잘하지못합니다)
이 연구자들은 1955년에 카우아이 섬에서 태어나는 모든 신생아 833명을 대상으로 해서 이들이 어른이 될 때까지 추적 조사하였습니다. 섬은 열악한 곳이었고 그 섬에 태어난이가 다른곳을 가는경우도 극히 드물었기에 좋은 연구장소였습니다
이 연구는 결국 한 사람이 출생되는 가정 환경이나 사회경제적 환경이 그 아이가 어른이 되기까지 어떠한 영향을 얼마만큼이나 미치는가를 알기위한 연구였습니다. 30년간 연구하였고 연구대상자 중에 90%에 가까운 698명이 조사 대상으로 끝까지 남았습니다.
1971년는 《카우아이의 아이들》이라는 제목으로 결과물을 출간하였고, 1977년에 두 번째 책이 출간되었다. 결국 인간은 환경의 영향을 받게된다는 당연한 결론이었습니다.
그런데요 반전이 있습니다. 연구자료를 분석하던 심리학자 '에미 워너'는 심리학자였습니다.
엄마가 알코올 중독자이면 자녀 역시 알코올 중독에 걸릴 가능성이 높을까?
10대 미혼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범죄의 길로 빠질 가능성이 더 높을까?
엄마와 아빠가 이혼한 아이는 좀 더 공격적인 성향을 보일까??
엄마의 모유를 먹지 못한 아이는 어떤 정신적 육체적 문제가 나타날까?
조부모와 함께 사는 대가족에서 태어난 아이들과 편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사회적응성에 있어서 어떠한 편차를 보일까? 등등을 생각하였습니다.
에미 워너는 833명 중, 더욱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201명을 '고위험군'으로 분류하였는데요. 이 201명의 공통점은 몹시 가난하고, 부모가 이혼이나 별거 중에 있고, 부모 중 한 명이 알코올 중독이나 정신 질환자여서 세 가지 큰 어려움을 다 가지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이들은 다른 집단에 비해 훨씬 많은 학교생활의 부적응과 학습장애를 보였고 학교와 집에서 여러가지 갈등을 격었습니다. 이들이 커서 18세가 되었을 때에는 상당수가 폭력 사건에 연루되어 소년원에 들락거리거나, 이미 여러 차례 범죄 기록을 갖고 있거나, 정신질환을 앓거나 미혼모가 되어 있었습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를 일으킨 것은 3분의 2뿐이었다. 나머지 3분의 1은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습니다.
고위험군에 속한 아이들 중에서 3분의 1 가량에 해당하는 72명이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으니까요
예상밖으로 72명은 밝고 건강한 청년으로 문제없이 성장했습니다. 그들은 학업 성적도 우수했고, 물의를 일으키지도 않았으며, 미국 대학입학시험(SAT)에서 상위 10% 안에 든 사람도 있었습니다.
왜? 당황하고 놀란 에미 워너는 72명을 역추적했습니다. 하기 시작했다. 그리곤 마이클을 발견하였습니다.
마이클은 그 섬의 어느 누구보다도 열악한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마이클이 태어날 당시 그의 어머니는 16세의 앳된 일본계 소녀였고 아버지는 19세의 필리핀 소년이었습니다. 10대 소년 소녀였던 마이클의 부모는 마이클이 태어나기 3개월 전에야 겨우 결혼하게 됩니다. 물론 양쪽 집안에서 심한 반대가 있었으나 우여곡절 끝에 결혼하여 마이클을 낳게 된었지요.
마이클은 태어날 당시 2kg밖에 안 되는 미숙아였고 태어나자마자 3주 동안 시설도 열악한 군대 병원의 인큐베이터에서 보내야만 했다. 마이클이 엄마와 함께 퇴원해서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의 아버지는 집에 없었습니다. 한국 전쟁 말기에 징집되었던 마이클의 아버지는 2년이나 더 복무한 후에 집으로 돌아왔다. 마이클이 열 살 되었을 때, 그에게는 동생이 셋이나 생겼음에도 그의 부모는 결국 이혼합니다. 20대 중반이 된 그의 엄마가 마이클과 동생들을 모두 버리고 섬을 떠나버린 것입니다. 마이클의 엄마는 그 후 다시는 섬으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마이클의 아빠는 아이 넷을 데리고 할아버지 집에 얹혀 살았습니다.
이쯤 되면 마이클은 약물 중독자나 소년범 아니면 적어도 사회부적응자가 되었어야 합니다. 그것이 이연구의 당연한 결과이니까요 그런데 . 마이클은 놀라울 정도로 밝고 명랑한 매력적인 청년이었으며, 성적은 초등학교 이래 늘 상위권이었고, 독서력도 늘 자기 학년의 수준보다 높았습니다. 을 넘었다. SAT미국의 대학입학 자격시험 점수는 전 미국 상위 10% 안에 들었으며 학교 성적은 대부분 A였고 전교 석차 역시 10위 안에 들었습니다. 동아리 대표와 학생회장으로도 선출되었습니다. 미국 본토의 유명 대학에 장학금을 받고 합격하였습니다. 그는 교사가 되려하고있었습니다. 성격도 긍정적이며, 자율적이고, 도덕적이었고 다. 행복해 보였습니다. 마이클은 세상의 모든 부모와 학교교육이 만들어내길 원하는 이상적 청년이었습니다.
왜 마이클은 이렇게 되었을까요?
에미 워너는 이 72명이 역경을 이겨낼 수 있는 어떤 공통된 속성을 찾았습니다. 삶의 어떠한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강인한 힘의 원동력이 되는 이 속성을 에미 워너는 #회복탄력성 이라 불렀습니다.
에미 워너는 무엇이 아이들을 사회부적응자로 만드느냐는 질문을 버리고,
대신 "무엇이 역경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정상적으로 유지시켜 주느냐?" 는 질문을 화두로 삼았습니다.
카우아이 섬 연구는 시작하고 나서 거의 30년이 지난 후에는 회복탄력성에 대한 연구로 변한것입니다.
워너 교수가 수십년에 걸친 연구를 정리하면서 발견한 회복탄력성의 핵심적인 요인은 결국 한사람이었습니다.
그것은 "그 아이의 입장을 무조건적으로 이해해주고 받아주는 어른이 적어도 그 아이의 인생 중에 한 명은 있었다." 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