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은자리
최 병 창
창과 방패는 가히 필연적이다
방바닥에서 풀들이 자라나는 소리
엉덩이와 바닥사이에서
삐그덕 소리로 아침을 연다
더하면 빼야 하고 빼면은 더하게 되며
곱하면 나누게 되고 나누면 곱해야 하는
부등식이 제 홀로
빈집을 빈집처럼 드나들며
순탄치 않은 임계 점을 드러낸다
기다리지 않은 결과가
기다려온 결과보다 더 빠르게 다가오고
늘 상 받아온 상처는
볼 상 사납게도 반갑지 않은
인사를 나누기에도 항상 모자랐다
아무래도 천천히 앉아야겠다
안되면 안 되는 대로 되면 되는 대로
마음속에 아주 잠깐 앉은자리에서
봄바람을 심어도 좋다는 귀엣말
겉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
순간의 분별을 어지럽게 흔들어도
아침저녁을 가로지르는
교차점은 슬며시 귀속말로 다가온다
순간 일어선 풀들이 다칠라
조심조심 맞닿은 틈새를 겨냥하지만
그도 실은 만만치가 않다
계속 앉아있어도 되나요
어제오늘도 같은 그 자리
풀꽃하나 맺히기를 기다려보지만
엉덩이와 바닥사이에는 너무 두꺼웠다
문득, 비라도 내릴 듯한 소리
그때 그 소리가 자꾸만 속삭인다
창과 방패는 제쳐두고
꽃잎 위에
계속 앉아있지 말라는 뜻처럼.
< 2021. 04. >
아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