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학원 강사라는 직업에 회의를 느꼈다. 과연 나는 잘 살고 있는 것인지. 나는 행복한지. 둘 다 아니었다. 그때 나의 취미는 두 가지. 낚시와 캠핑. 이러저러한 문제로 머리가 아플 때는 강의를 마치고 낚시터에 가서 밤새 찌를 쳐다보고 와야 겨우 업무를 볼 수 있었다. 주말이면 낚시터에서 살고. 이렇게 살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의도 재미 없었고 학원 운영도 당연히 부실해졌다. 학원을 접고 남은 돈 닥닥 긁어서 터키로 여행을 갔다. 여행에 특별한 의미는 없었다. 그냥 도피하고 싶었다. 터키에서. 처음 만난 것은 한국전 위령탑이었다. 머나 먼 이국땅에 와서 죽어간 사람들. 그들에게 삶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문득 지금까지 생각하지도 못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중세의 성은 영화에서 보던 것과는 규모가 달랐다. 사진이나 영화와 실제는 아주 다르구나. 영화에서 수류탄의 위력은 커보이지 않는다. 실제 수류탄의 위력을 눈으로 보면 대단하다. 그런 느낌. 오래 된 석조 건물을 보았다. 현대의 아파트와 다르지 않았다. 지평선도 처음 보았다. 처음 처음 처음...... 누군가와 함께였다면 그렇게 많은 것을 느끼고 보지 못했을 것이다. 혼자였기에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혼자 여행의 묘미를 느낀 순간. 여행에서 돌아와 바로 캄보디아에 갔다. 캄보디아 역사에 관한 설명. 눈 앞에 펼쳐지는 사실. 그곳의 돌에 세겨진 조각을 보고는 너무 아름다워 왈칵 눈물이 났다. 세상에나.... 반만년의 역사. 사계절. 우리나라가 빼어나다고 배웠는데 세상은 넓고 배울 것은 많았다. 그동안의 삶과는 다른 삶이 시작되었다. 시간이 나면 숲에서 캠핑을 하거나 물에서 낚시를 하던 도피적인 삶에서 발로 걸으며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는 여행이 시작되었다. 돈벌이에 모든 머리를 쓰고 적당히 거짓말하는 삶에서 노동으로 정직하게 돈을 벌고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거짓말을 하지 않으며 여가 시간과 내 능력을 오롯이 나를 위해 사용하는 행복한 삶을 살게 되었다.
안동여행. 하회탈 공연을 보며 그래.... 삶은 이런 거야. 이렇게 여유있게 문화를 체험하고 즐기는 것. 안동에서 똑딱이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는데 수전증으로 많은 사진을 버렸다. 그래서 dslr을 사용하기 시작한다.
송광사. 통도사. 해인사. 그 청아한 기운이 압도적이다. 팔만대장경을 직접 눈으로 보는 감동. 해남 대흥사가 유네스코에 등재 되었다. 어떤 곳일까? 요번 해남 여행의 목적이며 의미다.
남해 보리암. 나에게. 최고의 사찰. 여수 향일암도 좋았다. 해남 도솔암은 어떤 모습일까?
비원은 아주 훌륭한 정원이다. 담양의 소쇄원은 아주 뛰어난 건축물이다. 보길도의 세연정은 뛰어난 정원과 건축물이라고 한다. 과연 어떤 모습일지.... 진도의 운림산방처럼 실망스럽지 않으면 좋으련만....
시티투어는 배울 것이 많다. 해설사님들이 동행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종묘나 비원. 그리고 궁에는 해설사님들이 계신다. 그냥 산책삼아 휘휘 둘러보는 것과 해설사님들의 설명을 듣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부여와 공주 시티투어는 백제라는 시간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군산은 일제 시대로 시간을 돌려 놓는다. 다음 달에 마창진을 가는 이유는 진해의 근대문화역사길 해설을 듣기 위해서다. 진해 제황산공원에 갔다가 우연히 해설사님의 해설을 10분 가량 들었다. 그 공원이 일제시대의 잔재라는 것. 그 과정에서 진해에는 근대문화역사길 해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복탕이나 아구찜 아구탕 등 뛰어난 먹거리가 있지만 마창진을 다시 찾는 이유는 역사를 배우기 위해서다.
지난 15년. 거짓 없이 행복을 위해 살았기에 마음의 상처 같은 것은 전혀 없다. 그래서 힐링이 필요 없다. 내 마음 잔잔함 그 자체. 자연은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은 내가 사는 곳이 시골이라 도처에 널려 있다. 내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배움이다. 역사를 배우고 건축물과 조각을 보고 느낀다. 서산 마애삼존불은 석굴암을 능가하는 조각물이었다. 그런 행운과 행복을 위해 여행을 계획하고 배낭을 맨다.
첫댓글 2018년 9월에 쓴 글이네요.
이후에도 여행은 계속됐고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고 배우고 있습니다.
천문산 선배님의 3.1절 글을 보고
문득 진해의 제황산이 생각났습니다.
일제가 우리문화를 없애기 위한 흔적.
그곳을 해설사님과 함께 가시기를 강력 추천합니다.
학원을 경영하신 분이라 보통사람하고 다르십니다.
아우님 덕분에 많은것을 새로이 알고 느끼는계기가 되고있습니다.
나에게 여행이란
친구들하고 놀러간단 의미였고
여럿이 어울려 풍경 사진찍기 맛있는거 먹는재미로 보내고
집에오면 아무생각이 나지않아 찍어온 사진보며
오! 내가 여길다녀 왔구나 정도~ㅎㅎ
여태 그리 살았네요~ㅜ
혼자하면 여행
둘 이상은 관광.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행과 관광의 차이죠.
저도 40살 이전에는
속초에 가서 술마시고
제주도 가서 술 마시고
장소만 바뀔 뿐 출발하는 차에서부터 취해서
오는 차에서까지 취하기.
일출이란 본 적도 없었죠.
40 이후에 혼자 여행을 하면서
많은 것들이 바뀌었습니다.
@기회(일기일회) 혼자 떠나는 여행!
@유쾌한그녀 온전히 저에게 집중하고 있습니다.
@기회(일기일회) 저도 그래서 여행은 혼자 떠나요.
기회님...!
방긋..?
스산 콤 동네의 보물인
마애삼존불도 다녀가셧군요
국보84호래요 보믄 볼수록 친근감이
묻어나는 작품이고유
햇빛의 방향에 따라 미소의
모습이 변하는 예술작이래유
동지전야젤 오붓하게 이곳을 거쳐가는
게획을 지금부터 스케치 해놔야 해유
태자님도 동참한대유...ㅋ
3월내내 무탈하옵시길 두손모아
기도 드리옵나이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예술작품입니다.
보자마자 사랑에 빠져버렸어요.
@기회(일기일회) 점띠 절므시고
미남이신 기회님...!
방긋...?
콤도 스산 운산 강댕이골 마애삼존불에
가믄 사랑에 푹빠져 허우적 거리다
배영으루 헤엄치며 나와유
그래야 힘들지 안해유 콤이 수영해보니까
배영이 젤 십고 치기 편해유 팔만 풍차 돌리듯
잘 허우적 거리믄 데거들랑요...ㅋ
근댕...!
수영하다봄 가끔 배불른 회원과 함께 배영하는디
그분이 배영할때믄 배가 뽈록나와서 웃음이 절로 나와유..ㅋ
오늘은 3월 초하루 입니다 3월내내 무탈하시옵길
두손모아 기도하옵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