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88년생여자입니다.
요즘들어 부쩍 집과 인연을 끊고 싶다는 생각 많이하네요..
4가족입니다. 위로 오빠가 있죠.
오빠는 군대 가있고 부모님은 지방에 계십니다
지방에서 고등학교 졸업후 대학을 수도권쪽으로 오게되어 혼자 살고 있는 중입니다.
대학1년다니다가 휴학후 회사다니고 있구요. 퇴근후엔 알바를 하나 더 합니다.
가족과 같이 살았을 때를 생각하니 우울해지네요
집이 굉장히 가난합니다. 4가족이 9평짜리 아파트에서 15년을 넘게 살았습니다. 그 이전에는 3평짜리 단칸셋방살이하다가 영세민아파트로 옮긴거예요. 그 아파트 자체가 장애인 및 저소득층을 위한 아파트입니다. 대학교 오면서 저만 서울쪽으로 온거구요.
제가 태어나자마자 오토바이사고 나신 아빠. 장애인판정받았습니다. 연년생인 오빠와 제가 태어난지 얼마 안되었을 때라 저랑 오빠는 친가/외가 쪽으로 나누어져 갓난시절을 보냈구요.
아빠 재활훈련 당시 굉장히 엄마가 힘들었다고 합니다. 겨우 마련한 아빠의 수술비를 아빠의 형되는 큰아빠라는 사람이 도박으로 빼돌리고.. 할머니라는 사람은 앞에서 내아들 어쩌냐 어쩌냐 말만하고 정작 병수발은 들지도 않고.. 아빠의 재활훈련 스트레스는 엄마를 목발로 폭행하는 걸로 풀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4년만에 가족이 모두 모여서 크게됐고 아빠는 빚을 내어 카센터를 차렸죠. 운영 미흡으로 적자를 보다 빚만 더 커지고 결국 지인에게 가게를 넘겼습니다.
4가족이 살아가는데 고정수입이 없었습니다. 일을 못했죠. 아빠는 가끔씩 일용직으로 몇만원씩 벌어왔고 엄마는 어디선가 항상 빚을 내왔습니다. 저랑오빠는 어린시적 그 흔한 태권도 영어학원 가본적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저속득층으로서 초등학교때는 급식비 지원을 받았죠. 중고등학교때는 급식이 없었구요. 중학교때는 3년내내 등록금면 제 고등학교때는 2년면제받았습니다. 지속적으로 받아와서 다른 학생들에게도 혜택을 주어야 해서요.
상고에 입학한 오빠. 자격증을 따려면 학원을 다녀야했습니다.
저 중학교 3학년때부터 알바를 시작했습니다. 찌라시같은거요. 고등학교 들어가서 패스트푸드점.부대찌개집.지방의유명한맛집.나이속이고호프집.고기집.빌라완공청소.전문청소업체.김장.. 등등..
정말 안해본 거 없었습니다.. 고1때 돈벌어서 오빠 학원비 대줬죠. 저는 인문계는 인문계지만 꼴통인문계고 워낙 학교가 꼴통이라 내신이 잘나오기때문에 수시로 학교갈 생각이였기때문에 돈들여서 학원다닐 필요까진 없었습니다.. 불행중다행이였죠. 그래도 돈대준 보람이 있게 오빠는 자격증 20여개를 넘게 따서 학원전단지에도 사진이 올라가더군요.
학교에 내야될 기타등등의 잡다한 비용들을 전부 지불하고, 하지도 않은 야자보충학습비까지 냈습니다. 학교가 무슨 일이 있어도 해야된다더군요. 사립이라 돈받아먹을려고 그랬던겁니다. 그 이사장 유명했거든요. 담임이랑 쇼부쳐서 난 내 생활이 당장 문제고 내가 알바하지 못하면 학교는 내가 지불해야 될 돈을 받지 못한다. 그러니 난 야자비는 내겠다. 하지만 하지는 않겠다. 이렇게요.
위에 써놓은대로 내신잘받을 수 있는 학교였죠. 시험 10분전에 써머리적어놓은거 한 번 쭉 읽어놓기만 하면 95점 맞을 수 있는 문제들. 초등학교수준의 영어문제. 심하면 시험전에 숫자 20개 쭉~불러줍니다. 주관식은 메모지에 나눠주고요. 정답번호와 주관식답이죠. 외워놓고 시험지 안보고 마킹만 하면 백점입니다. 그런학교였는데도 애들이 죽어도 안하거든요. 덕분에 1등급내신맞아서 수시로 수도권으로 대학왔습니다. 물론 4년제 다닐 생각아니였기때문에 유명한 전문대 비서과를 쳤죠. 붙었습니다.
수능 끝나자마자 3개월동안 400을 벌었습니다. 알바로만요. 지방 시급이 워낙 낮아서 이렇게 벌기 힘듭니다. 점심과 저녁에 두개 뛰고 금/토 늦은밤에는 호프집 알바를 부를때마다 뛰어가곤 했습니다. 학자금 대출받고 총 800만들어서 혼자 들어갔습니다. 집 무보증금없는 곳으로 혼자 구하고. 지금 냉장고도 없이 1년반넘게 살고있습니다. 대학다닐때 애들 놀때 알바하고, 방학때 직원들어갔다가 나오고.
그러다가 사정상 휴학하고 취직했습니다. 공제후 월수 140정도되고 저녁에 하는 알바는 타임이 그렇게 길진 않아요. 개인적으로 사장님과 친분있는 사이라 편의 많이 봐주셨거든요. 일한지 얼마 안됐는데 시급올려주시고 시간도 빨리 빼주시려고 하고.. 그때그때 밥값하라고 일당으로 주시고..고마웠죠.
알바끝낸후에 집에 와서 씻고 자면 2시고. 회사 출근하려면 5:30분에 일어나야 넉넉하게 준비하고 출근하죠. 그 생활 지금 거의 10개월정도 다되가네요.
나름 힘들게 생활하고 열심히 산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모아둔 돈이 없습니다.
집으로 가거든요. 10일(월급날)되면 어김없이 울리는 전화. 짧게 말하죠 이번달엔 얼마 필요하냐고.. 반절이 넘게 집으로 갑니다. 접대는 엄마가 10년전에 쓴 신용카드빚이 500이였는데 2,000이 넘게 돌아와서 선금으로 30선납안하면 재판가야된다고 했나..
월급전이라 돈도 없는데 친구한테 월급나오면 준다고 하고 송금했습니다..
오빠는 군대에서 용돈이 없다고 전화해서 5만원 10만원씩 보내달라고하고..
오빠 휴대폰이 낡았는데 이번에 휴가 나오면 신형쓰고 싶다고 하더군요. 알아보는 중입니다.
지칩니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예요. 일을 해도 나아지는 것도 없고 모아지는 것도 없고. 몸은 갈수록 상해가기만하고. 생활에 활력소도 없습니다.
대학교 앞에서 하는 알바라 대학생들 술먹고 있는거 보고 집에 와서 한참을 울곤 합니다.
나도 같은 나인데.. 나도 같은 대학생인데..
접대는 그랬죠 사장님이. 편의 많이 봐주셔서 고맙긴한 사람이지만 부모님 안계시냐는 소리에 다음날 눈이 부은 채로 출근했습니다.
난 분명 현실속에서 죽어라 뛰고 있는데 제자리 걸음이죠
날 잡고 있는 사람들은 가족이 아니라 이젠 귀신같습니다
엄마 사랑합니다. 분명 사랑해요. 아빠한테 목발로 맞으면서도 빚덩어리 환경에서도 아들딸 버리지않고 키워준 고마운 우리 엄마입니다. 그래도 지칩니다. 그 비현실적인 언젠간 잘될꺼란 믿음에 난 지쳐만가요.
이글 쓰고 있는데 옆에서 휴대폰이 울리네요. 엄마입니다.
지칩니다 받기 싫어요. 모레가 월급날인데..
휴,,글읽다가 저보다 다섯살이나 어린분인데 너무 기특하기도하고 불쌍하기도 하고 눈물나서
퍼왔어요,, 이런분들 생각해서라도 우리 좀더 열심히 살아요,,,,
친구야(?) 힘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