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8년 된 내 차에는 있는 것보다 없는 게 더 많다. 그 흔한 전동식 사이드미러도 없어서 자동세차기에 들어갈 때마다 창문을 열고 "이거 수동이거든요!"라고 소리 높여 외쳐야 한다. 시트 역시 수동이라 조절할 때마다 허리를 잔뜩 굽히고 레버를 당겨야 한다. 힘 조절이 안 되면 뒤로 쑥 밀려나 뒤에 앉은 사람의 무릎을 가격하기도 하니 시트를 조절할 땐 늘 조심스럽다. 아이팟 연결은 상상할 수도 없다. 그래도 CD 플레이어가 달린 걸 감사하게 생각한다.
요즘 차들은 편의장비도 참 다양하다. 임시번호판도 떼지 않은 따끈따끈한 시승차를 몰다 보면 탐나는 편의장비가 한둘이 아니다. 범퍼에 달린 다섯 개 카메라로 전후좌우의 다섯 가지 바깥 모습을 촬영해 차 안 모니터로 보여주는 랜드로버 디스커버리4의 서라운드 카메라 시스템은 인피니티의 어라운드 뷰 모니터보다 근사하다. 말로 전화를 걸고, 오디오를 조작할 수 있는 포드의 싱크는 영어로 말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할수록 신기하다.
혼다 시빅의 구멍 뚫린 헤드레스트도 탐이 난다. 여자라면 머리를 묶고 운전할 때의 불편함을 잘 알 거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봐도 불룩 튀어나온 머리가 헤드레스트를 눌러 고개가 이만저만 불편한 게 아니다. 이건 머리를 묶어보지 않은 남자들은 죽었다 깨나도 모르는 여자들만의 고통이다. 차라리 고개를 바짝 들고 운전하는 게 낫다. 그럴 때마다 '누가 내 헤드레스트에 구멍 좀 뚫어줬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물론 시빅의 헤드레스트는 뒷자리에 앉은 사람이 헤드레스트에 뚫린 구멍으로 앞을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지만)
뒷자리에 아무도 태울 수 없어도 좋으니 커다란 가방 보관함이 있었으면 좋겠다. 교차로에서 급브레이크를 밟아 '끼익' 하고 설 때마다 옆 시트에 놓인 가방이 총알처럼 튀어나가는 모습을 보기가 안타깝다. '아직 할부도 끝나지 않은 건데….' 앞유리는 물론 옆 유리도 모조리 자외선을 100% 차단하는(그러나 시야는 밝은) 유리창으로 바꾸고 싶다. 한쪽 팔만 흉하게 타는 게 싫어 팔꿈치까지 올라오는 면장갑을 끼고 운전했더니 남자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 콘솔박스에 내 소중한 구두를 안전하게 넣을 수 있는 작은 신발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GM대우 마티즈에는 조수석 시트 밑에 구두를 넣을 수 있는 시트 언더 트레이가 있지만 시트 밑에 구두를 우겨넣는 건 내 구두를 두 번 죽이는 일이다.
세상의 반은 여자다. 차를 고를 때 결정적인 목소리를 내는 사람도 여자다(결혼했거나 여자친구가 있는 남자들은 100% 공감할 대목이다). 그러니 차를 디자인하거나 설계할 때 그녀들을 조금 더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위에 쓴 것처럼 해달라는 게 아니다. 진심으로 여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라는 거다. 지금까지 나온, 소위 여성을 위한 옵션이라는 건 아직 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