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이토록 많은 비가 쏟아진 적은 없다.
오랜만에 집에 덩그러니 혼자서 마구 지붕을 두드리는 비의 향연을 듣고 있자니 소녀의 마음으로 비를 좋아하던 옛날일들이 뭉게뭉게 떠오른다.
비오는 날에는 뭔가 특별한 일이 생길것만 같은 확실치 않은 기대감 혹은, 슬픈 선율을 타고 내리는 마음속의 담담하고도 암울한 그 어떤 것들.. 그런 서정적이고 소녀적인 감상의 대표자리를 '흐림과 비'에게 내어주었던 때였다.
결혼문제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언니와 등을 돌리게 되었다.
비가 오는 날이면 나의 아름다운 언니와 우산을 받쳐들고 경대 후문쪽의 자그마한 카페에서 커피도 한잔하고 가끔씩 일요일 오후에 수성못 근처의 까페도 찾아갔었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갑작스럽게 견딜 수없는 심정이 되버린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긴강을 건너버린 것 같기도 하고 너무 많이 걸어서 지치고 힘들어 다시 돌아간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먼길을 지나온 것 같기도 하다.
첫댓글 네가 먼저 손내밀어 보렴. 멀리 있어서 더 안타깝다. 두사람은 보통 인연이 아닌 자매간으로 태어났는데 그럴 수는 없는 일. 화해하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