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원래 쓰다
‘커피는 원래 쓰다’ 커피 컨설턴트 박우현씨가 쓴 커피 책이름이다.
책을 통해 그는 우리가 커피에 대해 진정 알아야할 두 가지를 이야기 한다. “커피요? 괜히 어려운 지식 갖추려 애쓰지 마세요. 그냥 신선하게 마시면 되는 거예요.” 그리고 “‘우리는 커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만…”.
‘커피 사랑’ 그저 놀랄 뿐입니다
우리는 한 해(2010년) 1인당 453잔의 커피를 마신다고 한다(전세계적으로 하루 약 20억 잔). 커피소비량 세계 랭킹 11위.
올해 우리나라의 커피 수입액이 5억 달러를 넘어서면서 역대 최고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1월~10월까지 커피 수입액은 5억800만달러로 사상 최대치였던 지난 한 해동안의 3억700만달러를 훌쩍 뛰어넘었다. 커피 수입액은 2005년 1억4천만달러로 2000년(1억1천만달러) 이후 5년 만에 1억 달러를 상회한 후 꾸준히 증가하다가 2007∼2009년 2억 달러대를 유지하다가 작년에는 3억 달러를 처음 초과했다.
올해 국가별 수입을 보면 브라질이 1억 달러로 가장 많았고 콜롬비아(9천100만달러), 베트남(7천100만달러), 온두라스(6천500만달러), 페루(2천900만달러) 등의 순이다. 커피 수입에서 베트남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34.8%에서 2010년 13.8%로 대폭 줄었지만 콜롬비아(14.6%→17.1%), 브라질(14.1%→16.7%), 온두라스(8.8%→11%)에서의 비중은 커지고 있다.
특히 인스턴트 커피 소비가 줄어들고 원두커피 소비로 빠르게 전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소비경향의 변화는 커피 원재료 수입에도 영향을 줘 인스턴트 커피의 원료로 사용되는 베트남산 커피(로부스타) 수입은 최근 급감했다. 반면 고급 커피 원료인 아라비카(Arabica)종을 재배하는 나라(콜롬비아, 브라질, 온두라스 등)에서의 수입은 큰 폭으로 늘어났다.
커피, 비밀․악마․이슬람․변혁의 음료라고?
역사적으로 커피는 베일에 싸인 비밀 음료였다.
커피라는 이름은 커피 원산지 에티오피아의 커피산지 이름에서 따왔다는 ‘카파’설과 커피를 이르는 아라비아어 ‘카화’에서 유래했다고도 한다. 전설도 있다.
전설1 에디오피아의 목동 칼디의 전설이다. 기원전 6~7 세기 아비시니아(지금 에티오피아) 산악지대에 칼디라는 목동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기르던 염소들이 빨간 열매를 따 먹고 흥분하고 날뛰는 것을 목격하곤 자신도 그 열매를 먹어봤는데 기분이 좋아지고 힘이 솟았다. 그것이 시발점이 돼 커피가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는 얘기다.
전설2 예멘의 오마르의 전설이다. 오마르는 모카 왕국의 수도사. 산속에서 오마르가 산속을 헤매다 거의 지쳐갈 무렵 새소리에 이끌려 도착한 곳에서 빨간 열매를 따먹고 피로를 회복했음은 물론, 그 후 모카의 공주를 치료했다는 이야기로 대략 13세기경이다. 학계에선 전설의 진위 여부를 떠나 커피가 시작된 땅을 에티오피아로, 최초 경작한 곳은 예멘으로 본다.
커피를 만난 이슬람 사회는 철학과 예술에 눈을 뜨고, 커피를 만난 유럽은 르네상스 문화를 꽃피운다. 커피는 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이슬람의 음료이자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변혁의 음료였다.
한국, 중국, 일본 중 커피가 가장 먼저 도착 곳은 일본이다.
유럽엔 커피가 자라지 않는다(못한다). 커피 때문에 기존 양조업자들의 수익이 감소하자 유럽인들은 커피가 자라는 새로운 땅을 찾아 나선다. 선봉에 선 나라는 네들란드였다. 일본은 네들란드와 무역을 하고 있었고 당시 일본은 커피를 약으로 받아들였다. 네들란드를 통해 커피를 받아들인 일본은 명칭 또한 네들란드식 발음인 ‘코휘’에 가까운 ‘코히’라고 부르고 ‘가배’라는 일본식 한자로 표기했다.
중국도 청조가 무너지는 시기에 ‘카페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다.
조선의 사정도 중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 혼란의 시기에 조선의 고종은 러시아를 통해 커피를 접했고, 서양에서 온 국물 같다 해서 ‘양탕국’이라 불리기도 했다. 이렇게 커피는 사람을 깨우고 벽을 넘어왔다.
광고에서 듣는다, ‘아라비카 100’ 뭔 말씀?
커피 열매는 참 특이하다. 다른 열매와는 달리 과육보다 씨가 훨씬 크다. 커피의 카페인 성분은 볶아야만 나온다. 커피는 볶기 전엔 절대 자신의 본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커피를 볶는 것을 로스팅이라 부른다.
해외에서 로스팅한 커피를 수입해 소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커피에 관한 모든 것을 공부할 필요는 없다. 밥 짓는 것을 학원에서 배우지 않듯이, 편하게 소비하면 된다.
자연상태에서 처음 발견된 품종을 원종이라 부른다. 커피의 3가지 원종은 아라비카, 카네포라(로부스타), 리베리카다.
커피의 전설에 등장하는 커피는 어떤 종자였을까? 커피나무가 처음 발견된 곳은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인데 이 커피가 아라비카였고 따라서 초기에 중동과 유럽지역에서 마시던 모든 커피는 아라비카다. 나머지 품종은 다른 아프리카 지역에서 발견된 것이다.
아라비카종은 가장 많이 재배되며 우수한 맛을 내는 고급 품종이긴 하지만 주로 해발 1,000∼2,000m의 고산지대에서 생산되며, 기후나 토양 등에 민감해 재배하기 까다로운 커피다. 병충해에 약하고 섭씨 5도 이하 지역이나 30도 이상의 고온지역에서는 경작이 불가능할 정도로 기온에 민감하고, 적절한 강수량(빗물이 넘치면 걸러내고 모자라면 머금고 있을 정도)과 조사량뿐 아니라 해발고도(낮에는 뜨겁고 밤에는 차가운 기온이 교차되면서 커피열매가 수축과 이완을 반복)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여기다 서리(냉해)가 내리지 않아야 한다. 커피는 파종을 해서 첫 수확을 할 때까지 최소 2~3년, 보통 5년 전후의 시간이 걸린다. 이처럼 아라비카종 커피는 재배조건의 제약이 많다는 단점을 갖고 있지만 그만큼 원산지별 커피 고유의 맛과 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다른 커피보다 가격이 비싸다. 로부스타 종은 라틴어로 ‘강하다’는 뜻으로, 강한 생명력을 가진 품종이어서 주변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잘 자라기는 하지만 맛이 떨어지는 것이 흠이다.
도대체 이 커피 어디에서 누가 볶은 거죠?
커피는 음식이다. 음식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재료다. 그것도 신선한 재료. 커피의 재료가 되는 좋은 생두와 신선한 상태의 볶은 커피콩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커피나무의 열매에 들어있는 씨를 파치먼트라고 한다. 도정하지 않은 쌀을 생각하면 된다. 도정을 통해 쌀겨를 분리하듯 파치먼트도 가공을 하면 생두가 된다. 생두를 그린빈(green bean)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생두가 초록빛을 띠기 때문이다. 생두를 뽁은 것이 커피원두다.
기존 인스턴트커피는 천박하고, 갓 볶은 커피를 핸드드립으로 마셔야 교양이 있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커피라는 농작물이 어떤 곳에서 어떻게 재배되고, 어디에서 누가 볶은 것인지 꼼꼼하게 따질수록 커피 생태계는 더욱 균형을 찾게 될 것이다. 지구 반대편 거대한 커피농장에서 만든 커피가 우리 앞에 전달되는 놀라운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석유처럼 커피도 가까운 미래에 고갈될 지도 모른다.
우리는 커피로 연결되어 있다?
이런 커피의 지속적인 순환을 위한 대안적 시스템으로 공정무역을 꼽는다. 지구 반대편 어느 커피산지 농부의 손에서 시작해서 지금 우리가 있는 이곳의 누군가의 손에서 마무리되는 커피 한 잔 속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한 잔의 커피로 지구를 연결시킨다.
공정무역(fair trade)은 서구의 소비국들에서 약 60여 년 전부터 산발적으로 시작된 윤리적인 소비 운동이다. 커피, 바나나, 초콜릿 등 주로 아프리카나 남미의 저개발국에서 다량으로 생산되지만 중간 유통 단계에서 흔히 코요테(coyote)라고 불리는 지역 상인이나 초국적 거대 기업들의 착취 문제가 심각해진 산업을 중심으로 일어났다.
공정무역 커피는 농민들의 수익이 6%인데 비해 일반커피는 0.5%이다.
공정무역 생산물은 얼굴이 있다. 직접 생산자와 관계를 맺고 유통되기 때문에 현지에서 누가 어떤 제품을 생산하는지, 생산자에게도 도움이 되고 소비자로선 믿고 구매할 수 있는 상품 중의 하나다. 5월 둘째주 토요일을 공정무역의 날로 정해 기념하고 있다. 올해는 5월 12일이다.
‘커피는 원래 쓰다.’
커피는 근본이 원두이며, 원두가 맛이 있어야 커피가 맛있는 것이다. 원두를 갈아 화학반응을 일으켜야 향이 난다. 또한 커피는 욕심을 내면 안된다(고 한다).
커피는 사상, 문화, 철학 등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친구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소통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커피는 원래 쓰다. 커피에 쓴맛이 없었다면 커피는 지금처럼 우리의 입맛을 사로잡지 못했을 것이다. 커피가 만약 시거나달기만 했다면 어쩌면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커피의 참 맛(쓴맛)을 얻기 위한 커피 재배 과정은(세상 많은 것들이 그러하듯이) 너무도 쓰다(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