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권위 있는 국제기관이 시행한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후보 자격 평가에서 '톱3'에 포함됐다.
16일 통상계에 따르면 독일 베텔스만 재단의 GED(Global Economic Dynamics) 프로젝트팀은 최근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유명희 본부장과 케냐의 아미나 모하메드, 몰도바의 투도르 울리아노브스키가 WTO 사무총장으로서 가장 많은 자격 요건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1977년 설립된 베텔스만 재단은 정치, 사회, 경제 등 전반에 걸쳐 공익적 프로젝트와 연구를 수행하는 비영리 기관으로 국제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GED 측은 유럽대학연구소(EUI)가 WTO 회원국 대표단과 통상 관료 및 전문가 총 1천92명을 대상으로 최근 시행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와 후보들의 이력서 내용을 참고해 각자의 경쟁력을 분석했다.
EUI 조사에서는 차기 WTO 사무총장이 갖춰야 할 중요 요건으로 꼽힌 ▲ 조직관리 경험 ▲ 정치적 경험 ▲ 경제학 교육 정도 ▲ WTO 협상 경험 등 네 가지에 ▲ 법학적 지식 ▲ 공직 경험을 추가해 총 여섯 가지의 자격을 각 후보가 얼마나 충족하는지를 평가했다.
그 결과 유명희 본부장과 아미나 모하메드, 투도르 올리아노브스키 세 후보가 동일하게 6개 중 경제학 교육 정도를 제외한 5개 요건을 갖춰 '톱3'로 꼽혔다.
GED 측은 유 본부장에 대해 "성과가 탄탄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평가했다. 투도르 울리아노브스키를 언급하면서는 "제네바에선 인상 깊었으나 회원국들의 지지를 거의 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아미나 모하메드에 대해선 "WTO 정견발표 내용을 봤을 때 초기 선두주자로 떠오른 것 같다"며 "전 케냐 무역장관이자 WTO 대사로서 (WTO의) 시스템을 완전히 잘 알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 후보 다음으로는 나이지리아의 오콘조-이웰라가 WTO 협상 경험과 법학적 지식을 제외한 4개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평가됐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마지아드 알투와이즈리, 영국의 리엄 폭스, 멕시코의 헤수스 세아데는 3개 요건을 갖췄고 이집트의 하미드 맘두는 2개에 그쳤다.
GED 측은 "아직 누가 될지 예단하긴 이르다"면서도 "회원국들은 이면에서 은밀히 활동하는 기술관료보다는 통상 의제를 끌고 나갈 강력한 정치적 지도자를 선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통상계에선 유럽연합(EU)이 WTO 사무총장 선거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약체인 몰도바 후보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찬성파인 영국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이 낮은 20여개 EU 회원국이 유 본부장과 아프리카 후보들 간 경쟁 구도가 형성됐을 때 누구를 선택하느냐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통상 전문가인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뢰도가 높은 EUI의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공신력 있는 베텔스만 재단이 유 본부장의 WTO 사무총장 후보 자격을 높이 평가한 것이어서 선거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