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 시프트, 영올드가 온다] 2부 〈4〉 중산층 영올드 ‘新주거모델’
데이케어센터-요양원-실버타운 등… 보험사, 영올드 주거시장 선점 분주
“젊은 시절처럼 활동적인 노후생활”… 中-日은 이미 시니어 시장 성장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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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평창동 ‘KB평창카운티’ 지하 운동공간에서 입주민들이 ‘뇌튼튼! 몸튼튼!’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이달 7일 찾은 서울 종로구 평창동의 실버타운 ‘KB골든라이프케어 평창카운티’는 광화문에서 차로 16분 거리로, 도심 한복판 대로변을 마주하고 있었다. 건물 외관만 봐서는 이곳이 ‘실버타운’임을 알아보기 어려웠다. 입주민들 역시 활동적인 모습이었다. 지하 1층에 위치한 대강당에 입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뇌튼튼! 몸튼튼!’ 프로그램에 참여해 몸 풀기를 하고 있었다. 정신적·신체적 노화 방지와 두뇌 발달에 좋은 여러 신체활동으로 구성된 강의였다.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는 입주민들도 제각각 알차게 일상을 꾸려 가고 있었다. 한 부부 입주민의 경우 남편은 피트니스 시설에서, 아내는 실내 산책코스를 돌며 각자에게 맞는 운동을 즐겼다. 옥상에 위치한 정원에서 따스한 햇살을 느끼며 도심 일광욕을 즐기는 시니어들도 눈에 띄었다.
● 중산층 영올드 위한 新주거모델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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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정원.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2023년 12월 KB라이프의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가 문을 연 평창카운티는 3명의 고객으로 시작해 현재 164가구의 입주 예약이 100% 완료된 상황이다. 수억 원의 고액 보증금을 내고 입주해야 했던 다른 실버타운(노인복지주택)과 달리 최소 3000만 원의 보증금을 내면 누구나 연령 제한 없이 입주가 가능하다. 월 이용료는 최저 111만 원∼최고 457만 원 선이다. 고혈압과 당뇨 등 질병이 있어도 치료가 가능한 수준에서는 입주에 제한이 없다. 고급 실버타운과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주택으로 양분되어 있던 시니어 주거시장에 출현한, 시설을 줄이고 보증금을 내려 진입장벽을 낮춘 중산층 영올드를 위한 주거 모델인 셈이다. 그간 중산층 영올드는 수도권 실버타운 수요가 있음에도 높은 가격 탓에 진입이 어려웠다. 도심에 위치한 탓에 땅값이 비싸고, 최신식 호텔급 시설에 이용료도 비싸 자금 여유가 있는 상류층 영올드만이 실버타운 입주가 가능했다. 실제로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더클래식500은 보증금만 10억 원에 달한다. 현장에서 만난 김미경 평창카운티 시설장은 “수도권에 거주해 온 시니어들은 살던 곳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지인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점을 특히 좋아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가운데 KB라이프 외에 보험사들도 영올드 주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젊은 시절처럼 활동적인 노후를 보내고 싶어 하는 영올드의 새로운 주거 모델에 눈을 돌리는 것이다.
21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8개 주요 보험사는 실버산업 진출을 위해 이미 산업을 펼쳤거나 신규 진입을 고심하고 있다. KB라이프는 강동·위례에 데이케어센터를 각각 2017년, 2019년에 설립했고 위례·서초빌리지로 노인요양시설(요양원) 산업도 영위하고 있다. 이어 2023년 평창카운티로 실버타운 사업까지 진출했다.
데이케어센터는 낮 시간 동안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며, 실버타운은 거주하며 생활하는 시설을 말한다. 요양보호사가 상주하는 요양원은 노인장기요양 등급을 받아야 입주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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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신한라이프의 분당데이케어센터 전경. 신한라이프 제공신한라이프는 지난해 분당데이케어센터로 실버사업에 진출했다. 신한라이프 관계자는 “영올드의 동선까지 고려한 시니어 특화 건축 설계 등 새로운 실버 주택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일찌감치 2001년에 삼성노블카운티로 실버타운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삼성생명은 지난해 말 ‘시니어Biz팀’을 구성하고, 올해 시니어케어 서비스 전반을 검토 중이다.
● 이미 시니어 시장 성장세 中·日
일본과 중국의 보험사들은 이미 시니어 시장에 진출한 지 오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일본의 올해 실버산업 시장 규모는 100조 엔(약 8000억 달러)을 넘고, 60대 이상이 가계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꾸준히 상승해 2030년 47%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노인들같이 돌봄·부양의 대상이 아니라 능동적 경제활동의 주체로서 여가, 자기계발 등에 적극적인 고령층 ‘영올드’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일본의 보험사들은 시설요양서비스와 간병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 실버산업을 이끌고 있다. 중국에서도 ‘은발경제’로 불리는 중국 실버세대가 강력한 소비 트렌드와 잠재력을 자랑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국도 실버사업에 대한 까다로운 규제를 풀어 중산층 영올드를 위한 다양한 주거 모델 실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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