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순창군 팔덕면 작은목욕탕에서 목욕을 마치고 나온 농촌여성들이 행복한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이곳은 매주 3일 동안 운영하는데 1주일 이용자만 200명이 넘을 만큼 주민들의 반응이 뜨겁다.
“성님, 목욕하고 나니 새색시만큼 이쁘고 피부도 뽀야네요.”
매서운 겨울바람에 폭설까지 내린 23일. 전북 순창군 팔덕면 ‘작은목욕탕’ 앞이 아침부터 왁자지껄하다. 목욕을 하고 나온 60~70대 여성 네댓명이 개운함에 즐거운지 서로 칭찬하며 박장대소를 한다.
매주 두번 한시간 넘는 거리를 걸어서 작은목욕탕을 찾는 남정임씨(71·장안리)는 “우리 마을에 목욕탕이 생길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자주 목욕을 한 덕분에 건강도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팔덕면 작은목욕탕은 지난해 9월 전북도가 2억원, 순창군이 1억원을 지원해 150㎡(45평) 규모의 최신 시설로 지었다. 주민자치위원 25명이 번갈아 운영하는 이곳은 월·금요일은 여성, 수요일은 남성 전용으로 문을 여는데 매주 이용자만 200명이 넘는다. 목욕료는 65세 이상은 1000원, 일반 주민은 2000원이다. 장애인과 기초수급생활자는 무료지만 팔덕면민이 아닌 사람은 2500원을 받는다.
◆반응 좋지만 적자 심화=작은목욕탕은 지자체마다 사업명은 다르지만 농촌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사업의 하나로 운영하고 있다. 목욕탕이 없어 불편한 오지에 운영하며 이용요금도 1000~2000원으로 저렴해 주민들로부터 큰 환영을 받는다. 일부 지자체는 기초생활수급자나 장애인에게는 무료 혜택을 주고 있다.
전남도는 2002년부터 2013년까지 ‘농어촌 공중목욕장’사업을 벌여 현재 120곳을 운영 중이다. 도와 시·군이 각각 50%씩 부담해 매년 2000만원씩을 운영비로 지원한다. 전북도도 2013년부터 2015년까지 11개 시·군 45곳에 작은목욕탕을 지원했지만, 현재는 시·군별로 운영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2014년부터 ‘농촌고령자 공동시설지원 시범사업’을 시작해 2015년까지 25곳을 지원했다.
작은목욕탕은 주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는 곳이 많다. 요금이 저렴해 이용료 수익만으로는 운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15년 개장한 전북 남원시 산내면 작은목욕탕의 지난해 이용객수는 7094명. 하루 평균 32명이 이용할 만큼 반응이 좋았다. 하지만 인건비를 빼더라도 수도·전기요금, 용품 구입비 등의 운영비로만 지난해 1655만원이 들었다. 반면 이용료 수익은 1114만원으로, 541만원이 적자였다. 그나마 운봉읍에 있는 작은목욕탕에서 운영비를 제하고(인건비 미포함) 400여만원 흑자를 내 도움을 받고 있다.
전북 무주군 안성면 작은목욕탕도 이용료만으로는 해마다 수천만원의 적자가 발생, 군으로부터 운영비를 전액 지원받고 있다. 무주·진안·장수·고창·순창군 등은 ‘작은목욕탕 설치 및 운영 조례’를 제정해 예산으로 전체 운영 비용을 내주고 있다.
◆중앙정부 차원 지원 나서야=지자체가 작은목욕탕 운영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은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많게는 연간 수천만원의 적자도 책임져야 한다. 이에 농촌복지사업의 하나로 정부가 운영비를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삼채 남원시청 농정과 주무관은 “작은목욕탕 대부분은 오지에 지어 기본적으로 이용자가 적은 데다 요금이 낮아 이용료만으로 운영하기는 힘들다”며 “1개의 작은목욕탕을 운영하려면 1년에 인건비 3000만원을 포함해 최소 5000만~6000만원의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전기요금 과다 부과에 따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일반용’으로 분류되는 목욕탕의 전기요금을 ‘복지시설’ 용도로 변경해 달라는 것이다. 복지시설용으로 바꾸면 20% 할인 혜택을 받아 연 300만~400만원을 감면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 사정을 감안, 중앙정부의 운영비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중앙정부 의 지원은 없는 실정이다.
작은목욕탕 이용객들에 대한 안전 대책도 필요하다는게 지자체들의 주장이다. 진 주무관은 “작은목욕탕은 고령자나 장애인들이 많이 이용해 안전에 취약한 상황인데도 보험회사에서 계약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며 “입욕자의 안전을 위해서는 정부에서 보험 적용 등 안전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농민신문 순창=김윤석, 이인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