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컴퓨터로 먹고 살았다.
주로 농수산물 인터넷 쇼핑몰로 먹고 살았다.
2000년 속초의 젓갈을 팔다가, 금진항을 거쳐서 묵호항에서 대게를 팔다가 아내가 죽고 지금은 게으름을 피며 놀고 있다.
처음엔 프로그래머로 홈피를 만들었고, 검색 환경이 변해서, 월정액 CPM 광고에서 클릭당 광고 CPC 광고가 야후와 함께 오버추어가 우리나라 광고 시장을 점령하게 되었고, 전 포탈 사이트들의 최상위에 링크 되었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 네이버가 먼저 CPC 광고를 시작하고, 뒤따라 다음에서도 CPC 광고를 자체 제작했다. 오버추어는 설 자리가 없어져서 한국을 떠났다. 야후와 함께.
나는 2004 년 오버추어 마케터가 되었다. 괜찮은 일이었다. 광고주가 지불하는 광고비의 10 프로 내외를 포탈사이트로부터 지급 받았다.
다행히, 지금도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광고 계정은 그대로 남아있어, 먹고 살 수는 있다.
그러나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일하기 싫어서다.
마케터는 CPC 광고를 대행해주면서, 포탈 사이트에서 광고주가 지불한 광고비 중에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다.
광고주는 마케터에게 광고를 의뢰해도 손해가 없다.
우연히 방송을 보다가, 중국산 김치에서 벌레가 나오고 소비자들이 중국산 김치를 피한다는 것이 나왔다.
퍼뜩 생각이 떠올랐다. 한국산 김치를 만들어 팔면 되겠다 싶었다.
마케팅 하던 김치공장 사장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김치 생산이 너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절임배추를 팔았다.
절임배추는 김치에 비해서 아무나 할 수 있었다.
그때가 여름이라서 강릉 보광리 고랭지 배추를 키우는 농민들 만나서 배추밭을 계약을 하고 10 월부터 절임배추를 만들었다.
바닷물을 퍼오고, 동네 아줌마들을 고용하고, 절임배추에 관해서 책도 읽어보았다.
가장 적당한 절임배추 염도는 12 프로였다. 12 프로에서 발효가 되면 염도가 9 프로가 되고 유산균이 생긴다고 했다.
우수한 인터넷 마케터가 광고하는 절임배추는 순식간에 팔려나갔다.
하루에 내 전용 택배차가 두 대가 왔다.
차 한 대에 박스 200 개가 실리니까 하루에 400 박스를 팔았다.
한 박스에 만원이 남으니까 하루에 400 만원을 벌은 셈이다.
인건비 50 만원을 제외 하고도 하루에 350 만원을 벌었다.
문제는 소비자들이었다.
염도 12 프로의 절임배추가 짜다는 것이 문제였다.
짠 음식을 피하는 사람들로부터 전화가 왔다.
나는 염도에 대해서 설명을 했고, 이해하는 소비자도 있었고, 막무가내로 소리치는 소비자도 있었다.
소비자의 전화가 싫어서 일 이년 더 하다가 그만 두었다. 그 때부터 전화 받는 것이 싫어졌다.
최근 까지 전화기를 가지고 다니지 않다가 요즘 겨우 들고 다닌다.
절임배추는 약과였다.
대게 장사는 Black Consumer 와의 싸움이었다.
상품을 눈 앞에 두고 흥정하는 것이아니라서 자기 주장을 하면 할 말이 없었다.
심지어 대게를 잘못 쪄놓고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는 소비자도 많았다.
대게 찌는 방법도 충분히 설명을 하고 사이트에 적어 놓았는데도 말이다.
엄청나게 무식하고 질 나쁜 소비자들이 많았다.
절임배추는 살림하는 여자들이라 별로 대하기 어렵지 않았는데, 나쁜 놈들을 상대하는 것은 다른 차원이었다.
욕도 하고 화도 내고, 하루에 한 두 번은 그랬다.
옆에서 보던 아내가 자기가 앞으로 전화를 받는 다고 했고, 나는 못이기는 척 전화기를 아내에게 넘겼다.
이상한 것은 아내가 전화를 받자 싸우는 일이 줄었다는 거다.
아내라고 해서 Black Consumer가 사라진 것은 아닐텐데 말이다.
아내는 능숙했고 난 어설펐던 것이다.
Black Consumer는 의도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소비자를 말한다. 주로 기업을 상대로 부당한 이익을 얻기 위해 고의로 민원을 제기하거나 과도한 서비스를 요구하는 등의 행위를 한다.
블랙컨슈머란 단어는 악성이라는 뜻의 블랙(Black)과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다. 블랙컨슈머는 한국에서만 사용하는 용어로 미국에서는 아프리카계 미국인(African American) 소비자를 뜻하는 말로 쓰인다.
‘소비자가 왕’ 이라는 말은 틀린 말이다. 부당하고 억지스런 말이다.
소비만이 성장 경제를 이끌어 가는 세상이 그렇게 만들었을 뿐이다.
생산자가 왕인 세상이 돌아와야 한다.
Black Consumer는 있어도 wise consumer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