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 때이다.
친구 녀석 꾐에 빠져 조회도 거르고 끝나면 살그머니 교실로 가겠다고 산에 올라 담배를 피웠다.
지금도 잊지 못할 6원짜리 '파랑새'란 필터 없는 담배 ㅡ
녀석이 알려준 대로 힘껏 빨았다.
그리고 녀석처럼 입으로 숨을 들이켜며 폐로 넘겼다.
지구가 거꾸로 돌기 시작했다.
내려보이는 기차가 하늘을 향해 누워 달리고 있었다.
"아니, 저 기차가 왜 갑자기 뒤집혀 달리고 있을까?"
내가 정신을 잃고 쓰러져 오랫동안 일어나지 못하자 친구 녀석은 겁이 났는지 혼자 첫수업을 들으려고 떠났다.
두 번째 수업시간이 될 때쯤 일어나 흙 묻는 옷을 털고 교실에 갔으나, 제정신을 차리기까지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다.
하늘에 흐르는 구름을 보며 이대로 죽는 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밀려왔다.
처음 경험한 담배에 대한 끔찍한 기억은 오래도록 가까이 할 수 없었다.
그후, 한동안 담배를 피지 않았으나 점점 내 방황하는 청소년 시절은 담배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영화배우처럼 이빨로 지긋이 담배를 물고 뒷주머니에 양손을 꽂은 채 거리를 누비고 다녔다.
모자를 삐뚫게 쓰고, 앞가슴 단추를 풀어헤친 그 모습은 한 마디로 깡패 똘마니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그렇게 니코틴에 중독되어 내 젊은 날은 속절없이 흘러갔다.
두 번째 중독은 알콜이다.
알콜과 담배는 거의 동시에 이루어진 중독이지만, 담배는 끊었어도 아직 술은 끊지 못하고 있다.
나는 술을 거의 매일 마신다.
1년이면 360일은 마시니, 이것도 중독이라고 보아야 옿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사람이 있으니 마시지, 사람 없이 혼자서 마시진 않는다.
가끔 속상한 일이 있을 때를 빼곤 꾼이 있어야 마신다.
며칠 술을 마시지 않아도 술 생각이 전혀 없고, 해장술을 마신다는 것은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다.
재작년, 아들 녀석이 건강검진을 예약해서 억지로 병원을 가 보니, 지방간이 심하다 해서 6개 월 간 금주를 했어도 마시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지금은 수치가 현격히 떨어져 다시 마신다.
그러기에 나는 알콜중독과는 거리가 멀다고 하겠다.
사람이 살다 보면 중독되는 것이 많이 있을 것이다.
도박이라든지, 바람피는 것이라든지, 절도, 독서 등 헤아릴 수 없이 중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중독이라면 버릇이 강렬해진 것과 다르겠지만, 내게 중독이 된 게 몇 개 있는 것 같다.
그 중독 중 하나가 스마트폰이다.
누구와 말하다가도 띠띠~ 소리만 울리면 열 일 제쳐두고 손님 앞이라 해도 확인한다.
가끔 길을 걸으며 핸드폰을 보다 다른 사람과 부딪을 때도 있다.
한 번은 어떤 여자 분과 부딪혔다.
"에구!! 늙으나 젊으나 저넘 폰 때문에...! 나잇살 먹고서 ㅉ ㅉ 똑바로 살아욧!"
생김을 보니 나이는 나와 비슷하겠는데, 잘못한 나로서 당할 수밖에!
교양이라고는 티끌 만큼도 보이지 않는 여편네에게 수모를 겪고도 아직 그 버릇을 고치지 못한다.
이따끔 전철을 타도 모두 하나같이 스마트폰을 보며 가고 있다.
어쩌다 핸드폰을 두고 집을 나서면 불안해지고, 아무 일도 못할 것 같은 강박관념 때문에 다시 집으로 돌아가곤 한다.
내가 스마트폰을 자주, 많이 보는 이유는 또 있다.
모든 홈쇼핑, 다른 쇼핑싸이트가 스마트폰 안에서 다 볼 수 있다.
핸드폰으로 사면 추가로 적립과 할인도 받는다는 이유로 방송이나 인터넷으로 사지 않는다.
내가 한 달 사이 티포트를 세 개를 사들였다.
하나는 사무실, 하나는 집, 하나는 커피전문 티포트를 산 것이다.
내 쇼핑 버릇은 전에 산 것보다 좋고 싸면 또 산다는 것이다.
티셔츠를 샀어도 질 좋고 이름 있는 것이 나오면 또 사들인다.
티포트는 전기로 라면 끓이는 것까지 산 걸 합하면 다섯 개를 사들인 셈이다.
얼마 전, 냉감 티셔츠라고 해서 샀는데, 질이 좋지 않았다.
받아본 바로 다음 날, 냉감 티셔츠 다섯 개가 쫙쫙 늘어나는 것을 보여주는 방송을 보고 또 일을 저질렀다.
티셔츠는 거의 집 안에서 퇴근 후 입는 것인데, 아내의 눈에 곱게 비칠 수 없다.
그런 바가지와 잔소리는 내가 생각해도 당해도 싸다.
그러나 중독된 내 쇼핑은 멈추지 않는다.
놀러갈 때, 캠핑 갈 때 쓸 숯으로 바베큐 할 그릴을 샀다.
언제 캠핑을 가서 숯불 바베큐를 할 계획도 없다.
막연히 가면 쓸 것이란 기대감 뿐인 쇼핑을 했으니 중증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유를 어제 산 것도 잊고 또 사서 집으로 가니, 아내는 기가 막혀 말도 못 한다.
이건 중증중독이 아닌 건망증이라고 해야할까?
집으로 사들이면 또 탈이 날 것 같아 사무실로 주문해서 포장을 뜯지 않은 박스들을 보며 한숨을 쉰다.
보온보냉병 세트, 와이셔츠 세트, 좋아하지 않는 각종 차세트, 잡곡, 1년 먹을 열대어 밥도 있건만 또 선반 위에 있다.
어제, 누가 먹으라고 토마토 한 상자를 주어 집에 가지고 갔다.
아침밥을 먹으려고 부산을 떠느니 간단히 토마토나 키위, 견과류, 우유 등으로 떼우려고 잘 사왔다고 했다.
나는 된장찌개와 김칫국이나 밥을 먹는 게 좋은데, 저녁을 잘 먹자고 한다.
조금 전, 은행을 다녀왔다.
토마토 5,000원어치가 한 바구니다.
며칠에 한 번 오시는 그 아주머니를 보는 순간, 또 사고 말았다.
이건 중독도 버릇도 아니요, 집에 사 가려고 한 것도 아니다.
착하게 사시는 듯한 인상 좋은 아주머니에게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될까 싶어서 의도적으로 산 것이다.
집에 가지고 가진 않고 사무실에서 꾸역꾸역 먹으면 된다.
중독된 게 또 하나가 더 있다.
시작하며부터 사기 시작한 '로또'다.
매 주, 2~3만 원어치를 사며 보낸 오랜 세월 ㅡ
벌써 757회가 지나갔다.
4등이 세 번 됐고, 어쩌다 5등, 5,000원짜리 맞으면 기뻐 날뛴다.
하나님은 이렇게 착하게 사는 내게 왜 1등의 복을 주지 않으실까!
1등이 되면 절대 아내에게는 말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1등만 되면, 당첨 사실을 숨기고 아내 몰래 예쁜 여인과 마음놓고 데이트를 즐기며 살겠는데....!
부디, 조속한 시일 내 하나님의 가호가 있기를 빌고 빈다.
첫댓글 부디 신의 가호가 님과 함께하기를 ..
장난소리이니 노여워 마시옵소서!
혼자 안마시면 절대 중독이 아닙니다.
난 지난해부터 날마다 혼자 한병씩 확실한 중독 같아
걱정이 태산입니다.
소주 한 병 드신다면 중독 아닙니다.
볼펜 떨지 않고 글 쓰셔도 중독 아닙니다. 여인이 예쁘게 보여도 중독 아닙니다.
아름다운 5060 삶방에 글 올리는 수준이시면 알콜중독 절대 아닙니다.
술 취향은 저랑 같으네요.
집에선 거의 안 마시고. 밖에서도
같이 마실 친구가 없으면 절대로 안 마시고.
혼자선 마셔 본 적이 없으니...
담배는 입에 문적도 없고
남편도 담배는 피지않으니 담배 냄새에 민감.
길거리에서 앞서가는 사람이 담배를 피우면
숨이 막혀 기겁을 할 지경이되지요.
그 외에는 인터넷 쇼핑 같은 건 거의 안하고
중독된게 없으니 집안에 씰데없는 물건도 없어요. ㅎ
마지막으로 로또 같은건 거들떠 보지도않아요.
대신 울 남편이 그놈의 로또를 못끊고
주말마다 주구장창 사들이는데...
혹시 마도님과 같은 꿈을 꾸는거 아닌가? ㅎㅎ
방장님.
틀림없습니다.
주야장천 로또에 집착하신다면 거의 저와 같은 수준이십니다.
친정 일주일 다녀오신다 하고 3일만 지켜보시면 해답 보입니다.
이혼하실 각오가 없으시면 그러지 마시고 못 본 척 하세요.
괜히 맘만 아프지요.
로또 맞으면 반은 방장님 것 되니 그것도 좋은 투자입니다..
설마, 어린 저처럼 개꿈 꾸시겠어요
@마 도 에구 싫수다 돈도 멋도 다싫우... 로또 맞으면 마도님 소원처럼 예쁜 여인하고 달나라 가서 살았으면...ㅎ
허허허.그저 웃지요.로또만빼면 다 공감가네요.ㅎ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저도 그날에 그남자입니다..
전 지금55세인데 60이넘으면...
그럴까요~ㅋ 좀더 살아봐야겠군요~ㅎ
@수정, 가입하고 활동 전혀 안하고
눈팅 가끔하다가 요즘 게시글 보면서
감동하고 휠링 하고 그럽니다 댓글도
너무 재미있게 보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