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주말을 이용해 팔공산을 갔다. 대구에 사는 친구가 길잡이가 되어 긴 산행임에도 편하게 다녀올 수 있었다. 몇 년 전부터 가야지 하는 계획만 매년 했다가 이래저래 다음으로 미뤘던 팔공산인데 올 가을은 놓치고 싶지 않았다.
내가 팔공산을 처음 간 것은 1986년이었으니 근 40여년 만에 다시 간 것이다. 그때는 대구가 아닌 경북에 속했었는데 대구가 광역시가 되면서 현재 팔공산은 대구시에 들어 간다.
하긴 예전이나 지금이나 대구는 팔공산과 뗄 수 없는 관계이긴 했다.
작년에 팔공산이 국립공원이 되었는데 이번에 가 본 바로는 국립공원이 될 자격이 충분히 있는 산이었다. 나는 산도 인연이 있어야만 오르는 것이란 운명론자다.
내가 가던 안 가던 산이야 항상 그 자리에 있을 테지만 내가 올라가야만 비로소 인연이 성립된다.
무슨 등산에다가 거창하게 인연까지 들먹인다고?
그동안 숱하게 산을 다녔고 대구도 여러 번을 갔지만 팔공산을 38년 만에 올랐으니 인연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날 산행 루트는 갓바위가 있는 관봉에 올랐다가 팔공산 능선을 타고 은해봉, 바른재, 삿갓봉, 염불봉을 거쳐 동봉과 정상인 비로봉을 찍고 동화사 쪽으로 내려오는 다소 긴 코스였다.
이것도 일종의 욕심일 테지만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데 간 김에 가능한 길게 산을 타자는 게 평소 생각이다.
훗날 나도 직접 오르지는 못하고 남들이 다녀온 산행기나 사진을 보며 대리만족을 하는 날이 올 것이다.
갓바위 올라 가는 중에 들른 관암사다. 갓바위 가는 길목에는 여러 암자와 사찰들이 있다.
갓바위 오르는 길은 다소 가팔랐으나 힘든 것을 잊게 만드는 단풍이 절정이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길, 이 계단만 오르고 나면 갓바위가 있는 관봉이 나온다.
관봉 정상에 있는 갓바위다. 불상 아래 마당에는 절을 하며 비는 사람들로 붐볐다.
갓바위에서는 골이 깊은 팔공산 자락과 멀리 대구 시내가 훤히 내려다 보인다.
부처님께 합장으로 절을 한 후 본격적인 산행길로 접어 들었다. 능선에서 뒤를 돌아 보니 멀리서 갓바위가 배웅을 한다.
계속 이어지는 바위 능선길이었지만 이따금 널찍한 마당바위가 나타나서 쉴 곳을 마련해 주었다.
얼굴 보고 이름 짓는다는 말이 있듯이 팔공산 능선에는 이름을 지어 주고 싶은 바위들이 참 많았다.
팔공산 자락에는 골프장도 있었다. 뒷편에 멀리 보이는 봉우리가 팔공산 정상이다.
능선길의 나무들이 대부분 잎을 떨군 후였지만 산 타는 맛은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드디어 삿갓봉에 도착해 잠시 휴식을 취했다.
어떻게 저런 바위 꼭대기에서 소나무가 자랄까 싶지만 끄떡 없이 서 있었다.
드디어 팔공산 정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늘진 북쪽 골짜기는 대부분 잎이 지고 일부만 남아 있었다.
이날 걸은 팔공산 능선은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는 바위길이었다.
낭떠러지 절벽 바위 틈새 작은 공간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 이렇게 혹독한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서 있는 소나무가 인상적이다.
동봉을 코앞에 두고 왔던 길을 돌아 보니 거쳐 온 팔공산 능선이 아득하게 펼쳐져 있다.
팔공산 봉우리 중 하나인 동봉 전망대다. 이곳이 워낙 조망이 좋아 정상인 비로봉을 가지 않고 대부분 여기서 하산을 한다.
이왕 온 김에 비로봉까지 가기로 했다. 가까운 줄 알았더니 거리가 꽤 된다.
비로봉 정상이다. 이 거대한 바위 옆을 돌아 가면 정상 표지석이 나온다.
한 사람씩 정상 인증샷을 남기고 바로 하산길로 접어 들었다. 어쩔 수 없는 역광,,
옆에 있던 한 무리의 중년들이 한꺼번에 야호를 외치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번쩍 손을 들었다. 예전엔 이곳이 군사 시설로 출입 통제 구역이었는데 곳곳에 흔적이 남아 있다.
팔공산 비로봉과 동봉 사이에 있는 석조여래입상이다. 이 부근에 있는 갈림길에서 동화사 방면으로 하산을 했다.
내려 오다 뒤를 돌아 보면 정상인 비로봉이 보이고 아래로는 늘씬하게 뻗은 멋진 소나무길이 펼쳐진다.
낙타봉 부근 전망대다. 케이블카를 타고 여기까지 올라 올 수 있다. 이곳에서 바라 보는 팔공산 정상 풍경이 일품이다.
낙타봉을 지나 동화사 쪽으로 하산을 하는데 거대한 바위가 잘 가라고 인사를 했다.
드디어 등산 끝이다. 동화사 입구에 서 있는 은행나무에 노란물이 제대로 들었다. 총 산행 시간은 휴식시간 포함해서 약 7시간 30분,
다소 긴 산행이었음에도 희한하게 별로 피곤함을 느낄 수 없었다. 좋은 사람과 유유자적 즐기면서 산을 탔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팔공산의 추억이 오래 기억에 남을 듯하다.
첫댓글 갓바위는
두,서너번 오른 것
같습니다.
작년 추석에도
다녀 왔지요.
팔공산은 오르지
못 했지만,
유현덕님의 글과
사진으로
대리 만족합니다.
단풍이 아름답군요.
환절기에
건강하시길...!
와우~ 오랜만에 뵙는 혜전 선배님이시네요.
갓바위에 오르셨다면 팔공산 절반은 본 셈입니다. 그곳이 생각보다 쉬운 길이 아닌데 작년에 다녀 오셨다니 대단하시네요.
댓글로나마 혜전 선배님을 봬니 참 좋네요. 모쪼록 선배님도 건강하셔서 오래오래 함께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한가지 소원은 이뤄 진다는 갓바위가서 기도 한적은 있지요
꼼꼼하게 사진과 함께 쓰신 산행기을 읽으며 제가 한걸음 한걸음 걸은것 같은 생생함 감사해요
아하~ 갱자님도 갓바위를 가신 적이 있군요.
이날 기도하는 사람이 참 많았는데 친구 말로는 수능을 앞둬서 더욱 사람이 많다고 하데요.
갱자님 말씀처럼 갓바위가 기도발이 좋아서 각종 소원을 빌기 위해 전국에서 온다고 합니다.
좋게 읽어 주신 갱자님, 건강하세요.
팔공산이 참 아름답네요
사진과함께 설명을 곁들여주셔서 잘보고갑니다
고맙습니다 ㆍ
피어나리님, 저도 엊그제 갔을 때 감탄사를 연발하며 산행을 즐겼답니다.
오래전에는 뭣도 모르고 올랐었는데 나이 드니 산도 달리 보이곤 하네요. 공감해주신 피어나리님 감사합니다.
팔공산 산행 일기를
꼼꼼하게 적어 주셔서,
잘 읽었습니다..
여러 모양의 바위와 단풍,
멋지고 아름답습니다
7시간30분 산행,
수고 하셨습니다
경산에서,
밤에
갓바위까지
올라가 본적은 있습니다
그날 갓바위 뒷편으로 돌아 가니 경산 방면으로 내려 가는 이정표가 있긴 했습니다.
제 친구가 말해 주길 근동에 사는 사람들은 갓바위가 워낙 유명해서 오르는 사람이 많다고 하데요.
서둘지 않고 널널하게 산을 타서 그렇지 산꾼들은 이 코스를 6시간 만에 타기도 한답니다. 저는 즐기러 갔기에 쉬엄쉬엄 올랐답니다.
스위트리님, 평온한 가을밤 되세요.
우와~
그저 감탄사만 나오는
팔공산 후기이군요
굽이굽이 사진과 덧글이. 몇번이나 팔공산에 올랐던 나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군요
팔공산에 왔으면
두어발 뛰면 천하의명산 금오산이 기다리는데 그냥 가시었군요
어쨌거나
감탄스러운
팔공산의 비경을
한눈에 담아주신
우현덕님
감사 할 뿐입니다~^^
앗! 간만에 보는 하경님이네요.
요즘 제가 한창 가을을 타느라 카페에 자주 들어 오질 않아 더욱 그렇습니다. 하경님도 팔공산을 여러 번 오르셨다니 산을 무지 좋아하는 분이시네요.
이날 맞은편에서 오는 60 전후쯤 보이는 중년 여성 다섯 분이 자기들은 수태골에서 출발해 갓바위까지 간다며 막 자랑을 하는데 어찌나 대견해 보이던지 헤어지면서 힘내라고 응원을 보냈답니다.
글구 보니 대구 주변에 금오산도 있고, 비슬산도 있고 좋은 산이 참 많습니다. 천상 내년에나 가 볼 수 있으려나요.ㅎ
@유현덕 수태골 쪽의
가을풍경이 장관이지요
6자를 달고는
거의. 발로걸으며 산에 오르지 않고
케이블카를 타고
눈으로. 산에 주로 오르지요
비슬산도
몇번 다녀왔지요
구미 금오산에
오시면
저의 허락을 받으십시오~^^
@하경 어젯밤 EBS에서 금오산 약사암 나오는대 중국 같더라고요
난 금오산 정상을 못가봤어요
무슨 폭포까지 갔다가 하산 했는대 약사암보니 후회 막심하더라구요
@하경
와우~ 수태골의 비경도 알고 멋진 하경님이시네요.
저는 못 가봤지만 그날 만난 중년 여성들도 수태골이 넘 멋진 곳이라 했습니다. 저는 6자 달고 있을 때까지 산을 탈 생각이라 열심히 건강 관리를 하고 있답니다.
그날 케이블카 전망대에도 어찌나 사람들이 많던지, 한국어에다 중국어도 들리고, 태국어도 들리고,,ㅎ
금오산은 하경님의 허락을 받고 오르도록 하겠습니다. 멋진 밤 되세요.ㅎ
유현덕 아우님이 대구에 다녀
와서 산행 후기를 넘 잘 써준
덕분에 자세히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도 대구하면 추억이 있는곳이죠
삼성물산에 입사한후 첫 출장지가
대구였답니다
그뒤로 열번정도 대구에
다녀오게 되었지요
그당시 대구에 팔공산이 있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가보지는
못했는데 오늘 넘 자세히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어서 고맙습니다
정담 선배님도 대구와 인연이 있으시군요. 대구에 절친이 있어서 제겐 각별한 도시이기도 하답니다.
서울에 사는 대구 출신 친구까지 모이면 완전 대구 동창회가 따로 없지요.ㅎ
신입사원에게 첫 출장지는 신혼 여행지처럼 인상이 남기 마련인가 봅니다. 저도 대구는 일년에 한 번 정도는 가는 곳이랍니다. 갈 때마다 정겹고 한편은 새롭고 그렇답니다.
저도 오래전에 가 보고는 이제서야 팔공산에 가서 소원 풀고 왔네요. 항상 건강한 날들 되시기 바랍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4.11.14 22:28
사진과 설명글까지 보느라 나는 팔공산 갓바위표
사리가 만들어질뻔했다네...(^_^)
갓바위 밑에서 적토마선배 모두 만사형통 잘
되라고 기원했다면 현덕아우도 삼대까지
장수만세하고 복 받을거라고 확신하리라...ㅋ~
ㅎ 역시나~ 적토마 형은 사람을 유쾌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과 능력을 가진 분입니다.
근데 어쩌죠? 내가 불교신자가 아닌데도 그날 합장하면서 절을 했으나 적토마 선배님까지는 미처 생각을 못 했답니다.
그래도 여기 올린 사진을 보면서 지금이라도 빌어볼 테니 넘 서운해하지는 마시길,,
자칫 자랑질이라 여길 수도 있는 산행기를 함께 즐거워해주니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굿밤 되시길요.ㅎ
@유현덕
ㅋㅋ~ 사리 만드는데는 종교를 초월해서 누구나
면벽구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나올걸쎄~
친정이 대구라 보름 전에도
대구에 다녀왔건만 팔공산은
생각지도 못하고 왔는데, 유현덕 님의
팔공산 사진을 보니 넘 반갑네요.
눈이 펑펑 내리던 날에 친구랑
동화사에 갔던 추억도 떠오르고,
어느 가을날 친구들이랑 영천 은해사에서
동화사로 넘어 갔던 추억도 그립게
떠오르네요.
유현덕 님 덕분에 팔공산 구석구석
잘 구경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베리아님 반갑습니다.
저도 이날 팔공산 곳곳을 가슴에 담고 와서 며칠 지난 지금까지도 여운이 남아 있습니다.
팔공산 능선길 오르면서 은해봉에서 은해사로 내려 가는 이정표를 보긴 했는데 저는 은해사란 절이 있다는 것도 이날 알았답니다.
유명한 사찰이라는데 이름만으로도 참 예쁜 절입니다.
은해사에서 동화사까지 넘으셨다면 꽤 긴 길인데 한때 이베리아님도 산꾼 못지 않았을 듯하네요.
저도 기회 되면 눈 내리는 날 동화사나 은해사를 함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항상 좋은 날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