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치아노 베첼리오, 〈알폰소 다발로스 후작의 초상〉, 캔버스에 유화 / 110×80cm
“화가는 항상 사물의 본질을 찾아야만 한다.
그리고 늘 자신이 그리고자 하는 인물의 결정적인 특징과 감정을 드러내야만 한다.”
-티치아노 베첼리오
티치아노 베첼리오의 〈디아나와 악타이온〉과 〈디아나와 칼리스토〉는 소재를 모두 고대 신화에서 가져왔다. 그런데 사실 이탈리아 베네치아 르네상스의 독보적인 화가이던 티치아노가 명성을 얻게 된 것은 초상화 덕이었다. 그는 교황, 왕, 귀족, 외교관, 군인 등 당시 최고위층 인사들과 부호들에게 인기 있는 특급 초상화가였다. 주문을 받고 그들의 모습을 아주 이상적으로 멋지게 그렸다. 서양 미술사에서 이렇게 신분 높은 사람들을 그린 그림을 ‘궁정 초상화(Court Portrait)’라 했고, 이런 그림을 그리는 화가를 ‘궁정 화가’라 했다. 티치아노는 16세기의 대표적인 궁정 화가로, 같은 시기 피렌체와 로마에서 활동하던 라파엘로와 함께 서양 미술에서 궁정 초상화의 틀을 세웠다. 이후 19세기까지 유럽의 유명한 초상화가들은 그의 영향을 받았다.
알폰소 다발로스 후작은 군인이면서 시인이자 그림을 수집하는 예술 후원가이기도 했다. 이 초상화에서 후작은 군인으로서의 위엄이 느껴질 뿐만 아니라 지적이면서 매력적이기까지 하다. 이 시절 초상화에서는 모델이 입은 옷이 얼굴만큼이나 중요했다. 옆에서 투구를 건네는 경외에 찬 시동(侍童)의 눈빛과 번쩍거리는 갑옷을 보면 후작의 지위가 상당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알폰소 다발로스 후작의 초상〉은 여러 개인 소장자의 손을 거쳐 1990년부터 프랑스 보험 회사인 악사(AXA)가 소유하고 있었다. 악사는 이 그림을 약 760만 달러(80억 원)에 샀다. 당시 게티 미술관과 파리 루브르 박물관이 모두 이 그림에 관심을 가졌다. 악사는 루브르 박물관에 12년 동안 대여해 주고 그 기간에 루브르 박물관이 원하면 이 그림을 구입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다. 하지만 루브르 박물관은 12년 동안 결정하지 않고 있다가 대여 기간이 끝나는 해인 2002년에 ‘이 그림을 구입하지 않겠다’는 최종 결정을 내렸다. 한편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세계적 미술관인 게티 미술관 측은 줄곧 이 그림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그러다 이 그림이 시장에 나오자마자 구입했다. 구매 가격은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약 7000만 달러(734억 40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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