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라는 것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뚜렷한 기록은 없으나 옛날부터 질병과 외상 때문에 생긴 고통에 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은 인류와 더불어 시작되었으며 이를 마취의 시작이라 보아도 무방할 듯하다. 마 취방법으로 중세시대에는 가벼운 뇌진탕이나 질식상태를 이용하였다고도 하며 술을 마시거나 양귀비 같 은 식물을 이용하기도 하였다. 이후 외과수술이 발달하면서 당연히 마취과학이 발전하게 되었으며 최초 의 흡입마취제인 에테르(Ether)의 발견은 의학발전에 있어 하나의 혁명이라 할 수 있다. 그 후 Halothane, Isoflurane, Sevoflurane, Desflurane 등의 더 발전된 마취제와 근육이완제가 발달되 면서 마취과학은 눈부시게 발전하게 되었다.
마취는 대상 부위에 따라 전신마취와 부위마취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전신마취는 일반적으로 가장 흔히 사용되는 마취방법이다. 마취가스나 정맥마취제 등을 사용하여 환자 의 의식을 소실시키고, 통증을 감소시키며 근육이완제를 투여하여 근육을 이완시켜 수술하기 좋은 상태 로 만들게 된다. 이때 환자의 호흡이 없어지므로 보통 기도 내 튜브를 삽입하고 인공호흡기를 사용하여 조절호흡을 한다. 또 수술 도중 환자의 혈압, 맥박, 소변량, 체온 등의 여러 생명징후를 면밀히 감시하 면서 여러 가지 약제와 수액, 혈액 등을 적절히 투여한다. 수술이 끝나 가면 마취약제를 줄여서 서서히 환자를 깨우게 되며 수술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취에서 깨어 의식을 회복하게 된다. 이때 수술 에 의한 통증이 있을 수 있으나 대부분 적절한 진통제 투여로 조절될 수 있다.
전신마취 후 머리가 나빠져 학교성적이 떨어지는지에 대한 질문을 흔히 받는데 전신마취 때 투여되는 여 러 흡입마취제나 정맥마취제는 신속히 폐나 간, 신장을 통해서 배설되어 뇌에 영향이 없는데 전신마취 후 기억력이 떨어진 것 같다는 환자들은 마취제에 의한 것이 아니며 전신마취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 그 리고 수술 후 전체적인 심신 약화에 원인을 둘 수 있겠다.
부위마취는 전신마취와는 다르게 수술할 부위만을 마취하는 방법으로 흔히 부분마취라고 불리며 척추마 취, 경막외마취, 상완신경총차단 등이 있다. 척추마취나 경막외마취는 주로 하반신 수술에서 시행하고 상완신경총차단은 팔 수술에서 실시한다. 이러한 여러 부위마취는 환자의 의식은 유지되나 환자가 불안 해하거나 수술시 나는 여러 가지 소음을 꺼리면 적절한 약물 투여와 요즘 시행하고 있는 음악요법으로 환자가 수면을 취하거나 진정될 수 있다.
척추마취 시 수술 후 나타나는 요통은 피하조직과 인대 등에 바늘이 들어가기 때문에 주사부위에 통증 이 발생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척추마취가 아니더라도 엉덩이에 근육주사를 맞아도 그 부위가 뭉치거 나 통증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통증은 자연치유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 또한 짚 고 넘어가야 할 것은 정확한 원인은 모르나 전신마취를 받아도 25~30% 정도의 환자가 수술 후 요통을 호 소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요통이 생길까 두려워 척추마취를 기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글 : 삼성서울병원 마취통증의학과 박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