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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업 후 할머니 학생과 손자손녀 학생들이 수정초등학교 조철호 교장 등 선생님과 글꼬학교 아사달 대표 등 지도교사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 | |
이런저런 이유로 손에 연필도 쥐어보지 못한 머리 허연 할머니 학생들이 비록 하루였지만 초등학생이 되어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을 쌓았다.
지난 9일 아침 일찍 속리산수정초등학교로 등교하는 아사달 글꼬학교 전오예(75), 배학실(74), 임인예(72), 정관임(70), 임옥진(68), 임재선(67), 구복순(65), 황예순(63), 김순자(62), 이봉예(37) 학생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학생 마냥 마음이 한껏 부풀었다.
재잘재잘 대는 8살, 9살짜리 손자, 손녀 뻘의 1, 2학년 20명과 짝꿍이 돼 국어, 수학, 영어, 전통놀이 과목에 대한 수업을 받고 받아쓰기도 하고 수학 기초와 영어 기초를 배웠다. 할머니학생들은 초등학교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 것에 마냥 즐거워 했다.
머리 회전이 빠른 어린 손자손녀 학생들에게 뒤져 선생님이 의도하는 대답을 빨리 하지는 못했지만 표현력만큼은 풍부했다.
남들이 허리에 책보를 매고 학교를 갈 때 부럽게 쳐다보기만 했던 처지의 할머니 학생들은 이날만큼은 모두가 1학년 학생으로 돌아갔다.
아사달에서 몇 년간 정해자 선생님에게 글을 배워 국어만큼은 나름대로 자신하는 과목이었지만 어린 손자손녀들 앞이라 긴장한 때문인지 받아쓰기를 할 때는 도대체 생각이 나지 않은 글자가 때문에 고생을 하기도 하고 겨우 어린 손자손녀들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몇몇 할머니 학생들은 거침없이 써 내려갔다. 오히려 어린 손자 학생들에게 보여주는 할머니 학생도 있었다.
영어공부를 할 때는 도대체 저 선생님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해보라고는 하는데 말문은 열리지 않고 혀도 돌아가지 않는 걸 가까스로 ‘와츠 유어 네임 / what’s your name’을 해본다.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바라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래도 아사달 선생님인 정금례 선생님이 지도하는 글꼬아리랑을 어린 학생들과 배우고 박현정 선생님이 지도하는 공기놀이도 다함께 하며 추억을 쌓았다. 또 여덟 살 어린 손자 학생들은 예순, 칠순 짝꿍 할머니 학생이 해온 꿀떡도 먹으면서 서로 인정을 쌓는 시간이 됐다.
수업을 마친 할머니 학생들에게 학교 시설을 설명하고 또 오리 숲 황톳길에서 야외학습도 실시한 수정초등학교 조철호 교장은 "어린 학생들이 배움을 열망하는 할머니를 통해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는 학습장이 됐다"고 만족해 했고 어린 학생들도 "할머니들과 함께 공부해 재미있었고 좋았다"고 말했다.
박달한 아사달 글꼬학교 대표는 “할머니들에게 어린 시절 누려보지 못한 학교생활을 체험케 해준 조철호 교장선생님께 감사드리고 할머니들에게 좋은 경험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