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스도의 평화
안녕하세요.
저는 열심히 공부하는 것 이외에 별 일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별 일이 없으니, 특별히 할 이야기도 없고 해서, 스페인어 작문연습으로 만들어 본 구미호의 전설을 올립니다. 다 아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우습게 알았는데, 막상 이야기로 풀어가려니 무척 어려웠습니다. 옛날 이야기답지 않게 말이 뚝뚝 끊어지는 것은 그래야 스페인어로 번역하기 쉬워서 그렇게 된 것이니 이해하시고 재미나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한국의 아주 오랜 옛날에 요술을 부릴 줄 아는 여우가 있었다. 이 여우는 꼬리가 9개나 달려서 구미호라고 불렸는데, 사람들의 말로 여우는 백년마다 꼬리가 하나씩 생기기 때문에 그 여우는 900살 먹었을 것이라고 했다. 어느 날 밤, 구미호가 사람들이 사는 동네로 내려왔다가, 사람들의 사는 모습이 행복해 보여서 사람이 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구미호는 사람으로도 변신할 수 있었지만, 완전한 사람이 되지는 못했다. 구미호는 100사람의 생간을 먹으면, 여우가 완전한 사람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방법을 실행하기로 하였다. 깊은 산속의 빈집에 할머니로 변신하여 살면서, 밤이 늦어 숙박을 청하는 사람들을 재워 주었다. 그리고는 그 사람들이 잠든 사이에, 그 사람들을 죽여서 생간을 먹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주 착하고 잘 생긴 한 젊은이가 산 속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다가 그 할머니의 집을 발견하고 숙박을 청하였다. 할머니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그 젊은이에게 방을 하나 내주었다. 그 집의 다른 방에는 이미 다른 길손이 잠을 자고 있었다. 할머니가 차려주는 저녁까지 잘 먹고 자던 젊은이는 한 밤중에 이상한 소리에 잠이 깼다. 소리는 옆방에서 들리고 있었다. 소리가 하도 수상스러워 궁금해진 젊은이는 조심스럽게 옆방의 방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안을 들여다 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집 주인 할머니가 여우이빨과 긴 발톱으로 그 방에서 자고 있던 사람의 간을 빼먹고 있던 것이었다. 젊은이의 너무나 놀라 허둥지둥 자기 방으로 돌아왔지만, 구미호가 눈치를 채고 바람같이 젊은이의 방에 들어왔다. 구미호는 젊은이를 죽이려다가, 너무나 떨고 있고 착하게 생긴 그 젊은이를 죽이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구미호는 떨고 있는 그 젊은이를 죽이는 대신 한 가지 제안을 하였다. 그것은 앞으로 10년 간 지금 본 장면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살려주겠다는 것이었다. 젊은이는 부들부들 떨면서 몇 번이고 약속했고, 거의 혼이 나갈 정도로 놀란 마음으로 마을로 돌아와서는 그 일에 대해 일체 입을 다물고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젊은이가 사는 동네에 아리따운 아가씨 하나가 이사를 왔다. 집안이 패가망신하여 이곳저곳을 떠돌았다는 그 아가씨는 아직 혼자 살고 있는 젊은이와 사랑에 빠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결혼을 하였다. 아내가 된 아가씨는 남편에게 너무나 헌신적이었고, 살림도 잘했다. 두 사람은 아주 행복하게 살았다. 그렇게 몇 년이 흘렀다.
어느 날 밤, 젊은이는 거의 잊고 살았던 10년 전 일이 생각났다. 그리고 10년 정도 지났으니, 이제는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호롱불 밑에서 바느질을 하고 있는 아내에게 그 날밤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하였다. 그 날밤 할머니 여우가 잠자는 사람의 배를 가르고, 생간을 빼먹던 장면을 이야기하던 중에, 말없이 듣고 있던 아내를 쳐다보았다. 호롱불 밑의 아내를 바라본 순간, 남편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내가 여우 이빨과 발톱을 가진 그 할머니의 모습으로 변하여 자기를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내는 남편을 노려보며 이야기 하였다. “하루만 더 기다렸다면, 10년인데..... 그러면, 나는 완전한 사람이 되어, 너와 백년해로를 할 수 있었는데......” 여우는 말을 잇지 못하고 남편을 오랫동안 노려보았다. 그러더니 깊은 한숨을 쉬고는 홀연히 집을 떠나 산속으로 날듯이 돌아갔다. 10년간의 세월동안 구미호는 남편을 너무나 사랑했기 때문에, 그를 죽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녀가 들어간 깊은 산 속에서 길고긴 여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후기
동양의 3국 중국, 일본, 한국에는 구미호의 전설이 자주 등장한다. 중국과 일본의 구미호 전설은 여우가 완전한 사람으로 변하는데 성공하여 인간들과 함께 삶을 주고 받으며 사는 이야기가 많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의 구미호 전설은 대부분 끝부분에 하루를 남겨놓고 정체를 들켜버려 소망을 이루지 못한 구미호가 남편에게서 떠나버리는 것으로 끝난다.
유독 한국의 구미호 전설에서 여우가 인간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한국문화의 폐쇄성에서 기인하는 것이라고 한다. 한국사회는 근대사에 이르기까지 유교문화가 장악하고 있었고, 국가의 통치이념도 유교였다. 유교는 철저한 신분제도를 주장한다. 왕으로부터 천민에 이르기까지 그 신분은 하늘이 내었으며, 그 신분의 벽을 넘을 수 없는 것이었다. 전설은 민중의 마음이 배어있는 것이다. 구미호의 전설에는 사람이 되고 싶은 여우의 한이 배어 있다. 신분의 벽을 넘을 수 없는 민중의 한이 사람이 되고 싶은 여우의 한으로 바뀌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신분을 뛰어넘을 수 없는 유교사회의 그 철저한 벽을 전설 속의 여우도 감히 넘을 수는 없는 것이다.
중국에서 발생한 유교는 중국의 통치이념이기도 했고, 한국과 일본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중국도 일본도 그 유교의 이념을 버린지 오래되었지만, 유독 한국만이 아직도 그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철저한 신분의 벽, 형식과 틀에서 벗어날 수 없는 제사의 관습, 그리고 한 글자도 바꿀 수 없고, 나름대로 해석할 수도 없는 유교의 경전들을 그저 외우기만 하고 외운대로 시험을 치러야하는 유교적 교육문화는 인간의 독창성과 개별성, 그리고 어린이들과 젊은이들의 창의성을 말살시킨다. 지금 한국 사회는 유교적 문화와 관습을 버려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첫댓글 월요일인 어제 하루 휴가를 내서 본당 형제들과 군산cc를 다녀왔습니다. 오가는 차 안에서 신부님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다들 신부님을 그리워 하더군요. 오랫만에 '전설의 고향'을 시청했습니다. 특히 엔딩 장면인 '깊은 산속의 길고 긴 여우울음 소리'가 인상적이군요. 그리고 염려하신 우리 사회에서의 유교적 문화와 관습은 저희 세대까지라고 생각됩니다. 요즘 아이들, 분방하지 않습니까?
앞으로도 개선이 어려울 것 같은 가장 중요한 부분은 교육이라고 생각되요. 어떻게든 시험에 잘 통과해서 벼슬만하면 된다는 우리사회의 분위기도 잔재된 유교문화의 일부분이라고 생각되고요.
와,,,,이걸 다 스페인어로 번역을 하셨다는거죠??? 와,,,,~~~>.<
요즘 페루에 대해 쓴 책(안데스 내영혼의 지도)을 읽고 있는데.. 페루지역명이나 말이 너무 어려워 진도가 안나가는데 신부님의 글을 읽으니 열심히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우리가 다시 만날 때까지'라는 뜻이라던데... 뚜빠난치스까마~ 기다려주세요~
뚜빠 난치스까마~. 케츄아어나 아이마라어인 모양이네. 잉카문명이 남긴 두가지 언어가 있는데, 케츄아와 아이마라예요. 문자가 없는 이 언어는 알파벳을 사용해서 표현하는데, 문법이나 발음구조가 동양의 언어와 무척 닮았답니다. 남미의 다른 나라에서는 별 신경쓰지 않고 죽어가고 있지만, 볼리비아에서는 초등학교때 그 말을 가르친다고 합니다. 내가 아는 두 가지 케츄아 말. Imaynalla kasanki? 이마이나야 카상키? (안녕하세요?) anachata munakuyki! 앙차따 무나꾸이키!(사랑해!)
신부님 기다리시는 모습으로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여우가 기다리는 남자의 모습을 감시하러왔을 뿐인데 시간이 지나 가다가는 사랑으로 변하여 자기를 희생하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을 해하지 못하였음을 이야기를 통하여 우화로 전해오는것은 오랜 우리의 생활속에 이웃으로서 변해가는 모습을 비유한것이나,,그것이 특별히 여성으로표현됨은 우리나라의 여성들의 희생적인삶을 더욱빛나게하고 , 자기희생으로 마지막을 장식하는 모성애적인 사랑과 여성 찬양의 표현으로 이해하면서 모든여성들의 사랑에 새삼 감사하게딥니다.심부님 ! 더좋은 이야기 번역해 보시고 올려주시면 열심히 읽겠습니다. 건강하십니요
아직도 눈치를 못채고 있는 남편들과 살아주고 있는 한국의 여우들에게 감사! 흐흐
이제 읽었음,, 나중에 숙제 공책 보여주세요 새로운 표현 공부하게,, 필기체라서 어렵겠지만서두..
전설의 고향 재미있게 시청(?)했어요~ 제 머리속으로 그림이 그려지네요..많은 교훈과 생각하게하는 점이 많군요. 그냥 재미로만 보아왔는데...신부님, 대단하셔요. 이렇게 많은 지문을 스페인어로 번역하시다니!! 존경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