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교시 수업이 끝나고 교무실로 들어와 한 모금의 물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여교사인 이00 선생님께서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들어왔습니다. 너무 당황했는지 "움머, 세상에"만 되풀이할 뿐이었습니다. 너무 당황한 모습이라 한참 후에야 말을 건넸습니다.
"뭔 일이 있소?"
"세상에 이럴 수가 있습니까? 학기 초에 발등이 부어서 조퇴하면서 병원 치료비 3만원 빌려달라서 해서 빌려줬더니 지금까지 한마디도 없어 '왜 빌려간 돈을 갚지 않느냐?'하고 했더니, 가시네가 눈을 똑 바로 뜨고 '그럼 제 신장이라도 팔아서 갚을까요?' 하고 대드는데, 하도 어이가 없어서 그냥 왔습니다."
"허허, 그래요!"
"지난 해의 납부금도 전혀 내지 않고 있어 올해 저소득층 납부금 면제를 도와주려고 그렇게 애를 썼는데, 집도 있고 부모 소득도 괜찮아 어쩔 수 없었는데, 세상에 이럴 수가 있습니까?"
그제서야 그 아이가 생각났습니다. 현재 음악학원에 드럼을 배우러 다니는 아이였습니다. 음악학원비가 월 20만원인데 ... 필자도 여러 차례 그와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몇년 전 부터는 아이들에게 돈이든 물건이든 빌려주지 않습니다. 사랑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아이들이 돈이든 물건이든 귀한 줄 깨달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뒷산의 뻐꾸기 울음소리가 빗소리에 축축하게 젖어가고 있군요.
첫댓글 선생님께서 많이 황당하셨겠네요. 요즘 자기 양심을 저 건너에 따로 매달아 놓고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음주 무면허 운전을 감추기 위해 초등학생을 살해하여 유기하는 시대가 아닌가? 내가 살기 위해 남을 죽여야하는 그런 시대에 살아가는 안타까움인 것을. 아이들의 모습이 어른들의 모습인 것을. 그래서 그렇구나. 그렇구나 그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