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고법, “무허가 건물 세입자에게도 임차보증금 반환해야”
이 유
1. 기초사실
가. 소외 대○○은 2002년 3월 1일경 소외 정○○ 등 6명과 사이에 서울 중구 ○○○외 5필지에 1층 주차장, 2층 내지 5층 각 주택 2세대로 구성된 지상 5층 규모의 다세대주택을 공사대금 4억8000만원에 신축하기로 하는 공사도급계약(이하 이사건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위 정○○ 등은 위 토지를 출연하는 외에 위 대○○에게 각자 금 3000만원씩(1층 골조공사 완료시, 5층 골조공사 완료시 및 입주 시 각 금 1000만원씩) 합계 금 1억8000만원을 지급하는 대신 완공 후 2층 내지 4층 각 세대를 제공받고, 위 대○○은 위 정○○ 등으로부터 위 금 1억8000만원을 지급받는 외에 5층 2세대분을 소유하기로 약정했다.
나. 위 대○○은 2002년 4월 3일경 위 공사에 착수해 이를 진행하던 중 위 정○○ 등이 기성금 지급을 지체하자, 2002년 9월 17일 위 정○○ 등과 사이에 미지급 공사대금의 지급에 갈음해 자신이 위 건물 1층과 옥상에 주택을 증축해 이를 사용수익하기로 합의한 다음 당초 설계대로 별지목록 기재 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을 완공해 2002년 12월 27일 그 사용승인을 받은 후, 관할관청의 허가 없이 완공한 건물 1층을 주택으로 구조를 변경하거나 옥상에 주택을 증축했다.
다. 이 사건 건물은 2003년 3월 18일 위 정○○ 등 6명 공동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가 경료된 직후, 그 중 2층부터 4층 각 세대에 관해 위 6명의 각 단독소유로 분할등기가 경료됐고, 그 중 5층 각 세대에 관해 위 대○○으로부터 매수한 제3자들에게각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됐으며, 같은 날 이 사건 건물부지에 위 각 세대별로 1/8지분씩의 대지권이 설정됐다.
라. 한편, 원고 조합은 2007년 1월 26일 서울 중구 ○○○ 4외 850필지에서 재개발사업(이하 이 사건 사업)을 시행할 목적으로 설립돼 2007년 8월 10일 중구청장으로부터 재개발사업시행인가를 받았고 2008년 6월 26일 도시정비법 제49조의 규정에 의해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으며 중구청장은 같은 날 도시정비법 제49조제3항에 의해 관리처분계획인가에 대한 고시를 했는데, 이 사건 건물은 위 사업 정비구역 안에 위치하고 있고 위 관리처분계획에서 정비사업의 대상이 되는 종전 건축물에 포함돼 있다
마.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2007년 9월 22일 기간 만료로 종료했으나, 피고는 현재까지 위 대○○으로부터 위 보증금 중 금 5000만원을 반환받지 못하고 있다.
2. 쟁점별 판단
가. 원고 조합의 인도청구의 당부
(1) 인도청구의 권원
원고는 피고에 대한 이 사건 인도청구의 권원으로 도시정비법 제49조제6항에서 관리처분계획이 인가 및 고시된 후에는 정비구역내의 토지 또는 건물에 대해 종전 소유자의 사용수익은 정지되도록 규정돼 있음을 들고 있다. 그러나 위 조항은 단지 종전 소유자의 사용수익이 정지된다고 규정돼 있고 그에 대한 해석상 사업시행자가 관리처분계획에서 정한 바에 따라 정비구역내의 토지 또는 건물을 사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될지 몰라도(대법원 1992.12.22. 선고 91다22094 판결 참조), 위 조항에 기해 곧바로 모든 점유자들의 점유를 배제할 법적 근거가 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앞서 본 제 규정의 취지를 종합해 보면, 일단 관리처분계획이 인가를 받아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공보에 고시된 때에는 그 효력으로 관리처분계획에서 정한 바에 따라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자·지상권자·전세권자·임차권자 등 권리자는 더 이상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을 사용하거나 수익할 수 없는 반면, 사업시행자로서는 기존의 건축물을 철거하기 위해서라도 정비사업 시행구역 안의 종전 토지나 지상물에 대한 사용수익권을 직접 취득한다고 볼 것이고, 이러한 사용수익권에 터 잡아 종전의 소유자·지상권자·전세권자·임차권자 등 권리자를 상대로 해당 토지나 건물의 인도를 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법리는 도시정비법의 관련 규정이 법 개정을 통해 새롭고 정비됨으로써 비로소 가능하게 된 것이 아니라 도시정비법의 입법 목적 및 관련 조항의 합리적 해석을 통해 당연히 귀결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관리처분계획에서 미리 예정한 바에 따라 그 효과로서 발생하는 것일 뿐, 관리처분계획에서 전혀 포섭하지 아니한 범위까지 그 고시의 효력이 미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무단으로 타인의 소유 토지 또는 건물 점거하는 경우와 같이 관리처분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이해관계인에게는 사업시행자라고 할지라도 도시정비법 제49조제6항 소정의 관리처분계획의 효력을 직접적인 권원으로 삼아 기존 점유의 배제를 구할 수는없고, 사업시행자가 관리처분계획의 고시를 기다릴 필요 없이 직접 취득한 소유권에 기하거나 조합원의 소유권 기타 권리를 대위하는 등의 방식으로 철거를 포함한 인도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비록 관리처분계획에 포섭된 경우라고 할지라도 손실보상이 완료되지 않은 권리자의 경우에는 여전히 해당 토지 또는 건물에 관한 종전 권리자의 사용수익권이 유지된다고 할 것이다.
(2) 피고의 점유 여부
원고 조합의 본소 청구는 피고가 현재 이 사건 101호를 점유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나,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고, 오히려 피고가 이 사건 소송이 당심 계속 중이던 지난해 6월 1일 원고 조합으로부터 이주비 명목으로 금 500만원을 지급받고서 위 보증금 잔금 5000만원을 반환받지 못한 채 위 101호에서 퇴거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므로 피고의 점유를 전제로 하는 원고 조합의 인도 청구는 나아가 살필 필요없이 이유 없다.
나. 원고 조합의 임차보증금 반환의무 유무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주택의 임대차에 관해 민법에 대한 특례를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주거생활의 안정을 보장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고, 주택의 전부 또는 일부의 임대차에 관해 적용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임차주택이 관할관청의 허가를 받은 건물인지, 등기를 마친 건물인지 아닌지를 구별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미등기 또는 무허가건물도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적용대상이 되는바(대법원 2007.6.21. 선고 2004다26133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단지 무허가건물의 임차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사업시행자가 그임차인에게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해 보장되는 임차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은 채 그 임차인을 그 건물에서 퇴거시키고 이를 철거하는 등의 정비사업을 시행하는 것은 정의의 관념에 반하는 점, 무허가건물이 법적 절차에 따라 철거되기로 확정되지 않은 이상 무허가건물의 임차인도 적법한 건물의 임차인과 마찬가지로 법에 의해 보호돼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무허가건물의 임차인이라도 그 임대차가 적법하게 성립한 이상 도시정비법 제44조제1, 2항에서 정한 사업시행자에게 임차보증금의 반환청구권 을 행사할 수 있는 임차인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3) 소결
이렇게 볼 때, 비록 이 사건 101호가 관할관청의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주차장을 증·개축해 주택으로 용도변경한 무허가건물이라고 할지라도, 그러한 용도변경이 그 대지 및 기존 건물 소유자의 의사에 따른 것이고 이를 적법히 임차해 사용해오던 피고가 도시정비법 제44조에 터 잡아 기존의 임대차계약을 해지한 이상, 원고 조합은 사업시행자로서 피고에게 위 임차보증금의 잔금 5000만원을 반환할 의무가 있고, 이러한 의무는 임대차종료의 법리에 따라 피고의 인도의무와 동시이행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에게 위 금 5000만원 및 이에 대해 피고가 이 사건 101호를 인도한 다음날인 지난해 6월 2일부터 원고가 그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해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당심 판결 선고일인 지난 1월 14일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 조합의 본소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고, 피고의 반소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해 부당하므로, 그 중 본소에 관해는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본소청구를 기각하며, 반소에 관해는 위에서 지급을 명한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해 원고에게 위 금원의 지급을 명하고, 피고의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