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Gary Alexander Neville
사우디아라비아의 완승, 이 말밖에 더 표현할 길이 있을까? 스코어는 1:0이지만, 산만한 대한민국의 움직임을 감안한다면 경기를 제어해 나간 것은 사우디였다. 언제나처럼 패스는 세계수준과는 거리가 멀었고, 볼키핑 능력 역시 마찬가지였다.
경기 시작전, 이동국이 제외되고, 미들 구성이 드러나면서 패배를 떠나 제대로 힘을 써보지도 못하겠구나하는 생각을 가졌고, 불행히도 경기는 그렇게 흘러갔다.
이동국이 장염이어서 제외되었다면 미들진 구성이 그래서는 곤란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아나운서들이 몇차례 지적했던 말이 있었다. 이동국이 볼을 받으러 나온다는... 이 말로 이동국의 활동범위가 가늠된다고 생각한다. 쓰리톱에서 중앙에 서 있는 선수치고는 지나치게 많은 영역을 커버했다. 미들에서 볼을 건네받어 전방으로 배달하는 역활이나 중계하는 역활을 이동국이 그간 많은 부분 맡아왔음도 사실이다. 즉, 공격적인 상황에서 미드필더가 해주어야하는 일을 정상적으로 수행해주지 못했기 때문에 이동국까지 가세했던 것이다. 차두리와 박주영이 그런 플레이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이동국과 비교하면 그 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국대 경기와 클럽 경기에서 본의 아니게, 혹은 감독의 지시로 줄창 그렇게 뛰어온 이동국의 경험이 결코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안정환은? 일전에도 명감독 칼럼란에 글을 올린적이 있지만, 3-4-3에서 중앙 톱으로서의 안정환은 효과가 떨어진다. 3-5-2나 4-4-2에서 안정환의 자리가 있을지 몰라도, 3-4-3에서는 안정환이 활약할 자리가 마땅치 않다. 안정환이나 박주영은 전형적인 테크니션 플레이어이다. 무브먼트나, 포스트형이 아닌 테크니션. 테크니션에게 필요한 것은 발동에 필요한 공간이다. 공간이 없으면 테크닉을 발휘 할 수도 없거니와, 속력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다. 오늘 그 '천재'라 칭송받던 박주영 조차 이렇다할 테크닉을 이용한 활동이 떨어진 이유는 그에게 공간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보다 미들진 구성에 있었다. 이동국이 빠진 상황에서 공을 중계하는것에 구멍이 생겨 버렸다. 결국 미들진에서 지나치게 긴 패스가 나오거나, 한 쪽 측면에 서서히 고립되어감에도 이렇다할 오픈을 시도해보지도 못한채 결국 말라 죽어갔다. 그간 이동국이 골을 기록하지는 못했어도 확실히 팀플레이에 '도움'이 되는 역활을 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는 것이다. 알게 모르게 이동국의 도움으로 공을 배달하는 것에 있어서 부담을 덜었던 미들진이 상대 미들과 주도권 싸움을 벌임과 동시에 역습 찬스에서 보다 확실한 볼 키핑과 패스를 해야하는 부담이 가중되어 버렸다. 이동국이 활동범위를 넓힌다함은 미들지역에서건 전방에서건 상대 수비력이 이동국에게도 나뉘어 들어간다는 말이 된다. 그런데, 이제 그러한 모습이 없으니 그 남은 수비력이 모조리 미들에 집중되게 된다. 여기서 박지성과 김두현의 차이가 생겨버렸다. 우리 선수들의 기본기가 확실해서 볼 키핑이 나무랄데없고 하다면(차두리는 인상적인 볼 컨트롤을 몇차례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볼을 끌고 상대를 압박하며 들어가는 박지성의 플레이 스타일과 패스위주의 김두현의 플레이 스타일이 차이를 불러왔다. 박지성이 가담했던 쿠웨이트전에서 이동국의 활동영역은 동아시아대회에서 보여진 이동국의 그것과 상당히 차이가 있었다. 이동국은 횡으로 많은 움직임을 보여주었고, 박지성이 없는 상황에서 결국 종으로까지 그 폭이 넓어져 버렸다.
더욱이 미들에서 백지훈과 김두현의 패스미스는 둘째치고라도 볼을 확실히 키핑해주지 못하면서 오버런이 되는 경우가 수차례 발생했다. 가뜩이나 미들진이 불안해서 제대로 포지셔닝하기도 힘든 공격진마저 밑으로 내려오게되는 상황이 연속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했다. 순차적인 붕괴랄까?
후반, 정경호가 교체투입되면서 숫적 열세이던 대한민국이 오히려 전반보다 나은 무브먼트를 보여주었다. 이는 공격진에 적절한 라이프라인이 연결되어주었음을 의미한다. 정경호는 특유의 무브먼트로 미들을 파고들었고, 어떻게든 공을 끌고 들어감으로써 공격진에 가중되는 수비를 줄여주었다. 이 점은 주목해야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 정경호도 문제는 있었다. 계속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었는데, 정경호의 드리블은 목적지가 없다는 느낌이었다. 물론, 패스나 슈팅의 목표는 있다. 문제는 그 포인트를 잡지 못한다는 점이다. 드리블을 하게되면 상대 수비가 서서히 조여오게 된다. 어중간하게 조여지면서 다른 공격수에게 공간이 만들어지고 있을 때 패스를 준다던지, 돌파를 시도하던지, 중거리슛을 때리던지 했어야하나, 갈팡질팡 하는 모습이었다. 생각은 깊고 빠르게 끝내야한다. 0.1초로 공간이 생기고 말고가 결정이 되는 것이 축구가 아니었던가... 결국 정경호의 드리블 시작 시점에서는 그렇지 않으나, 어떠한 액션에 나오는 시점에서 정경호가 위치한 곳은 사지(死地)가 되어 버린다. 박지성과 비슷하지만, 결과는 다르게 나오는 움직임의 원인은 여기서 오지 않나 한다. 박지성은 행동에 옮기기전에 결정을 내린다. 물론, 그만큼 상황인식능력이 빠르고, 자신의 생각에 몸이 따라줄만큼 발전해있는 선수이기는 하다. 정경호의 경우 드리블을 하는 와중에 가늠을 하는 것 같다. 상황인식이 더디다는 이야기이다. 상황인식이 더디다보니 액션이 늦게 되고, 상황은 계속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바뀌어가고 이것이 계속되면서 결국 고립되는 상황에서 패스가 이루어지는데, 이때는 패스를 받는 입장에서도 정경호가 몰고온 수비수들로 인해 이렇다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다. 몰이당하다가 결국 뜰채에 걸려 올라오는 물고기 신세라고나 할까?
물론, 본 프레레 감독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자원이 탐탐치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것을 감안해 수정을 가해야하는 것도 사실이다. 지나치게 본 포메이션을 끌고 나가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미들진의 볼 전달 능력 붕괴에 확실한 대책은 무엇인지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
첫댓글 아, 감안해야하는 부분은 사우디의 조직력입니다. 모두 자국리그에서 뛰고 있기 때문에 직접, 간접으로 서로의 플레이를 알고, 동시에 소집훈련도 여유롭게 수행할 수 있겠지요. 오늘 수차례 손발이 안맞는 모습을 보여준 우리와는 달리 서로의 사인이 어긋나는 경우가 사우디는 그다지 없었다고 보여집니다.
엔터좀 많이 쳐주세요 ㅜ_ㅜ... 안그래도 눈이 침침한뎅......;;;
초반의 공간 이야기는, 제대로 마무리 하지 못했군요. 안정환을 최전방 중앙에 높음으로써 수비벽이랑 바로 맞닦뜨리게 해버렸다는 것에서 테크닉을 살릴 기회를 줄여버렸다는 점이지요. 이는 박주영이 중앙으로 스위칭해 들어갔어도 마찬가지였지요.
가공할 필력이십니다... 존경스럽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해외파 ... 전체적으로 몸놀림도 별로....컨디션도 별로......경기내내...짜증난다는 표정....본감독 해외파는 왜 불렀는지.....차라리....북한전 처럼....선수 기용 했었으면 좋았을것을....하는 아쉬움이......
글쎄요.이동국이 그렇다고 원톱으로 잘해주는건 아니라고 보는데요 이동국이 3경기에서 부진하니까 본프레레서도 안정환이 났다고보고 기용한거겠죠 안정환과 박주영의 동시기용을 부정적으로 보는건 님개인적 의견일수도있지만 무작정 한번해보고 안된다는건 편견일뿐입니다
또한 쿠웨이트전에서잘했다고 그멤버들이 무조건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잘한다는 보장도없죠 사우디아라비아는 쿠웨이트보단 한수위의 전력을 가진팀이라는걸 님이 간과하고계신다고 생각합니다
이동국 부진한게아니라 장염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