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8년프랑스월드컵에 프랑스는 월드컵 무관의 설움을 딛고 월드컵 우승을 차지하면서 최고의 절정기를 보냈다. 지네딘 지단, 티에리 앙리 같은 스타를 배출해낸 98월드컵에서 프랑스는 자국민들 앞에서 결승전 당시 최강이던 브라질을 3:0으로 완파하고 첫번째 월드컵 트로피를 높히 치켜들었다.
프랑스 역대월드컵에 11번 본선에 올랐고 1번의 우승과 2번의 3위를 차지한 성적을 갖고 있다. 이번 월드컵 지역예선에는 프랑스축구 사상 초유의 천당과 지옥을 동시에 오간 정말 힘든 예선일정이였다. 프랑스는 5승5무 승점 20점으로 막판까지 혼전을 거듭하던 유럽 예선 4조에서 스위스, 이스라엘, 아일랜드를 제치고 조1위로 본선행 직행티켓을 거머쥐었다.
세계적인 관광도시인 파리가 수도인 프랑스는 인구 5,792만의 나라다. 에펠탑과 세느강, 루브르박물관, 몽마르뜨언덕 등 볼거리가 다양한 프랑스는 유럽국가 중 가장 아름다운 나라 중 한 나라다. 누구라도 한번쯤 꼭 가보고 싶어하는 나라가 바로 프랑스다.
축구에 있어서도 프랑스는 유럽국가들 중 최고다. 지난 98프랑스월드컵 우승 후 2년뒤 유로2000에서는 결승전에서 한편의 드라마를 연출하면서 이탈리아를 2:1로 꺽고 유럽선수권 통산 2번째 우승을 이뤄냈다. 1년뒤 컨페드컵을 제패. 명실상부 세계축구의 정상이였다.
하지만 지난 2002한일월드컵은 프랑스국민들에게 잊고 싶은 대회다. 개막전에서 세네갈에 0:1로 패한 프랑스는 우루과이와 득점없이 비기고, 덴마크에게도 0:2로 패하면서 1무2패로 예선탈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프랑스의 본선 조별예선탈락은 지난 78년아르헨티나월드컵 이후 24년만의 일이였다.
지난 유로2004에서도 8강에서 그리스의 1:0로 패했다. 프랑스는 이제 한물갔다는 말이 나돌았다. 유로2004를 끝으로 프랑스의 세계적인 축구스타 지네딘 지단은 그의 동료 릴리앙 튀랑과 함께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지네딘 지단(34, 레알마드리드)은 세계최고의 미드필더 중 한명으로 그동안 프랑스대표팀을 이끌며 98월드컵과 유로2000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주역이다. 185Cm, 80Kg의 좋은 신체조건과 스피드와 드리블, 넓은 시야와 패싱력은 세계최고를 자랑한다. 지난 2003년 FIFA선정 올해의 선수상을 받기도 했던 지단은 96~97, 97~98 이탈리아리그 우승을 경험했고 현재 스타군단 레알마드리드에서도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 나이는 이제 34살을 바라보고 있지만 아직도 그의 플레이를 보고있으면 건재하다는 것이 느껴진다.
지단이 빠진 프랑스대표팀의 레이몽 도메네쉬 감독은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과연 지단이 빠진 프랑스는 이번 월드컵예선을 잘 통과할 수 있을까...그 첫경기부터 지단의 공백이 여실히 들어났다. 이스라엘과의 홈경기에서 득점없이 무승부. 약체 사이프러스와 페로제도와의 원정경기에서 2승을 챙겼지만 스위스, 아일랜드와의 홈경기에서 잇따라 득점없이 비기더니 이스라엘 원정에서는 종료 5분전 결승골을 먹히면서 또 비기고 말았다.
프랑스는 예선이 중반을 넘어가는 상황에서도 조1위는 커녕 아일랜드,스위스,이스라엘에 뒤져 조4위까지 쳐졌다. 지단 빠진 프랑스는 이빨빠진 호랑이와도 같았다. 결국 지난 9월 프랑스대표팀의 위기감이 감돌자 지단은 다시 대표팀 복귀를 선언하고 페로제도와의 홈경기부터 예선에 나섰다. 지단과 함께 노장 수비수 릴리앙 튀랑도 함께 복귀했다.
릴리앙 튀랑(34, 유벤투스)는 지난 98프랑스월드컵 우승주역으로 크로아티아와의 4강전에서 동점골과 역전골을 기록. 역전골을 넣은후 생각하는 사람동상을 흉내내는 골세레모니를 연출한 장면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는 대표팀 붙박이 수비수로 프랑스 수비를 이끌고 있는 선수다.
이 두선수의 복귀는 역시 효과를 발휘했다. 지단이 벤치를 지킨 페로제도전에서는 3:0으로 가볍게 승리. 아일랜드와의 결전을 위해 더블린으로 날아간 프랑스는 후반 중반터진 티에리 앙리(29, 아스날)의 멋진 결승골로 1:0으로 귀중한 1승을 추가했다.
앙리 역시 월드컵와 유럽선수권 우승의 주역이며 현재 다비 트레제게와 함께 프랑스 공격진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선수다. AS모나코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한 앙리는 세리에A 유벤투스와 프리미어리그 아스날을 걸친 프랑스대표팀의 주전스트라이커다. 그는 최근 부상으로 인해 대표팀엔트리에서 제외됐지만 내년 독일무대에서 그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종 2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프랑스는 조2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예선 최대고비인 스위스 베른에서 원정경기를 가졌다. 승리한다면 자력으로 본선진출이 가능했지만 비기거나 패한다면...독일행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 절박한 상황이였다.
후반 초반 지브릴 시세(25, 리버풀)가 먼저 선취골을 터트렸지만 스위스 수비수 마그닌의 프리킥이 튀랑의 머리에 맞고 굴절되면서 프랑스의 골네트를 갈랐다. 결국 또 다시 1:1로 무승부를 기록했다...이제 사이프러스와의 최종전을 남겨뒀을 때는 프랑스는 이겨도 같은시각 더블린에서 스위스가 아일랜드를 꺽는다면 플레이오프를 피할 수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프랑스의 편이였다. 사이프러스를 4:0으로 대파한 순간 스위스가 아일랜드와 득점없이 비긴 것이다. 결국 막판 조1위를 탈환한 프랑스의 도메네쉬 감독은 그제서야 한숨돌릴 수 있게됐다. 프랑스는 이번예선을 너무나도 힘겹게 치뤄냈다.
프랑스대표팀의 스쿼드를 보면 지단, 앙리말고도 세계 명문구단에서 뛰고 있는 스타플레이어들이 즐비하다. 앙리와 투톱이 예상되는 다비 트레제게(29, 유벤투스)는 현재 부상중으로 대표팀을 떠나있지만 여전히 프랑스 공격진영에서 중요한 선수임이 틀림없다.
리버풀에서 뛰며 지역예선에서 4골을 기록하면서 팀내 최다득점을 한 지브릴 시세(25, 리버풀) 역시 프랑스공격의 신예스트라이커로 앙리와 트레제게가 빠진 공격진을 이끌고 있다. 리옹의 두 골잡이 플로랭 말루다(26, 리옹)와 시드니 고부(27, 리옹) 역시 현재 대표팀에서 주전들이 빠진 자리를 잘 메워주고 있다.
올림피크 리옹 주전 공격수 실뱅 윌토르(32, 올림피크 리옹) 역시 주전스트라이커로 손색이 없고 최근 부상으로 대표팀명단에 빠진 루이스 사하(28, 맨체스터Utd)도 빼놓을 수 없는 공격수다.
미드필더진도 유럽최정상급이다. 첼시에 뛰는 클로드 마케렐레(33, 첼시)를 축으로 페트릭 비에이라(30, 유벤투스), 그리고 최근 대표팀에서 제외된 로베르 피레(33, 아스날), 루도비치 지울리(30, 바르셀로나) 등이 있다.
노장축에 속하는 로베르 피레는 최근 도메네쉬 감독과의 불화, 갈등으로 대표팀명단에서 빠져있다. 하지만 루도비치 지울리 같은 선수들이 그 공백을 잘 막고 있는데 지울리는 이번 예선에서도 2골을 뽑아냈다. 마케렐레 역시 지단과 함께 프랑스 허리진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선수다. 최근 세리에A AC밀란에서 뛰다 국내로 복귀한 비카쉬 도라수(33, 파리 생제르망) 같은 선수들도 주목받고 있다.
수비진 역시 예선에서 단 2실점으로 철통수비력을 보여줬다. 안정된 수비수는 도메네쉬감독이 중요시 하는 대목 중 하나다. 대표팀에 복귀한 튀랑을 중심으로 윌리 세뇰(29, 바이에른 뮌헨), 윌리엄 갈라스(29, 첼시) 등이 주요선수들이다. 이들은 과거 데자이 같은 선수를 잊기에 충분한 활약을 해주고 있다.
이밖에 유벤투스의 장신 수비수 조나단 제비나(28, 유벤투스)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뉴캐슬 소속의 장-알랭 붐송(27, 뉴캐슬) 역시 미래 프랑스수비를 이끌어나갈 중요한 선수들이다. 맨체스터Utd의 미카엘 실베스트레(29, 맨체스터Utd)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최근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고 있는 프랑스 출신 발레리앙 이스마엘(30, 바이에른뮌헨)이 독일대표팀에서 뛰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클린스만 독일대표팀감독이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마엘은 아직 프랑스대표팀에서 뽑히지는 못하고 있지만 그의 실력은 매우 뛰어나다.
프랑스는 도메네쉬감독체제로 독일월드컵 준비를 시작했다. 힘든 예선전을 마친 만큼 선수들의 플레이도 더욱 더 성숙해졌을 거라 도메네쉬감독은 믿고 있다. 주전선수들 중 노장이 많아 체력에 대한 문제와 스위스전 이후 선수들과의 약간의 잡음도 있었지만 그들은 목표를 달성했고 이 최고의 선수들을 데리고 분명 독일에서 선전할 거라 확신하고 있다.
지난 4년전의 실패를 뒤풀이 하지 않기 위해 프랑스는 이번본선을 더욱 더 기다리고 있다. 과연 지단, 튀랑과 같은 과거의 영광 주역선수들이 복귀한 프랑스가 이번 독일월드컵에서 8년만에 다시 세계챔피언자리에 올라설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