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벽 2시경이 다 되어 필자가 귀가하던 중에 집 근처 술집 계단에 중학생으로 보이는 나이 어린여자 아이 3명이 추위에 떨며 쭈그리고 앉아있는 것을 보았다. 이상하게 생각하여 물어보니 겁에 질린 표정으로 자꾸 피하는 것이 가출 청소년이 틀림없었다. 아이들은 그때까지 밥도 먹지 않았다고 해 일단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인 후 집으로 들어가라고 권유했지만 집에는 절대 들어가지 않겠다고 해 난감했다.
하여 국가에서 가출 청소년을 보호해주는 청소년 쉼터가 있으니 일단 그곳으로 가라고 한참을 설득하여 청소년 전화 1388로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청소년전화 1388은 청소년이 가출, 폭력, 학대 등 위험에 처했을때 구조를 요청하는 전화로 전문상담원이 24시간 상담을 하는 곳이기에 아이들을 방치하지 않고 안전한 곳에서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1388전화를 받은 상담원이 보호시설을 소개해 줄 서울시청소년상담센터에 연락을 해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며 난감해했다. 계속하여 서울시청소년상담센터에 연결을 해 보라고 부탁했으나 서울시청소년상담센터는 여전히 통화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상담원이 직접 여기저기 시설을 알아봐 주었으나 한밤중에 보호시설을 찾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1시간이 흘러갔고 아이들은 불안하지 눈치를 보며 그냥 가 버리려는 눈치였는데 다행히 상담원이 겨우 금천구 소재 청소년쉼터를 수소문해 알려주었다. 아이들끼리 혼자 택시를 태워 보낼수가 없어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새벽 3시에 금천구 소재 청소년쉼터로 향하면서 너무나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말만 24시간 아이들을 보호해준다고 하면서 서울시청소년상담센터는 왜 통화가 되지 않는가 . 만약 그 아이들이 위험에 방치되어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다면 또다른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급박한 상황이었는데도 그렇게 무책임하게 1388 시스템을 운용한다면 국가기관으로서의 신뢰성을 어떻게 확보한단 말인가.
청소년쉼터에 도착해 따뜻한 방에 들어가 웃음짓는 아이들을 보고 나오면서 그제서야 한숨을 돌렸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니 새벽 4시 30분. 그 추운 한밤중에 국가가 해야 할 일을 대신했다는 씁쓸함이 피로로 밀려왔다. 이 면을 빌어 1시간이 넘도록 수십차례의 통화를 하며 쉼터를 알아봐 준 상담원의 적극적인 노력에 고마움을 전하면서 서울시청소년상담센터의 어이없는 통화불능 원인을 조사해 개선하길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