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목련을 심다
닷새에 한 번, 말 그대로
오일장인 구례장날
오라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싼거리하는 것도 아니며
살 물건이 있는 것도 아닌데
눈요깃거리 삼아 장터를
습관처럼 기웃거린다
겨울을 넘긴 몸은 저절로
봄이 그리웠을까
눈길이 가고 발길이 멈추는 곳은
꽃과 나무를 파는 곳이다
이것도 욕심이랄까
아직 뿌리내리지도 못한
어린 나무들을 보며
우람하게 잘 큰 뒤를
내 마음대로 상상한다
장날마다 몇 번을 망설이다가
사슴의 초롱한 눈망울마냥
이내 벙그러질 듯한 꽃눈을 단
목련에 마음이 가서 삼만원을 주고
한 그루를 냅다 사버렸다
돈이야 내가 주고 나왔지만
저 나무 한 그루 얻고 나니
이내 승전고를 울린 개선장군이 되었다
그것도 희고 순결한 꽃잎 아름다운
목련꽃 피는 나무를 얻었다니
큰 이문을 남긴 장사치마냥
흐뭇한 마음을 한동안 감출 수 없다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이랄까
구덩이를 파고 물을 주고
정성스럽게 목련을 심는다
귀한 몸이라 특별히
삼각 지지대를 해 주었다
아직도 차가운 바람은 봄을 잊게 하고
밤이면 저 꽃눈을 몸서리치게도 하겠지만
내 마음속에서 목련은 이미
환한 햇살 받으며 눈부시게 피어
밤하늘 별빛 받으며
새록새록 잠들기도 하였나니
구례 오일장터에서
삼만 원을 주고 산 백목련 때문에
마음 졸이며 바라보는 마음으로 인해
목련이 필 때까지는
삼년은 더 젊어질 것이다
봄바람결에 소식 들은 당신도
찾아와서 그 꽃 한번 보면
어찌 알우,
사흘이라도 더 젊어질지?
2020년 3월 4일, 목련을 심은 다음날에
첫댓글 선생님 시집 내셔도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