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렵은 냇가에서 고기잡이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일반 낚시와는 다르다. 고기잡이보다는 놀이에 더 큰 의미를 둔다.
개울에서 물장구를 치고 놀다가 배가 고프면 자갈밭에
솥 단지 걸고 잡은 잡고기로 얼큰한 매운탕을 끓여먹고
낮잠에 취하는 것이 바로 천렵의 맛이다. 지극히 소박하고 원시적인 놀이다.
물고기를 얼마만큼 잡냐고? 매운탕을 끓여먹을 수 있을 정도만 잡는다.
캐나다나 호주처럼 ㎏수를 정하거나 몇마리 이상 못잡게 금지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과거엔 물고기 씨가 마르는 일 없이 어족자원이 잘 보존됐다.
지금은 우리의 하천이 많이 오염돼 보기 드물지만 삼 사십년전만 해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여름이면 모두 천렵을 즐겼다. 우리의 아이들에게는 훌륭한 자연학교였으며 잊을 수 없는 추억과 심성을 길러주었다.
인간은 자연으로 돌아갈 때 가장 편안해진다. 자연에서 물장구치고 느긋하게 여유를 찾는 천렵은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는 놀이다. 느림은 게으름과는 다르다. 게으름은 목적의식과 의미부여가 없는 그냥 시간 흘려보내기라면 느림은 또 다른 형태의 적극적인 삶과 통한다.
최근 천렵의 별천지인 영월 수주면 주천강(酒泉江)을 다녀왔다.
주천강은 '물의 고장' 영월에서도 최상류에 위치한다.
주천강은 강원 평창군과 횡성군의 태기산에서 발원해 횡성 강림면을 거치면서
제법 강줄기가 굵어진다. 영월군 수주면,주천면을 거쳐 평창강과 만나 서강이 된다.
서강은 영월읍에서 동강과 합류해 남한강을 이룬다.
길이가 40㎞ 정도 되는 주천강은 동강과 서강의 이름값에 가려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풍광은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주천강의 천렵 포인트는 수주면 무릉리 무릉2교 일대다. 물은 깊어야 무릎 정도다. 투망은 불법이니 그물이 촘촘하게 엮인 족대를 이용하는게 일반적이다.
2명이 한조가 돼 한명이 족대를 들고 있고 다른 한명은 발로 고기를 몰거나 고기가 숨어 있는 바위밑을 파헤친다.
고기가 많이 보여도 경험이 없는 도시인들은 쉽지 않다. 물살이 빠른 곳에 족대를 대고 위쪽에서 고기를 몰아대면 물고기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는 경우가 많다.
주천강에서 잡을 수 있는 물고기는 다양하다.
어른 손바닥 길이의 피라미와 메기,갈겨니,참마자,퉁가리,꺽지,손가락보다
굵은 쉬리들이 건강하게 살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황쏘가리와 어름치는
천연기념물로 어획자체가 불법이다. 얼마전 천연기념물 259호인 어름치가 대도시
식당 어항에서 발견돼기도 했는데 범법 행위다.
일반 쏘가리도 보호종으로 지정돼 있어 크기가 20㎝ 이내면 역시 풀어줘야 한다.
퉁가리에게 쏘이는 수가 있으므로 면장갑을 끼는게 좋다.
두 다리가 정강이까지 빠지는 여울에 버티고
서서 견지낚시로 연신 낚싯줄을 당겼다
풀었다 하며 피라미를 낚는 재미도 쏠쏠하다.
어항이나 보쌈을 이용하면 쉬리를 잡을 수 있다.
떡밥을 목이 오목한 어항에 넣어 두고 1∼2시간 후 들어올리면
20마리 정도는 쉽게 잡힌다.
주천강 천렵은 강 주변 민박집에 하룻밤 묵으며 하면 좋다.
무릉2교 앞 주천강변에 '무릉가족식민박펜션'(033-372-6658)이 있다.
모두 11실의 객실이 있으며 4인가족 기준 1실 평일 4만원, 주말 5만원부터 받고 있다.
사장인 이재훈씨가 족대나 낚싯대를 빌려주고 고기잡는 법도 가르쳐준다.
감자캐기 등 농사체험도 할 수 있다. 이제 곧 옥수수 따기를 진행할 예정.
이 곳에서 하룻밤 묵으면 감자나 옥수수를 쪄먹는 재미도 맛볼 수 있다.
이씨가 직접 잡은 민물고기들로 매운탕도 끓여준다.
고추장과 고춧가루를 풀어 끓인 매운탕은 얼큰하면서도 시원하다.
쑥갓과 버섯 마늘 풋고추 수제비를 넣는 것은 필수다. 고
기를 잡으면 수분이 빠지지 않도록 물에 넣어 얼려 보관했다가
사용하는 것이 이씨의 맛 유지 노하우다. 도리뱅뱅이도 유명하다.
살짝 말린 고기에 갖은 양념을 발라 프라이팬에 빙 돌려 구워 먹는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뼈채 씹히는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해가 기울면 이곳 주천강변의 펜션이나 민박집은
매운탕 끓이는 구수한 냄새와 함께 장작불에 햇감자를
구워먹는 도시 사람들로 고향의 정취가 한껏 무르익는다.
시간이 나면 여기서 7㎞ 정도 법흥사 방향으로 올라가면
요선암과 요선정을 둘러볼 수 있다.
요선암은 조선의 지식인 양사헌이 경치에 반해 '신선이 놀다간
자리'라고 한 데서 이름붙여졌다.
각양각색으로 깎인 바위 사이로 잘 다듬어진 욕조 같은
웅덩이들이 무수히 깔려 있다. 미륵암 뒤로 소나무 숲길을
오르면 절벽 끝에 아름다운 정자 요선정이 있다.
◇주천면 찾아가는 길〓수도권에서 갈 경우 영동고속도로
원주 만종분기점에서 우회전해 중앙고속도로를 탄 뒤 신림IC에서
빠져 영월쪽으로 88번 지방도를 타고 솔치고개를 넘어가면
주천면에 닿는다. 천렵을 하려면 주천면 소재지에서 좌회전해
주천강 상류쪽,수주면 방향으로 더 올라가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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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일상에 바쁜 우리 사우님들 우리도함 천렵이나함 갑시다!
꼭 멀리가지 않더라도 서울 근교에 한두시간 거리면 시골내음 흠뻑젖으며
추억거리를 만들수 있는곳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