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세이
어느 시인이 경찰관에게 보내준 '따뜻한 선물’
윤 승 원(수필문학인. 경찰관. 대전북부경찰서 정보과)
동시(童詩)는 어린이들만의 시가 아니다. 어른들이 읽으면 더 좋은 시다.
어린이의 시선으로 사물을 바라본다는 것. 순수하고 아름답다. 어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물보다 맑고 깨끗하며 단순 소박하다.
향나무 좌대 위에 올려진 한 점의 진귀한 수석을 바라보는 것만 같다.
‘시’라는 말이 애초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보석’이라 이름 붙여도
좋은 글이 '동시'다.
경찰관인 나는 동시를 자주 읽으려고 노력한다. 거칠고 삭막한 직무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일수록 동시를 가까이 할 필요를 느낀다.
문인협회에서 다달이 보내주는 문예지를 받으면 나는 맨 먼저 동시
란에 눈길이 간다.
나무들도 걸었을 거야 - 전영관
맨 처음엔 나무들도 걸었을 거야
뚜벅뚜벅 산길을 걸어 올라가던 나무
마을길을 걸어가던 나무
냇가를 걸어가던 나무에게
어느 날 선생님 같은 하느님이
"제자리 섯" 호루라기를 불자
나무들은 모두 제자리에 멈춰 섰을 거야
걷기만 하지 말고 주변을 살펴보라고 말야
그래서 집 없는 새들에게
둥지를 틀 자리를 마련해 주고
온종일 서있는 허수아비에게
손도 흔들어 주고
땀 흘리며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이들에게
그늘도 만들어 주고 있지
또 언제 하느님이
"앞으로 갓"호루라기를 불면
나무들은 모두 걸어갈 거야
도와 줄 일을 찾아 주변을 이리저리 살피면서 말야
- 전영관 <나무도 걸었을 거야> 전문
내가 좋아하는 아동문학가이자 현직 교장선생님이다. 외양을 보면
어떻게 저렇게 우람한 몸집에서 주옥같은 글이 나올까 의구심이
든다. 하지만 ‘동심의 토양’에서 한 평생 교육자로 헌신하면서 글을
지어 온 시인이니, 그 순수하고 맑은 동심의 눈망울들이 작품 속에
녹아드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앞으로 갓”호루라기 불면 나무들은 모두 걸어갈 거야」에서
'나무'가 마치‘일선 경찰관’으로 연상(聯想)되는 것은
경찰 신분을 가진 나만의 해석일까?「도와 줄 일을 찾아
주변을 이리저리 살피면서」에서 그 주인공이 바로 일선
경찰관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 개청 경축 플래카드 - ‘대전지방경찰청’ 개청(7월2일)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대전지역의
각급 경찰관서에 내걸렸다.
최근에는 대전경찰청 개청을 축하하면서『우리 경찰관 아저씨』란
동시를 ‘선물’로 보내 주었다. 개인적인 친분을 넘어 국가 경찰로서
고마움과 함께 감동의 언어가 가슴에 잔잔하게 스며든다.
개청(開廳)과 더불어 새롭게 출발하는 ‘대전경찰’에게 이처럼
‘귀한 선물’도 없을 것 같다.
손을 내밀면
언제나 따뜻한 손으로 꼬옥 잡아주시고
인자한 눈빛으로 웃어주시지만
나쁜 일 저지른 사람에게는
가장 엄한 아저씨 경찰관 아저씨
사건과 사고가 있는 곳에
쏜살같이 제일 먼저 달려가
의연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공정하고 깨끗하게 처리해 주시는
가장 바쁜 아저씨 경찰관 아저씨
거리에서나 낯선 길모퉁이에서
경찰관 아저씨 모습만 보아도
어느새 마음이
포근하고 편안해지는
가장 믿음직한 아저씨 경찰관 아저씨
늦은 밤에도
비가 오나 눈이 오는 날에도
항상 우리들 가까이에서
도와줄 일 없을까
요리조리 살피시는
가장 고마운 아저씨 경찰관 아저씨
밤길 환히 밝히는 가로등 같고
집집마다 행복을 지키는 튼튼한 울타리 같아
경찰관 아저씨와 잡은 손 언제나 따뜻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 전영관「우리 경찰관 아저씨」전문
※ 대전 회덕초등학교 6학년 조인애 학생이 '개청 이벤트' 로 낭송
▲ 축시낭송 - 7월 3일 뜻깊은 개청식장에서 전영관 시인이 쓴 '우리 경찰관 아저씨'를
낭송하는 대전 회덕초등학교 조인애 학생
전체 5연으로 짜여진 이 시는 연마다 각기 다른 경찰에 대한
특징적인 이미지를 담고 있다. 선량한 주민에게는 가족처럼
따뜻하고 범죄인에게는 추상 같이 엄격한 경찰관의 두 모습을
순수한 어린이의 시선으로 그려 놓았다.
공정하고 깨끗하게 직무 수행하는 경찰관, 울타리 같이 든든한
경찰관 아저씨의 모습은 시민들의 바라는 기대감이기도 하다.
새롭게 출발하는 ‘대전 경찰’에 대한 주민들의 애정과 신뢰감을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라는 포근한 언어로 마무리함으로써
‘경축의 자리’를 한껏 따뜻하게 빛내주었다.
오히려 감사해야 할 주체는 시를 지은 시인도 아니요, 개청식장에서
예쁘고 사랑스런 목소리로 시를 낭송하는 어린이도 아니다. 새롭게
출발하는 경찰관이란 생각이 든다.
청사 벽에 걸리게 될 이 동시를 음미하면서 새삼 다짐하게 된다.
시민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는 경찰, 더욱 믿음직하게 다가서는 경찰,
사랑과 신뢰를 받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경찰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는 다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