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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호박은 그저 바라만 보아도 정겹다. 못 생긴 사람을 '호박 같다' 하지만 누렇게 잘 익은 호박을 누가 못생겼다 할 것인가. 펑퍼짐하고 둥그런 모양이건 길쭉한 모양이건 마음까지 포근하게 감싸 준다. 초가 지붕이나 장독대 위에서 호박이 누렇게 익어가는 정경은 예전엔 흔한 모습이었다.
작가 황순원은 '골동품'이란 작품에서 "비 맞은 마른 덩굴에 늙은 마을이 달렸다"고 했다. 늙은 호박을 '마을'로 본 것이다. 참으로 탁월한 표현이다.
박과에 속하는 호박은 1년생 넝쿨식물로 열대 아메리카가 원산지다. 우리나라에는 17세기경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종류는 크게 동양계 호박인 늙은 호박과 서양계 호박인 단호박 및 페포호박 등 3가지로 분류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호박은 동양계 호박이 주종을 이룬다. 덜 익은 애호박을 많이 이용하며, 완숙후 늙은 호박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20% 정도다. 호박은 다른 과채류에 비해 기후에 잘 적응하는 편이다. 또 병이 심하지 않아 약제를 살포할 필요가 없으므로 무공해
웰빙식품으로 꼽힌다.
색깔이 누런 빛을 띠는 것은 카로틴 때문인데 이 성분이 항암작용을 한다. 활성산소를 제거해 암세포의 발생을 억제하고 면역기능을 높여주는 것이다. 미국 국립 암연구소는 "황색의 호박은 폐암으로 부터 인체를 지켜주는 3가지 채소(호박 당근 고구마)중 하나"라고 보고하고 있다. 또 미네랄과 비타민이 풍부하고 감기에 대한 저항력을 키워줘 겨울 보양식으로 그만이다. 호박씨는 "뒤로 호박씨 깐다"고 해서 좋지 않게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리놀산이 풍부해 볶아 먹으면 동맥경화를 예방하며 노화방지에도 좋다. 레시틴이 함유되어 있어 두뇌개발과 혈액순환도 촉진한다.
동의보감에는 "호박은 성분이 고르고 맛이 달며, 독이 없으면서 오장을 편하게 한다. 산후의 혈진통을 낫게 하며 이뇨작용이 뛰어나 임산부의 몸이 부은 것을 빠지게 하는 것은 물론 눈을 밝게 한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소화시간이 길기 때문에 뱃속에 가스가 잘 차는 사람이나 만성 위장장애가 있는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호박죽에는 찹쌀 가루가 찰떡 궁합이다.
한 겨울에도 집안에 늙은 호박 몇 덩이씩은 흔히 볼 수 있다. 늙은 호박이 우리 주변에 있어 겨울이 춥지 않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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