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통역대학원 준비를 올해 4월부터 시작했습니다. 지난 7개월 동안 제가 공부한 방법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통대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I. 공부에 대해서 1) 신문: 통대를 준비하면서 역시 제일 도움이 되는 것은 신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는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가 바로 배경지식일텐데 신문은 배경지식을 넓히고 한국어, 영어를 둘 다 익힐 수 있는 가장 좋은 학습 매체인 것 같습니다.
저는 매일 3시간 정도는 신문을 읽는데 투자했습니다. 한국어 신문은 중앙, 조선, 동아일보를 읽었습니다. 물론 제가 정기구독한 신문은 중앙일보 하나였고, 나머지 신문은 인터넷을 이용해서 사설, 칼럼만 읽었습니다. 영자 신문으로는 Korea Herald, Korea Times, Washington Post, International Herald Tribune을 인터넷으로 읽었습니다. 그리고 신문을 읽을 때 특히 사설, 칼럼은 소리내서 읽는 연습을 했고, 글의 개요를 그리는 연습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눈으로만 읽어서 단어와 표현을 아는 것과는 달리 입에서 그런 표현들이 직접 나올 수 있도록 연습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특정 글을 읽을 때 논리를 머릿속에 그릴 수 있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어떤 글을 읽던 듣던 간에 머릿속에서 글의 개요를 짜고 그림을 그립니다.
공부가 하기 싫고 게으름을 피고 싶을 때도 항상 신문만큼은 꼬박꼬박 읽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이대 특차 몇 주전부터는 의견 개진, 에세이 등을 대비해 신문에 있는 여론조사, 독자투고란까지 꼼꼼히 읽었습니다. 왜냐하면 세상 돌아가는 일을 아는 것뿐만 아니라 이러한 일들에 대해 본인이 뚜렷한 의견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사는지, 그리고 이 사람들의 생각에 나는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 등도 생각하고 정리해 보았습니다.
신문의 장점을 한가지만 더 언급한다면 바로 한국어 실력 배양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신문을 읽을 때 중요한 부분과 생소한 단어와 표현은 항상 밑줄을 긋습니다. 그리고 모르는 단어는 꼭 국어사전을 찾아보았고, 외국어 단어를 외우듯이 한국어 단어와 표현을 외우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국어사전을 찾아보면서 한자를 눈여겨보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2) L/C: 리스닝은 역시 외국어 공부를 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입니다. 저는 다행히도 어렸을 때 해외거주를 한 경험이 몇 년 있기에 듣기가 크게 문제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듣는 것을 얼마나 기억하고 논리적으로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 있는가 였습니다. 그리고 제 개인적으로도 통역은 "얼마나 잘 듣는가"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리스닝은 절대로 방심할 수 없는 분야였습니다. 그래서 듣기를 하고 기억, 전달하는 연습을 매일 2, 3시간 정도씩 했습니다.
리스닝 자료로는 여러 인터넷 방송/듣기 사이트들을 이용했습니다. 제가 가장 많이 이용한 사이트는 YTN과 Daily English라는 사이트입니다. 인터넷으로 여러 뉴스 보도를 듣고 이를 기억해서 개요 짜는 연습과 영한, 영영을 연습했습니다.
그리고 이 공부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PBS script를 통째로 외우기도 했습니다. 메모리 스팬을 늘리는데도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3) R/C: 시사잡지는 Newsweek, Economist, Time, Christian Science Monitor를 읽었습니다. 정기구독은 하지 않고 인터넷을 이용했습니다. 적게는 하루에 한시간 많게는 하루에 4, 5시간씩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읽은 것 같습니다. 공부를 시작한 초기에는 사이트를 많이 연습했습니다. 워낙 한국어 표현이 빠르게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스터디 파트너들과 사이트 연습을 한 것이 독해내용 이해와 한국어 연습에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4) Vocabulary: GRE 단어와 Word Smart를 8월까지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시사잡지를 읽으면서 자주 나오는 표현과 어려운 어휘들은 제 나름대로 정리하고 외웠습니다.
5) Essay: 에세이 연습은 별도로 하지 않았습니다. 에세이는 중학교 때부터 외국에서 체계적으로 배워 수년동안 꾸준히 써왔기 때문에 그다지 부담이 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대 특차 몇 주전부터는 잘 쓰여진 에세이 몇 편을 구해서 읽어보고 개요 짜는 연습을 했습니다. 물론 모범 에세이들은 인터넷을 검색해서 찾아냈습니다. (토플 에세이 샘플들은 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은 것 같아 적절한 공부 자료는 아닌 것 같습니다.)
II. 학원
저는 이익훈의 김수연 선생님 강의를 들었습니다. 4월부터 8월까지는 김선생님 강의를 들었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공부하는 본인이 선생님이 주시는 것을 얼마나 성실하고 효과적으로 소화해 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III. 스터디 그룹
통대 준비를 하면서 물론 중요한 부분입니다. 저는 두 분과 일주일에 3번씩 6월부터 스터디를 시작했습니다. 단어 시험, 사이트, 한영 위주로 공부했습니다. 9월 중순부터는 단어공부는 각자 하고 한한, 영영, 한영, 영한을 연습했습니다. 독해는 시사잡지를 각자 하나씩 맡아서 읽은 뒤 중요한 아티클을 추천해서 나눠보는 형식으로 공부했습니다.
제게 있어서 스터디는 공부뿐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면에 있어서도 엄청난 도움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제게 친언니나 다름없는 분들을 만나 서로 위로하고 격려해가며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이 공부를 준비하면서 때로는 게으름도 피고 싶고 제 한계에 부딪쳤다는 생각에 자괴감에 빠져 괴로워했던 적도 많았습니다. 특히 8월부터가 제게는 매우 힘든 고비의 시작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스터디 파트너들이 제일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게 있어 스터디 그룹은 머리만 키워주는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 키워준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IV. 시험
1) 1차: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듯이 저는 에세이에 별로 부담을 느끼지 않았기 때문에 에세이 시험은 그다지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시험 시간은 모두 80분이었습니다. 개요를 짜는데 30분 정도를 쓰고, 글을 쓰는데 35분, proofreading에 나머지 시간을 썼습니다. 시간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글을 쓰고 나면 항상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이 에세이에는 제가 본론의 양을 균형 있게 배분하지 못한 점이 개인적으로 제일 아쉬웠습니다. 본론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눴고 본론1은 민주사회에서 언론이 수행해야 하는 역할을 세 부분으로 나눠서 설명하고, 본론2는 우리나라 언론의 현실에 대해 기술했습니다. 그런데 본론1에서 커뮤니케이션 이론도 언급하는 등 본론2에 비해 너무 길게 쓴 것이 좀 아쉬웠습니다. 본론2에서는 한국 언론의 현실에 대해 언급해야 하는 만큼 예를 몇 가지 들고 설명했습니다.
에세이를 쓸 때는 개요를 짜는데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서론에 thesis statement를 확실히 제시하고 이를 머릿속에 철저히 염두 해 두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글쓴이의 머릿속에 주제문이 확실히 저장되어 있어야 글이 원래의 의도를 벗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해진 시간 내에 촉박하게 글을 쓰다보면 주제문에서 글이 조금씩 벗어나고 마지막에는 일관성과 통일성이 결여되기 쉽습니다.
2) 2차: 시험 순서는 간단한 인터뷰, 한한, 영영, 의견개진이었습니다.
인터뷰는 비교적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주로 통역사가 되고 싶은 이유 또는 원서에 적힌 내용에 대해서 질문하시는 것 같습니다. 제 경우는 학교를 여러 군데 다녔는데 이에 대해 설명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이화여대-학부, University of California at Riverside-교환학생, 연세대-대학원)
한한은 비교적 쉬운 내용이었습니다. "과학은 국력이다"라는 내용이 주제문이었고, 저는 주제문을 맨 앞에 두고 재현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다시 한번 주제문을 언급하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논리의 고리가 명확했기 때문에 거의 다 재현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은 영영이었습니다. 올해 영영은 많은 분들이 힘들어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South Pacific Islander들이 다른 지역 사람들에 비해 성인병으로 고생하는 비율이 높은데 이에 대한 문화 및 유전적 이유를 설명하는 내용이었습니다. (환경에 적응하느라 유전자가 변화해서 그렇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다지 어려운 내용은 아니었지만 생소하고 너무나도 예측하지 못했던 내용이 나와서 당황한 나머지 평소 실력의 절반조차 발휘하지 못해서 너무나도 속상했습니다. 하지만 당황한 티를 내지 않고 들은 내용만 또박또박 전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제가 들은 바에 의하면 들은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이해하지 못해서 말을 하지 않는 것 보다 없는 내용을 덧붙여서 말하는 것이 더욱 좋지 않다고 합니다. 즉, 본인이 확실히 이해한 바만 전달해야지 대충 추론해서 확실하지 않은 부분을 전달해서는 안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의견개진이었습니다. 제게는 전년도 기출문제보다 난이도가 훨씬 높게 느껴져서 좀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한 질문의 길이만도 두세줄이 돼서 그 짧은 시간에 문제의 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만도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문제지를 보고 시간을 오래 끌면 좋지 않다고 합니다. 문제를 빠르게 한번씩만 읽고 바로 선택해서 답했습니다. 저는 신용카드의 사용이 가져온 사회적 영향을 영어로 대답하고, 국제 스포츠 행사 유치가 우리나라에 끼치는 영향을 한국어로 대답했습니다. 대답은 3분 정도가 좋다고 합니다. 너무 짧아도, 길어도 좋지 않습니다. 요점만 첫째, 둘째, 셋째로 순서대로 말하고 결론을 내리는 것이 바람직한 것 같습니다.
일단 면접 시험에서는 당황하지 않고, 만약 당황하더라도 내색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제가 듣기에는 영영에서 실수를 해서 너무나도 당황한 나머지 의견개진도 너무 실망스럽게 하셨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즉, 시험장 문을 나서는 순간까지 자신감을 잃지 않고 당당한 자세를 가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V. 마지막으로
지난 5개월 동안 함께 공부한 스터디 멤버들, 그리고 선생님들께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해외파/국내파”에 대해서 제 생각 한마디 적겠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6학년말에 외국에 나가서 고등학교 1학년 때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학부 시절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일년 다녀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마 “해외파”로 분류되는 것 같습니다. (비록 저는 제 자신을 그렇게 분류하지 않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이 “해외파”를 두고 통대 입시에서는 항상 말이 많은 것 같습니다. 물론 통대 입시에서 영어 실력이 매우 중요한 것이기에 “해외파”에게 몇 가지 유리한 점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해외파”라고 해서 “국내파”보다 통대 합격이 더 쉬운 것이 아니고, 합격이 보장된 것은 더더욱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국에서 20, 30년을 살았다고 해서 일류대 합격이 보장되는 훌륭한 논술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고, 3분짜리 한국어 뉴스 내용을 조리있게 다시 한국어로 전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신문사설과 같은 수준 높은 한국어를 일상생활에서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해외파”도 마찬가지입니다. 외국에서 몇 년 살았다고 해서 통대 입시에서 요구하는 모든 능력을 자동적으로 갖추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노력하지 않고 저절로 얻어지는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해외파”는 이들이 구사하는 영어를 익히기 위해 “국내파”와는 다른 시간에, 다른 장소에서, 다른 강도로 고생을 했을 것입니다. 몇몇 분들은 “해외파”에게 있어서 영어가 외국에서 생활함으로써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나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즉, 통대 입시에서 제일 유리한 사람은 “해외파”도 아니고 “국내파”도 아니며 노력파라는 것이 제 견해입니다. 그러므로 남들을 평가하고 어느 한 집단에 분류할 것이 아니라 본인을 바라보고 끊임없이 채찍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공부를 계속 한다는 것이 흔히 외로운 길이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마지막 순간까지 본인과의 싸움이기 때문이죠. 통대 준비를 하시는 분들도 왜 이 공부를 시작했는지 그 이유와 이 공부에 대해 본인이 가진 열의를 잊지 않고 꾸준히 공부하셨으면 합니다. 저는 어떤 길을 선택해서 가던지 제일 중요한 것은 그 길에 대한 본인의 passion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들 열심히 노력하셔서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스터디 파트너였던 영선언니와 은영언니 그리고 선생님들, 정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