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선호도 5.9%에 불과
양재섭 연구위원은 “지난 10여 년간 본사를 이전한 479개 기업을 대상으로 장래 이전 희망지를 물었을 때 응답한 242개 기업의 33%가
최적 후보지로 서울 강남을 꼽은 반면 서울시가 업무단지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암·용산은 5.9%에 불과했다”고 말한다.
기업이 강남을 선호하는 이유로 주변의 쾌적한 업무환경(23.5%)과 양호한 기반시설(19.9%) 등 물리적 환경 외에도 각종 업무 지원시설
풍부(19.6%), 교통 편리(16.6%) 등 다양한 입지적 장점을 들었다. 기업 본사 이전시에는 건물의 시설 수준(24.4%)과 임대료
수준(23.9%), 그밖에 교통여건(11.3%), 기업 내 조직간 업무연계성(7.1%)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 내에서 이전한
기업의 경우 임대료 수준을 가장 먼저 고려하고 있다.
양 연구위원은 이런 추세를 감안할 때 용산이 도심과 강남의 오피스 수요를 분담하는 국제업무단지로 조성되려면 먼저 도심과 강남, 여의도와
차별되는 업무단지의 성격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도심과 강남, 여의도엔 각기 중추 행정, 국제무역·전시·IT, 방송·금융보험·증권
업체가 밀집해 있다. 양 연구위원은 “기업을 끌어들일 만한 기반시설과 각종 업무 지원시설을 갖추기 위해서는 공공기관, 대기업 등 핵심
기업(Key Company)이나 호텔, 컨벤션센터 등을 유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용산만 업무단지 조성을 계획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상암·마곡, 수원, 송탄, 판교 등도 추진 중이라는 점을 고려해 과잉
공급되지 않도록 개발시기를 서로 조절하는 등 중장기적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울대 최막중 교수는 또 “용산은 강남과 도심을 남북으로
연결하지만 동서를 연결하는 기반시설이 상당히 취약하다”며 “한강로와 원효로를 잇는 교통 개발에 대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용산 개발계획을 평가해달라는 요구에 도시계획 전문가 대다수는 임오군란 이후 120여 년 만에 되찾은 미군기지 공원화라는 큰 계획이 확정된
만큼 용산의 개발 가능성 자체에는 의구심을 보이지 않았다. 대기업 소속 한 부동산 개발업자는 “10~15년 후 용산의 모습은 기대해볼 만하다”며
“용산은 미래 지향적 도시”라고 말했다. 하지만 단기간에 용산이 화려하게, 그것도 강남처럼 변할 거라는 기대에는 모두 고개를 젓는다. 용산은
강남이 될 수 없을뿐더러 왜 강남이 모델이 돼야 하느냐며 의문을 나타냈다. 택지를 조성해 바둑판처럼 도로를 구획하고, 성냥갑 같은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며, 천편일률적인 초고층 빌딩숲을 만든 것을 과연 모델로 삼아야 하느냐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원로 도시계획전문가의 말은 눈부신
개발계획에 현혹돼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도시계획의 본질은 공공성이다. 그런데 도시계획이 자꾸만 공공성을 잃고 부동산 구매력이 있는 사람들의 이익만 대변하고 있다. 공공정책이
부자들의 수요에 맞춰가야 할 것인가. 공공성을 잃으면 도시계획도 무너진다.”
[인터뷰] 개점 1주년 맞은 아이파크몰 최동주
사장 |
“전국에서 찾는 용산의 명소 만들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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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문을 연 서울 용산구 한강로 용산 민자역사
아이파크몰(구 ‘스페이스9’)은 용산의 미래를 내다보는 중요한 지표다. 2001년 용산 부도심 지구단위계획안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한
뒤부터 개발 바람이 불기 시작했으나 대부분의 지역에서 기대심리만 높고 실제적으론 개발이 더디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아이파크몰은 지난 10월8일
개점 1주년을 맞았다. 지상 9층, 지하 3층에 연면적 8만2000평(63빌딩의 1.6배)으로 단일 건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아이파크몰은
CGV와 이마트, 전자제품 상가와 푸드 코트, 의류매장 등이 입점해 있는 복합쇼핑몰. 개점 당시 고속철 호남선의 시·종착역이며
호남선·전라선·장항선 등 국철과 지하철 1·4호선이 지나는 용산역사와 연결돼 수십만의 유동인구를 확보한 알짜배기 상권으로 큰 기대를
모았다. 현대산업개발 자회사로 아이파크몰을 개발, 관리하는 현대아이파크몰(구 현대역사) 최동주(崔同珠·50) 사장은 1978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1984년부터 2002년까지 현대백화점에 근무하면서 서울 압구정 본점, 무역센터점, 신촌점 등 13개 점포 개점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그는 디벨로퍼이자 유통 전문가답게 용산 민자역사 주변을 비롯한 용산구 전체의 과거와 미래를 훤히 꿰뚫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용산
민자역사 개발 계획에 처음 접근할 때 용산이 다시 부촌이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택지를 조성해 아파트단지를 만든 강남과 달리, 용산엔 낡은
단독주택이 많아 재개발이 되면 초고층 타워형 아파트가 들어설 거라 예상했죠. 강남과도 가깝고, 한강을 접하고 있어 부동산 시세가 강남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봤어요. 그런데 요즘 그런 예상이 하나 둘 적중해가고 있습니다. 현재 이마트 용산역점 객단가가 8만원대입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의 5만원대보다 훨씬 높은 금액이죠. 용산 CGV가 개관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국 CGV 중 매출 1위를 차지한 것도 눈여겨볼
점입니다. 업그레이드된 마케팅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증거죠. 성공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런 흐름에 맞춰 최
사장은 최근 아이파크몰 고급화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유통이론은 갖추지 않은 채 단순히 임대수익만 노리고 난립하는 복합 상가들과는 차원이
다른, 엔터테인먼트와 쇼핑을 결합한 미국식 고품격 쇼핑몰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지난 10월 명칭을 스페이스9에서 아이파크몰로
바꿨다. 아이파크는 현대산업개발의 대표적인 아파트 브랜드. 최 사장은 “집단 상가는 통일된 마케팅 전략 없이, 내 점포만 살겠다는
생각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며 앞으로 “현대아이파크몰이 나서 입점 브랜드를 관리하고, 홍보·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등 체계적으로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 사장은 현재 용산역사 주변 하루 유동인구를 20만명으로 추산한다. 적잖은 규모다. 하지만 그는 “유동인구가 상권을
지켜주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일부러 아이파크몰을 찾아오는 고객층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 최 사장은 “아이파크몰 고객층을 조사해본 결과 고객의
주거지가 용산구에 국한되지 않고 서울 시내 25개구에 고르게 퍼져 있으며 수도권과 지방에서 올라오는 사람도 적지 않다”며 “전국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엔 12만8000평 규모의 대형 쇼핑몰 ‘Mall of America’가 있습니다. 그곳의 푸드코트를 찾아
사람들이 250km를 운전해 옵니다. Mall of America가 그만큼 안정된 상권을 확보하기까지 10년이 걸렸어요. 고객의 체류시간을
늘리려 입점 브랜드 품목을 고급화하고 놀이공원도 유치했죠. 쇼핑몰 안에서 모든 것을 다 해결하도록 한 겁니다. 아이파크몰도 그렇게 변할
것입니다. 아이파크몰은 이미 세계 7위의 규모이고, CGV, 이마트, 푸드코트, 의류매장 등이 입점해 있으니 기본은 갖춘 셈이지요. 앞으로
상인, 투자자들과 한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그는 용산 민족·역사공원이 완공되면 용산은 뉴욕 맨해튼 같은 분위기의 고급 도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용산역사 뒤편, 철도정비차량 부지를 국제업무단지로 개발하는 사업에도 참여할 뜻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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