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방
고전머리 연구가 손미경
응암 지하철역을 지나는 모든 이는 출퇴근길에 항상 미소를 띠게 된다.
그것은 바로 승강기 사이에 있는 화분들 때문이다.
계절마다 바뀌는 꽃들을 보면서 아침에는 즐거움을 더하고 저녁에는 피곤함을 달랜다.
그 화분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밤 9시면 어김없이 화분의 상태를 확인하러 오는 한 작은 여인이 있다.
그녀는 꽃들이 잘 있나를 확인하고 지하철을 나와서 어딘가를 향해 분주히 걸어간다.
바쁘게 걸으면서도 동네 아저씨를 만나면 “O사장님, 오늘 많이 팔았수? 피곤할텐데 어여 들어가 쉬슈” 라 하고 아주머니를 만나면 “언니는 아픈데는 다 나았수?” 라는 말을 꼭 잊지 않는다.
그녀는 동네 사람들에게 귀여운 골목대장이면서도 힘을 주는 특별한 존재인 듯하다.
그녀는 일일이 안부를 다 챙기고 나서야 어느 작은 공방으로 들어간다.
그녀는 조심스레 불을 킨다. 그녀의 방은 특별하다.
옛 문헌들과 벽화, 사진, 가발, 마네킹, 장신구 등으로 벽이 보이지를 않는다.
자세히 보면 중국과 우리나라의 역대 왕조의 인물들이다.
그 모두가 각각의 머리모양을 한 채 그녀만을 바라보고 있다.
그녀의 방에서는 왠지 모를 쟁이의 냄새가 난다.
그녀의 이름은 바로 고전머리 연구가 손미경이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촬영감독인 남편을 둔 여인으로 고집스럽게 24년동안
고전머리의 존재와 실체를 연구하고 나아가 실무에 적용시킨 여인이다.
돈을 받는 것도 아닌데, 생업마저 저버려가면서까지 그녀는 모든 도서관과 유적지, 심지어 무덤까지 가서는 옛머리를 연구하고 그것을 실제로 재현하는 것에 20여년을 보낸 여인이다.
필요성은 느끼지만 너무나도 자료가 방대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라 그 누구도 시도치 않았던 그것을 이 작은 여인은 지금 마무리를 해가고 있다.
여러 논문을 통해 알 수 있지만 고전머리에 정설이 없는 지금 그녀의 자료는 복식사에 있어 또한 현 미용현실에 있어 하나의 시대적인 획을 그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녀의 자료를 본다면 그 누구도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두려움마저 갖게 하는 그녀의 작은 공방에서는 진실한 장인의 정신이 느껴진다.
옛 것의 흔적이 사라져가는 오늘날의 현실에 있어 그녀의 존재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유일한 다리일 수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어찌보면 평범한 여인네이지만 그녀의 작은 손길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사극이나 전통공연에서 진정 옛머리의 화려함과 아름다움은 느낄 수 없었을 것이다.
왜 댓가도 없고 아무도 가려하지 않는 이 힘든 길을 가냐는 질문에 “내가 태어난 업이 머리쟁이인걸 어떻게 하겠수? 내 새끼도 갈 수 있는 길인데 제대로 닦아놔야 되지 않겠수?”라고 그녀는 털털하게 웃으며 말한다.
큰 무대 뒤에서 분주히 손놀림하는 그녀의 화려한 모습과 작은 공방 안에서 과거의 수많은 여인네들과 대화하고 있는 그녀의 수수한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녀는 시대를 넘나드는 진정한 머리쟁이가 아닌가 싶다.
그녀와 같은 쟁이가 사뭇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
프로필
profile
현 뷰티라이프 연재
현 23년간 고전머리 고증과 시술 연구
현 ‘고전머리 변천사’ 및 복식사 연계서적 집필중
1981년 영화
임권택감독의 ‘불의 딸’, ‘소금장소’, ‘화년촌’, ‘임꺽정’ 등 70여편 머리 연출
1986년 MBC 근무
CF 훼미리쥬스, 쥬리아 화장품 외 다수
연극 ‘명성황후’ 대수머리 화보집 촬영회 다수
약극 ‘홍도야 울지마라’ 외 다수
1986년 아시아게임 문화행사(세종문화회관공연) 헤어 담당
1988년 올림픽 문화행사(세종문화회곤공연) 헤어담당
1988년 대전엑스포 헤어 변천사 총 코디 담당
2001년 코엑스(보사부 주최) 궁중시리즈 작품발표
1999년 센추렬시티 호텔 기생시리즈 작품발표
각시와 신랑 SBS Wedding Club 2003 우수협력업체 선정
현 미용실<각시와신랑> 원장
현 한국고전머리 연구소 소장
내가 걸어온길
1963년 충남부여 출생
석성 초등학교
석성 중학교
강경여고
신성대학
19살 미용시작
20살 고전영화 미용담당
26세 영화촬영감독 이은길선생과 결혼
슬하에 2남을 두고 있음
고전영화시작과 동시에 문헌 발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