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객토 문학 동인 제19집 발간
〈설마, 우리 대까지는 괜찮겠지〉
시로 바라본 환경
객토문학동인 제19집 〈설마, 우리 대까지는 괜찮겠지〉 표지./갈무리
노동시를 쓰는 객토문학동인이 환경문제를 다룬 시집을 펴냈다. 이 동인은 지난 16일 오후 3시 창원 정우상가 앞 용호 문화의 거리에서 시집 <설마, 우리 대까지는 괜찮겠지> 출판기념회를 진행했다.
객토문학동인은 1990년 경남 마산과 창원에서 활동하는 공장 노동자들이 시를 쓰며 시작됐다. 이들 중 일부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공장을 그만두고 돌봄 노동자, 조선소 비정규직 노동자, 회사원 등으로 일하고 있다. 이 동인은 주로 노동 현실을 첨예하게 드러내는 노동시를 쓰고 있다. 그러면서 세상이 나아지려면 각자 위치에서 열심히 땀 흘리는 사람들이 쓴 글이 많아져야 한다고 믿고 있다.
2000년을 시작으로 해마다 동인지를 발간하고 있는데, 올해는 객토문학 동인 제19집 <설마, 우리 대까지는 괜찮겠지>를 써냈다. 이번 동인지엔 김성대·노민영·박덕선·배재운·이규석·이상호·정은호·최상해·표성배·허영옥 동인이 참여했다.
이들은 동인집을 내면서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 지금 환경 위기는 인간 세계에 그칠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온 생명체가 살고 있는 지구 생태계에 닥친 재앙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하며 안일하게 살고 있다. 객토문학동인은 이런 상황을 "지구는 끓고 있고, 인류는 냄비 속 개구리처럼 빨리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고 표현했다. 이들은 그래서 "단연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란 화두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신들이 환경 운동가는 아닌지라 환경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게 어울리지 않다고 여기며 머뭇거렸다. 하지만 시인으로서 무언가를 해야 된다고 늘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 세상에 나온 이번 동인집 중, 특히 공장 노동자 표성배 시인이 쓴 시 '나는 억울하다'가 인상 깊다. 시엔 환경 문제를 바라보는 노동자의 솔직한 마음이 잘 담겨있다.
"공장에서 사용한 기름이 물이/사용하고 난 플라스틱 제품이 문제라고 하는데/나는 동의할 수 없다/먹고 살기 위해 일 한 죄 밖에 없는데/지구가 이대로 가다가 다 죽는다면/이보다 억울한 일이 있을까/지구를 열받게 하는 이는 나 같은 노동자가 아닌데/나보고 쓰레기 줄이고 분리수거 잘하고/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라며 자꾸 양심에 불을 댕긴다/누가 내 밥그릇을 빼앗으려 하나/신은 나를 착하다 등 두드리는데/자업자득이라는 말이 왜 가난한 나에게 해당하는지/억울하고 억울하다"
지난 16일 오후 2시 정우상가 앞 용호 문화의 거리에서 열린 객토문학 동인지 제19집 〈설마, 우리 대까지는 괜찮겠지〉 거리 출판회 현장./백솔빈 기자
객토문학 동인지 제19집 〈설마, 우리 대까지는 괜찮겠지〉 거리 출판회에서 시를 낭독하고 있는 표성배 시인./백솔빈 기자
표 시인은 "노동자 입장에선 먹고 살기 위한 일한 것일 뿐이다. 그런 노동 행위가 환경을 망가 뜨린다고 말하기에 '나는 억울하다'는 시를 지었다. 실제로 환경을 파괴하는 것은 거대 자본이다. 돈과 힘 있는 사람들이 환경을 생각해야 더 이상 환경이 파괴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날 행사에 참석한 강종철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공동 의장도 표 시인과 비슷하게 생각했다. 그는 "환경 문제는 결국 사회 전체 시스템과 관계된다. 그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한, 노동자들이 플라스틱을 생산하지 않는다고 해서 환경 파괴가 멈추는 것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는 시를 통해 환경 문제를 말하는 것은 특히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어쩌면 과학자나 환경 운동가의 전문적인 말보다 '시'가 더 큰 울림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환경 문제에도 시인들의 감상있고, 날카로운 언어가 필요하다고 김 의장은 강조했다.
/백솔빈 기자
|